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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4일 일요일

싱거운 웃음

공방 문을 열고 막 들어섰는데 젊은 애기씨와 도련님이 문을 열고 뒤따라 들어온다.

어머나! 어서 오세요. 나도 지금 막 출근했는데...”

~... 저희는 손님이 아니고 혹시 휴대폰 주우셨어요?“

“언제? 지금? 어디서? 공방 입구에서우리가게 안에서? 언제 분실했는데...?“

 어찌 생각하면 무례할만큼 다짜고짜 물어보는 그들에게서 비누 냄새가 폴폴 풍긴다. 싱그러운 젊음이 참 예쁘다. 나는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반말로 말하고 말았다.

어제 밤에 잃어버렸어요.“

밤에 잃어버렸으면 새벽에 파지 줍는 어른들이 많은 동네라서 그 양반들이 주웠을 가능성이 많겠다. 여기 우리 가게 옆에서 잃어버렸어?”

아니요. 다른 곳에서요.”

거기가 어딘데?”

저 쪽 이요.”

젊은이들이 말하는 저쪽이라는 곳은 내가출근 할 때 버스타고 지나온 길 같았다. 내가 알기로 멀지않은 곳에 농촌 진흥청이 있고 인적이 뜸한 곳이다. 4차선 도로 신작로 한쪽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높은 방음벽이 설치되어있고 그 담벼락을 타고 조경으로 키 큰 선인장과의 식물이 심어져있는데 긴 꽃대가 올라와 하얀색 꽃이 주렁주렁 열매같이 피어있는 꽃길이 있고 건너편에는 작은 공원 숲길이 있는 그곳이 분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찾으면 어떻게 해? 거기에서 둘러 봐야지...”

저희가 있던 곳에 가보았는데 없어요.”

거기 벤취에 앉아있다가 잃어버렸우?”

아니요 거기에는 벤취 없어요.”

그럼 풀숲이야?”

~~”

“‘풀숲에서 뒹굴렀구나? 뒹구르다가 놓쳤지 뭐야~~꼭 쥐고 있지... “

말씀을 참 재미있게 하세요~~”

얼굴이 볼그레해진 애기씨와는 반대로 도령은 씨~익 웃는다. 젊은이들과 어느 사이에 격 없이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애기씨, 도련님! 여기서 거기가 어딘데 여기서 찾아다니시나... ”

위치 추적에 여기가 나와요.”

그들의 말로는 그곳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했는데 위치추적을 걸어놓아서 살펴 찾아와보니 이곳이라고 했다. 비밀번호도 안 걸어 놓았고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고 했다.
커피를 한잔씩 마시게 하면서 몇 가지 지혜를 보탰다.
(전화만 하지 말고 꼭 사례를 하겠노라고 문자를 보낼 것.
혹시 노인 양반들이 새벽에 주웠을지 모르니 고물상에도 사례 하겠다고 하고 부탁해 놓을 것.
경찰서나 파출소에 분실신고 할 것.)

그렇게 하겠다고 상냥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젊은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젊음...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아름답고 싱그럽고 풋풋함이 참 예쁘다.
훗날 저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휴대폰 분실한 오늘을 기억하고 웃을 수도 있겠지.
  
낯에 옆 상가 젊은이가 꾸뻑 인사를 하며 휴지 좀 달라고 한다.

화장실 가려는데 물티슈밖에 없어서요.‘

어찌나 급하게 쩔쩔매는지 티슈를 슉슉 뽑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급하게 말했다.

똥 매려요? 하하하하~~

별로 웃을 일없는 요즘에 아침에도 낮에도 젊은이들이 나를 웃긴다.
그래 이렇게 싱거운 웃음이라도 웃자.
거울 속에 비친 까칠해진 내 얼굴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씁쓸하게 입맛을 '~' 하고 다셔본다.

2020년 4월 7일 화요일

봄처녀의 비빔밥

내일 친정아버지 생신인데 일산 기독교공원묘지에 다녀오고 싶어요.“


이 위험한 시기에 어딜 돌아다니려고 해?“

 

그러니까 당신이 태워다 주면 되잖아요.“

 

나 원 참! 돌아가신 분의 생신은 안 챙기는 거야. 추도식이라면 몰라도... 날씨도 춥고 전염병이 도는데 어디를 돌아다니겠다고...“

 

우리 남자는 신경질정도로 단호하게 돌아가신 분의 생신은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며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기념이 아니고 기억하겠다는데 왜 그래요? 잠간 태워다주면 될 것을... !“

 

결국에는 공원묘지에 못가고 찔끔찔끔 몇 방울의 눈물을 훔치면서 혼자 마음을 달래고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1개월 남짓 지나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전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마스크 구매 줄서기가 한창인데 이 몸도 그 긴 줄 중간쯤에 서서 약국 문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마스크 2장사는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엄마 생신이라고 음식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잠간 산에만 갔다 오자는데 빨리빨리 준비하라니까 마스크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아까부터 줄서서 기다렸는데 약국 문을 아직 안 열었어요. 1시간은 더 걸릴 듯해요.“

 

그냥 와! 비닐로 칭칭 싸매고 다니자고.“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어이상실입니다.

