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31일 수요일

희망의 나라로

공사장 대형 트럭이 지하로 입구에 무리하게 진입하다가 꽉 끼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고한다. 차는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 못했다. 경찰이 출동하고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한 소년이 트럭 운전기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아저씨 예전에 우리 아빠도 그런 적 있었는데요, 타이어에서 공기만 조금 빼면 빠져 나올 수 있어요.”

그 아이의 말을 듣고 트럭기사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타이어의 공기를 조금 뺐더니 트럭은 쉽게 빠져 나왔다. 그 소년의 말을 듣고 그대로 한 기사도 그 현장을 본 사람들도 한가지씩 배우고 돌아갔을 것이다.

"말만 잘하면 공짜!"

누런 상자를 뜯어 굵은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써놓은 글씨를 보며 그곳을 기웃거렸다. 길거리에서 장갑, 목도리를 팔고있는 남자의 눈빛은 광기가 느껴졌다. 세상이 험하고 무서운 사건사고가 많다보니 눈빛만 강렬해도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 되어버린다.
술기운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 것인지 눈도 빨갛고 귀도 빨갛고 목덜미도 몹시 빨갛다. 입술은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 있고 어깨를 움 추리고 서성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나라가 이 모양, 정치가 이따위, 뭐 하는 놈들 잘못으로 나라가 이 꼴이야!  새끼들...탓이야!"

남을 향한 원망과 한탄을 섞어가며 내게 말했다.

"안 그렇소.......?"

대답 없는 내 모습에 머쓱해진 듯 코밑을 언 손으로 연신 문지르며 느닷없이 내뱉는 한마디,

" 전쟁이나 확 터져 버려라...!"

무슨 전쟁이 터지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삶 자체가 전쟁인 것을…. 그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했다.
허름한 잠바차림에 목도리도 하지 않은 불그레한 목선도 그렇고 실장갑이라도 끼고 있으면 좋으련만 시린 듯한 맨손은 손톱부위에 거스러미를 잘못 떼어냈는지 피자국도 보인다. 가끔 손을 비벼대기도 하고 거스러미를 떼어내기도 하면서 독백처럼 원망은 계속되었다. 분노에 찬 남자 분위기에 무관심 한듯 하면서 그중 제일 저렴한 털장갑 한 켤레를 집어들었다. 사실은 그 남자 손에 끼워 주고싶었다.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노파심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그냥 들고 왔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런 내 모양새가 약간 빈 듯한 느낌도 들고….
조금 걸어 올라가니 머리띠 두르고 노래박자 맞춰가며 두 팔 흔들어 시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쌀쌀한 날씨에 꼭 이렇게 해야 만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세상사가 답답했다.

서로가 양보와 타협 없이 부딪히고 끼이고 갈등을 유발하고 대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서로 조금만 바람을 빼고 낮추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을 귀한 생명과 많은 것을 잃고서도 조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소년의 아빠가 경험한일을 트럭 기사에게 알려주어 쉽게 해결되었듯이 오늘의 시위도 예전에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피해와 희생 없는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고 보면 세상에 제일 똑똑한 것도 사람이지만 가장 미련한 것도 곰이 아니고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곰퉁이의 머리로는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헷갈림뿐이다.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 희망의 나라로…, 왜 이 노래가 생각날까...!?
전해질는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내 곁을 스쳐간 사람들에게 이 노래가사를 텔레파시로 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행복한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2008년이여 안녕!!

2008년 12월 27일 토요일

치커리꽃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치커리의 한 종류다.
로사(rossa)는 이탈리아어로 장미처럼 붉다는 뜻으로 적잎치커리 또는 적치커리 또는 적치라고도 부른다. 또한 잎의 생김새가 민들레 잎과 비슷하여 민들레 치커리 라고 부르기도 한다.
맛은 고소한데 저장 다당류인 이눌린과 쓴맛을 내는 고미질, 타닌, 과당, 페쿠틴, 알칼로이드 성분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쓴맛이 난다.
원래는 포기수확을 하는 채소이지만 우리 나라 농가에서는 잎을 하나씩 떼어내서 출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쌈용 채소로 먹고 적색과 녹색이 잘 어우러져 샐러드 채소로 많이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담즙을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다 하여 담석증의 특효약으로 쓰이며, 간장 질환, 이뇨와 해열 등에 쓰인다.
유럽 원산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며 일반적인 재배방법은 상추재배와 같다.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것이 적색발현이 좋고 잘 자란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로사이탈리아나 꽃을 보니 참 예쁘다.

