2020년 4월 27일 월요일

8ㅡ사람향기ㅡ 누나

아침을 거르고 일찍 출근하였기에 편의점 찹쌀도넛 2개를 담아들고 들어와 얼른 한 개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소리도 없이 들어와 사람을 놀라게 한다.


~!” 

아이고 깜짝이야~ 기척도 없이...” 

얼마나 맛있으면 사람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볼이 터져나가겠네 아줌마. 나는 지금 엄마 집에 아침밥 먹으러 가는데 벌써 점심이신가? 간식이신가? 커피 향 죽인다~~ 일찍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왔어. 아줌마 뽈때기 터지는 것도 봤으니 밥 먹기 전에 후식부터 마시고 가야겠네... 나도 커피 한잔 줄 테지 뭐!“ 

탁자에 커피 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한개 남은 도넛을 커피와 함께 오물거리며 먹고 있는데 문이 열리며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굿 모닝! 둘이 앉아 마주보고 커피를 마시는 분위기가 어째 좀 거시기하다.” 

? 형님! 여기는 어떻게...” 

? 커피 냄새에 끌려서 들어왔지.” 

동네에서는 내 놓으라하는 건달들의 왕 형님? 이라고 해야 할까? 3대가 함께 사는 큰집 남자다. 그를 알게 된 것은 가끔 놀러오는 유흥주점 주인인 40대 중반의 여인 때문이었다.

남군아 안 갈래? 저기 가서 민물 매운탕이나 먹자~”

손을 들어 보이며 동네 선 후배는 매운탕 집 쪽으로 내려갔다
2시간쯤 지났을까?

누나~ 누나~”

깜짝 놀랐다. 귀를 의심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친 누나를 부르듯이 너무 자연스럽게 부르는 누나라는 소리에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잠시 표정관리가 안되었다.(재수 저 인간 지금 뭐라고 했지?)

누나 방부제 먹었지. 요즘 여자들은 도대체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다니깐? 그래서 10살 정도는 친구로 지낸다고 하나봐 누나!”

두 사람 식사 시간에 나의 이야기를 했었을까? 그 형님과 내가 갑장이라는 것을 알고 온 것이다. 졸지에 아줌마에서 누나로 변신했다.

누나가 아홉이라고 해서 마흔 아홉인지 알았는데... 원래 아홉수에는 재수 없다고 하던데 누나는 재수 좋은 거야. 말이야 바른말이지 어리게 봐줘서 기분 좋았었지 뭐! 그치?“

히히~ 어리게 라는 표현 말고 젊게 보였다는 표현이 맞는 거예요.”

~! 누나 선생질 했었지. 국어선생질 했다며? 선생질 한사람들이 난 척을 좀 하지.”

누나라고 부르며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는 모습이 왠지 밉지가 않아 너그러운 누나의 마음으로 빙그레 웃어주었다.

! 누나 그 웃음 뭐야? 한방먹이는 웃음 같은데? 그나저나 이 쉰 냄새 어디서 나는 거지? 킁킁~~ 쉰 냄새 심하다~ 독하다~ "

싱거운 소리를 내 뱉으며 돌아갔다.

20여 년 전에는 연인 사이였다는 풍문이다. 처음에는 길을 지나다가 옛 애인의 모습이 통유리 안에 보여서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후로는 가끔 우리 옷 방에서 만나 서로의 딸들 이야기를 나누고 주점에 진상들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 가기도 한다. 나 에게도 힘든 일 있으면 말하라고 호의를 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친구 아닌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지만 나와 갑장이라는 이유로 지금도 그 남자로부터 방범의 보호를 받는 가까우면서도 먼 그런 사이로 서로가 존중하며 길에서 마주쳐도 서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지인이다.

속담
* 송파장 웃머리
Proverb
* Songpajang Ume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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