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2일 수요일

3ㅡ사람향기...연구대상


발로 문을 퉁퉁 걷어찬다

문 쪽을 바라보니 복숭아 2상자를 들고 턱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몹시 바쁘다. 문을 열어달라는 뜻이다. 한숨 한번 크게 쉬고 일어나 무표정으로 너 왜왔니?”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 굼뜨기는... 재게 재게 버선발로 뛰어나오지는 못할망정 팔자걸음으로 어슬렁어슬렁 나왔단 말이지?”


“......”


여기 좀 얹어 놓을게 아줌마~~ 에이구~ 저 쌀쌀맞은 면상 하고는...”


못 본척하는 나를 향해 싱글싱글 웃어가면서 책상 위에 복숭아 상자를 올려놓으며 묻지도않는 말을한다.


과일가게 형님이 엄마 갔다 드리라고 싫다는데 자꾸 주네... 선배 형님인데 신세지기 싫어서 만원 주고 왔지돈이 더 있으면 더 드리고 싶었는데 옷 사려고 없는것처럼 만원만 슬쩍 찔러주고 왔어. 나 잘했지 아줌마~~”


물어보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은 말을 혼자 떠들어가며 어디서부터 복숭아를 들고왔는지 팔이 아팠나보다. 분잡하게 팔을 휘휘 돌리다가 행거 기둥에 손등이 긁히고 말았다. 행거를 주먹으로 치는 포즈를 취하더니 그곳에 걸린 여성 인견 원피스와 통바지를 골라 턱으로 싸달라는 신호를 하며 또 혼잣말을 한다. 제어 불가능한 떼쓰는 어린아이 같다.


아줌마~~ 재수 아프다 호 해줘~~”


(어라? 스스로 자신을 재수라고 말하며 대책 없이 어리광까지...대체 뭐야?)


옷 사이즈도 묻지않고 옷값이 얼마냐고 묻지도 않고 9만원을 책상위에 놓고는
 옷을 거두어 쇼핑백에 구겨 넣으며 말한다.

"어제 노동해서 10만원 벌었지. 아줌마~ 8만원은 옷값이고 만원은 맡겨 놓는거야. 그리고 내 옷 멋진거 몇개 골라 놓으라고 했지요? 내가 세번째로 분명히 말 했수다아~~ 난 같은 말 3번 이상 안하거든? 그리고 여기 이거 복숭아 한 상자는 아줌마 맛있게 드시고... 나 오늘은 엄마한테 가야 하니까 이만 굿바이~ 내일 오겠소. 충성!!"


쇼핑백 손잡이를 입에 물
고는 무어라 말 할 시간도 주지않고 아예 싫다고 손사래를 쳐 보지만 복숭아 1상자를 남겨놓은채 갓난아기를 안듯이 복숭아 한상자만 덜렁 가슴에 안고 거수경례를 하고 사라졌다. 할 말을 잊고 혼자 생각한다. 저 사람은 대체 뉘 집 아들일까? 어떻게 왜 저렇게 맘대로 일까?
참 연구대상이다.


* 가는 손님은 뒷꼭지가 예쁘다.
For customers who go, the backseat is pr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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