이 사진을 찍던 여름날이 생각난다.
그곳은 어느 주택 옆으로  200평정도의 넓은 주택지다.
그 땅에는 고급 앵글로 기둥을 세우고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쳐놓고 집처럼 대문에는 대형 자물통이 달려있다. 그곳에는 농작물을 화초처럼 가득 심어 가꾸어 놓았다. 화훼 농장보다도 정리, 정돈이 잘되어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해바라기, 앵두나무, 고구마, 고추, 가지, 토마토, 쌈 밥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있는 각종 야채들...
울타리 밖으로는 돌나물, 민들레가 화초보다 더 예쁘다.
그 옆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감탄한다. 프로라고...
내 생각에도 그분은 농작에 프로다.
또 다른 각도로 보면 인색한? 프로이기도 하다.
2년전 처음 이사를 왔을 때 길을 익히려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 들어와서 한참동안 우울했다.
빈 상자나 재활용을 수거하는 노인들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보면서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동네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동네인 반면에 땅이 많아 새로 건물을 건축하여 세를 받아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빈부의 차이를 따지기 전에 노인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유모차를 개조한 끌개에 박스를 주워담아 묶은 할머니 한 분이 지나다가 침을 삼키시며 하시는 말씀,

"저렇게 잘익은 토마토를 저렇게 버리면 어떻게 해...울타리 밖에다 버리면 우리 같은 사람들이 고맙게 먹지....아까워서..."

며칠 후 이른 아침 그 밭에 주인이 꽃이 만발한 치커리를 정리하고 있기에 울타리 가까이 가서 말을 건넸다.

"꽃이 너무 예뻐요. 치커리 꽃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어요."

'이거 귀한 거요. 불로초라고...'

"불로초는 아니고요 치커리..."
'그게 그거라니까.'

"아~~네네!! 사장님 그런데 토마토가 한참 많이 익었는데 왜 안 따세요? 땅에 많이 떨어졌든 데요."

"하하하~`안 딴것이 아니라 녹익은것은 따서 버린 거지, 일부러...'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딸이 미술대학을 다니는데 가끔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 밭은 딸을 위한 밭이라고...
농사지은 것은 많아서 모두 먹을 수 없어서 버린다고...
그럼 팔기라도 하면 되지않느냐고 했더니 몇푼된다고 파느냐는 대답이다.
그럼 이웃이나 원하는 분들에게 나누어주지 않겠느냐고 하니 입을 닫아버렸다.
토마토를 먹고싶어하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토마토나 쌈 종류 야채는 그냥 버리지 말고 밖으로 내 놓아 필요한 분들이 가지고 갈 수 있게 하시면 좋겠다고 했더니 대답이 참 냉정했다.
[버릇되면 안 돼요.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옛말이 있어. 없는 사람들은 한번 주기 시작하면 또 줄 때를 바라지. 그래서 나는 아예 시작을 안 해.... 지나다니면서 좀 달라고 하는 사람도 몇 번 있었지만 딱 짤라 거절했더니 다시는 달라는 말못하지. 왜냐하면 나한테 욕하고 갔거든. 들리지는 않아도 나는 다 알지. 얼굴 표정이 욕하고 있다는 걸, 그렇지만 욕하는 사람이 더 나빠. 내가 공들여 가꾼것을 눈 호강 했으면 그만이지 왜 달라고 하느냐 이말이지. 내 것 내가 버리겠다는 데 왜 즈덜이 욕을 하는지 모르겠어... 누가 없으래? 없이 살수록 자존심은 있어야지 남에게 왜 달라는 거야? 거지처럼 맨 폐지 줍는 인간들 뿐이야 이 동네는....]
뉴스를 보니 해마다 이름도 모습도 보이지 않는 기부천사들의 소식이다. 사랑의 독지가가 또 많은 돈을 주차장에 놓고 갔다는...
가슴이 뭉쿨하다.
주는 기쁨은 얼마나클까.
구세군 자선냄비에 천원짜리 지폐한장 넣는 내 모양새를 나를 아는 누군가보고 째째하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던 부끄러운 마음뒤로 그냥 발걸음 돌리지않은 기쁨이 있었는데...
나눔을 실천하는 천군, 천사들은 알고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서부터 감사의 축복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여름날 추웠던 기억도  이 겨울 따뜻한 뉴스거리도 내 마음 한켠에 담아둔 채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어간다.
아쉬움이 많아도 어찌하겠는가!
가는세월 보낼 수밖에...

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분꽃같은 느낌 샘터 박혜란기자


샘터 박혜란기자에게서 메일이왔다.
설문을 부탁하는 메일, 자신의 일이겠지만 잊지않고 1년에 1.2번은 꼭 안부와 함께...
친근한 기자다. 고맙다.
오랫만에 날아온 메일 한통이 노란 분꽃을 연상하게 그녀의 첫 느낌 만큼이나 맑고 좋은 아침이다.
행복하다는 답장을 보내주고 싶은데...
설문은 설문 일 뿐.
 
물음 1)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아니면 불행하십니까?
 
행복과 불행 저울로 재라면 불행합니다.
 