 

친정아버지 생신에는 돌아가신 분의 생신은 없는 거라고 불과45일전에 말한 사람이 당신 어머니 생신에는 선산에 가야한다고 시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들어오라고 호통 이십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약국에 마스크가 오후에 들어온다는 약사님의 말씀에 마스크 구입을 포기하고 집으로 급히 달려가니 성격 급한 사람 차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급히 신발을 바꾸어 신고 따라나섰지만 이 남자 얼굴은 이미 굳어있습니다.

하루 이틀 겪어온 성격도 아니고 뛰는 놈 위에 날라 차는 년 여기 있다.

도도한 목소리로 명령을 했습니다.

 

이 기사 운전해!“

 

요즘에는 동네에도 사람이 없는데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주말인데도 차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느 구간에서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아서 1등으로 달렸습니다.

박수도 쳐주면서 말해줍니다.

 

당신 운전 참 잘한다. 우리가 1등으로 달린다. ~!!“

 

심통 난 얼굴을 하고 있던 남자는 기분이 풀렸는지 빙긋이 웃더라고요.

 

풍악도 울려 봐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준비했다는 듯 음악버튼을 꾸~욱 누릅니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어머니

 

내 몸과 내 동생 낳아주시고

 

사랑과 수고로 길러주시네.

 

언제 준비했는지 어머니라는 동요가 들립니다.

(~효 아동 스럽기는...) 하고 생각했지만 조용히 3절까지 귀 기울이고 들었지요.

자기만 엄마가 그리운 것이 아닌데 내 아버지 생신은 모른척하더니 노래까지 준비하면서 엄마 생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 섭섭하고 노여워 순간 울컥하기도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 돌아가시고 한풀 꺾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남편이 측은했습니다.

 

이어서 내가 소싯적 즐겨듣던 john Lannon Mother 제목이 스크린에 보입니다.

나를 위해서 준비 했답니다.

 

아니 이 노래 어디서 구했어요?“

 

어제 애들한테 당신 좋아하는 노래 usb에 넣어달라고 했지.“

나름대로 미안했었는지 정성껏 신경써준 것 같아 서운하고 섭섭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가 싶었는데 또 한마디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뭐 이렇게 궥궥거리는 힘든 노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

 

그런데... 라고 비위 거슬리는 말은 안했어도 좋으련만...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긁다가 웃다가 티격태격하면서 시부모님이 계신 선산에 다녀왔습니다.

 

산속이라서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지만 자연의 귀함을 만나고 왔습니다. 낙엽 사이에서 파릇파릇 새싹들이 올라오고 나무들은 가지마다 잎들을 틔우고 있었어요. 산 아래 마을에 들어서니 목련꽃이 탐스럽습니다.

산들거리는 바람도, 적당히 따뜻한 햇살도 그곳은 코로나19의 걱정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산을 내려오다가 봄에는 노랑꽃 피는 쓴 나물이 몸에 좋다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서 냉이와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달래를 비닐봉투에 한가득 캐고 제비꽃도 몇 개 따왔지요.

집에 돌아와 제비꽃을 넣어 화전을 부치고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냉이 데쳐서 나물 무치고 달래 썰어 양념간장 만들고 피곤함도 잊고 늦은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식탁에 앉고 보니 고추장에 참기름 들기름 섞어 넣어 비빔밥 비벼주시던 친정아버지의 그리운 목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우리 예쁜이 많이 먹어라!

꼭꼭 씹어 먹어라

목 메이지 않게 쑥국 국물도 마셔라.

우리 예쁜이는 먹는데 복이 붙었어.”

 

매운 것을 참느라고 어깨를 들썩이며 받아먹던 아버지 사랑표 봄나물 비빔밥을 오늘은 옆지기를 위해 내가 비비고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비비고 왼쪽으로 비비고~~돈 주고도 먹을 수 없는 봄 처녀의 비빔밥~~ ”

 

장난스럽게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비벼대지만 예쁜이라 불러주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랑 표현 메마른 바리톤의 음성이 들립니다.

 

"밥 더 넣어라~ 짜다.”

 

2020년 3월 2일 월요일

동문서답 Answer

동문서답
 
 
"어디야?"
 
"응 지금 밥 먹었다."
 

"어디야?"
 
"바로 출발할거야."

 
"어디냐고~"
 
"승호가 운전하고 와서 한잔 했어."

 
"어디냐고~"
 
당신 사과 좋아하지? 한 상자가지고 가려고해.
 
 
동문서답은 계속대고 깔깔대며 웃는 여자의 목소리가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참 나 원!
 

Answer
 

"where are you?"
 
"Yes, I ate now."
 
 
"where are you?"
 
"I'm going right away."

 
"Where are you?"
 
"Seungho came to drive and did a drink."

 
"Where are you?"
 
Do you like apples? I'm going to take a box.
 
 
The answer is that the voice of the girl who keeps on squinting and laughing makes a guess.
 


I want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