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자는 이사 익스프레스를 20여년 경영하다보니 남자들이 항상 모이는 곳이지요. 직원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힘들고 고된 노동을 한 뒤라서 식사 때가되면 식당으로 가거나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가끔 사무실에서 회식 비슷하게 재료를 준비하여 먹거리를 준비하는 날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사무실에 방문 하시는 분은 흡족하게 맛을 즐기고 가시는 경험을 하시게 되지요. 계절에 따라 소머리 국밥, 석화구이 회와 매운탕 염소탕 오리백숙 토종닭볶음 돼지 숫불구이 장어구이 등 식당 수준으로 준비를 하게 되지요.
사람들은 음식을 함께 나누면 금방 친해지잖아요. 그렇게 음식을 나누면서 친해지고 그 인연은 오래도록 지속되다보니 자연히 지인 분들은 무엇인가 있으면 사무실로 들고 오십니다.
2014년 지인께서 오리 닭 농장을 하시는데 다 같이 먹자며 오리 2마리를 차에 싣고 오셨습니다. 더운 여름날이라 오는 도중에 한 마리가 죽은 거예요.
모여 있던 남자들은 싱겁게 한마디씩 하면서 웃고 있었습니다. 오리 입장에서 주인 배신에 스트레스 받아서 오는 도중에 자살을 했다느니 이 더운 날에 비닐자루 안에서 일사병으로 죽었다느니 모두 한마디씩 합니다.
그 중에 한분이 살아있는 오리에게 안 해도 될 것 같은 말을 하십니다.
“야 너도 조금 있으면 뱃속으로 들어갈 놈이 꿱꿱 거리기는... 먼 길 오느라 고생했으니 물이나 먹어라!”“
오리가 말을 알아듣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물을 먹더군요.
나도 고기를 좋아하고 먹는 것 좋아하지만 산짐승을 가지고와서 잡아먹자고 모여 있는 사람들이 농담으로 하는 말이 그날은 정말 싫었습니다.
내 표정을 본 우리 집 남자가 한마디 합니다.
”하하~ 이 녀석 말귀를 알아듣나보네? 고개 갸우뚱 하는데..? 봤어? 봤어?“
사람들이 다 같이 웃고 있는데 오리 발목을 끈으로 묶어 큰 개집에 넣어주었습니다.
”아직 어리니까 몇 달 키워서 잡아먹자고...“
그렇게 그날 오리는 살 수 있었습니다.
당장에 줄 먹이를 생각하다가 큰 그릇에 물과 개 사료를 밥그릇에 주니 잘 먹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오리는 개집 안에 조그마한 알 1개를 낳았더라고요.
그 신기함과 기쁨은 우리 식구들을 웃게 했습니다. 복더위와 아주추운 겨울에는 알을 낳지 않는다는데 살려준 인사일까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딸아이가 오리에게 과리 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과과과과 한다고 과리라고 지었답니다.
딸들은 밤이면 사무실 오리집에 가서 물 갈아주고 바닥 청소해주고 산책도 시켜줍니다.
그렇게 작은 공간에서 살기를 만 6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보아온 지인들은 말합니다.
‘이 녀석 명도 길다.’ 며 집 근교에 있는 넓은 공원 호수에 풀어주라는 분도 있고 적응을 못 할 거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제는 마당에서 산책을 즐기는 오리에게 지인께서 하시는 말씀이.
”애는 늙어서 잡아먹지도 못해요. 고기가 질겨서 못 먹어.”
우리 과리가 처음 왔을 때 “야 너도 조금 있으면 뱃속으로 들어갈 놈이 꿱꿱 거리기는... 먼 길 오느라 고생했으니 물이나 먹어라!” 그 말을 했던 그분이 말을 하시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듣다가 꿱꿱하며 두 날개를 크게 펴고 날아서 그분에게 달려드는 거예요. 태권도 선수들의 2단 옆차기로 돌려서 멋진 묘기를 보는듯했습니다. 딸과 저는 통쾌하게 웃는데 그분은 당황하셨어요.
급히 하시는 말씀이...
“이 녀석 말귀를 알아듣나? 알았어. 맛은 없어도 죽으면 그때 먹지 뭐!”
“오리 수명이 20-30년 이래요.”
“그렇게 오래 살면 가죽만 남아서 먹을 것도 없겠군. 아니지... 내가 먼저 갈수도 있겠군.”
농담처럼 진담처럼 하시는 말씀에 웃었습니다.
품에 안아 줄 수는 없어도 주인의 자동차 들어가고 나가는 소리까지 알아듣고 꿱꿱 의사표시를 하는 영리함, 가족을 알아보고 직원들도 모두 알아보는 오리랍니다.
사람들이 들어올 때나 빈손으로 나가면 조용한데 돌아갈 때 무엇인가 물건을 들고나가면 과과과과 심하게 소리칩니다.
나름 도둑을 지킨다는 사명감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 과리가 가장 좋아하는 분은 택배 아저씨와 대형마트 식품부 아저씨랍니다.
무언가 잔뜩 들고 오시고 빈손으로 가시면서 항상 이름을 불러주고 손 흔들어주시거든요.
택배 기사님은 바쁘신 데도 “우리 5년 지기지? 과리야~” 하시며 오늘도 잠시 놀아주고 가셨답니다.
우리 집 반려 오리 과리와 오래도록 기쁨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 요즈음 코로나19 때문에 택배 기사님과 마트 기사님 너무 수고가 많으신데 건강 유의하시고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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