물음 2) 행복(또는 불행)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땀흘리고 힘들게 일하지만 헤어날 수 없는 빈곤함, 어렵사리 사는 현실이 참 불행한 이유의 90%를 차지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정직하게 살고 있는데 세상의 뉴스거리들은 뇌물 몇 십억이다, 연예인의 출연료가 얼마다 하는 뉴스나 기사들을 접하면 참 우리네 삶이 초라하고 불행하고 죽고싶은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로또의 행운이 내게 와준다면 만져 볼 수 있으려나 제발 그런 뉴스좀 없었으면 나름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비교해가며 불행하지는 않을 것 같은 마음도 들어요.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가난한 현실이 우울하고 불행해요. 경제적 어려움에 마음까지 피폐해 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불행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나를 불행한 쪽 대열에 서게 하는군요.
지금 나는 솔직히 행복하지 않습니다.
불행합니다.
설문은 설문 일뿐 이지만...
내 속내를 담아 답장을 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른지.
정정
지금 행복합니다.

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첫 눈이 왔다구요?


추석에 데인 손등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번에는 손목을...
말랑말랑한 물집이 풍선처럼 달리더니 잠결에 그만 터져 버리고 열흘이 넘도록 고생을 한다.
손이 너무 예쁘다고 두 손으로 턱을 고여 감싸고 사진 찍어 놓으라는 엄마의 말씀을 들을 것을...
상처뿐인 이 꼬라지 손을 사진으로 남겨서 뭣 하려고....

첫눈이 내린다고, 함박 눈이라고 창문이라도 열어보라는딸아이 말을 무시하고 손목에 상처와 씨름을 했다. 첫눈도 반갑지 않고 손만 보면 볼수록 속이 상하고 밉다. 호박 죽을 사 먹을 일이지 한번도 안 해본것을 한다고 잘난체하고 끓이다가 이 모양이 되다니 ...
인터넷에 올라오는 음식 만들기 때문에 내 손이 환란이다.
그저 평소대로 하고 살것이지...
아자!아자! 화이팅!! 까지 외쳐가며 설쳐댈때 알아본 사람도 있지?
내 쓰리고 아픈 손을 쳐다보며 모두 웃어 제끼고 다들 먹어주지도 않고 ...
예의로 큰 녀석은 한컵 먹고서 하는말,

"저는 호박 체질이 아니라서... 건강에 좋대요. 엄마 많이 드세~~용."

작은 녀석이 두컵 먹고 내가 두컵 먹고 다음 날 쉬어서 한 솥단지 다 쏫아버리는 불상사가....
풀떡풀떡 거리는 호박죽 끓는 소리만큼이나 풀떡거리는 그 잘난척이 꼭 문제다.

가렵기는 왜 이렇게 가려운거야, 도대체...
심심하기에 딱쨍이를 살살 건드려서 뜯어 내었더니 이제는 너무 아프다.
으이구~~

버럭

국화꽃 한 다발을 들고 오랜만에 친구와 산에 올랐다. 
지난 봄 건강하게만 보이던 친구남편은 별안간 발견한 간암으로 입원하고 수술하고 사망하기까지 불과 한 달만에 그렇게 허망하게 가셨다. 신도시 개발로 땅값도 많이 오르고 좀 편히 살만해 졌는데, 사람은 한치 앞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간다. 친구 남편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산기슭에 눈이 내린 것 같이 하얗게 피어있는 밤꽃을 보며 금실이 유난히도 좋았던 친구가 울먹이며 말했다.

"올해는 나 혼자라서 밤 주우러 못 오겠다."

"집에서도 가까운데 자주 오면 되잖아. 가을에 밤 주우러 우리 함께 오자. 내년에도 하얀 밤꽃이 산을 덮으면 그때도 함께 오자."

자꾸 울고있는 친구에게 딱히 뭐라고 위로할 말이 없었다. 이별은 슬픈 거니까....
분위기를 바꿔 주려는 듯 남편이 내게 말했다.

"쥔아 늬 밤꽃 냄새 게안나? 역겹지 않나?"

그러고 보니 이른봄에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너무나 좋았는데 전혀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콩국 할 때 약간 덜 삶아진 콩 냄새 같기도 하고 땀 냄새 같기도 했다. 우리는 풀꽃 향기의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왔다. 남편이 무심코 밤꽃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밤꽃이 피면 과부가 바람난다는 말을 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을 텐데 과부라는 표현에 친구의 얼굴을 힐끗 보며 남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런데도 눈치 못 챈 그이는 밤꽃 향이 남성의 정액 냄새가 나기 때문에 외로운 여자들이 밤꽃이 피면 밤에 밤나무 아래에 나와서...

"아..이제 그만 좀 하지..."(버럭)

얼마 전에 탈상을 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어제 남편과 함께 친구를 찾아갔다. 산소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날 내 마음이 난처했던 생각이 나서 친구에게 그이야기를 하고 한참 웃었다. 올해는 밤 수확을 안 했다는 밤나무 아래로 갔다. 나무 잎이 가득 떨어져 발을 옮길 때마다 폭신폭신했다. 밤 송이는 사람들이 이미 따가고 없었지만 아직도 매달려있는 것도 가끔 보인다. 발로 눌러서 까면 밤이 튀어 나왔다. 낙엽을 들추면 알밤이 숨어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밤을 까다보니 손끝과 손톱이 말이 아니다. 그만 가자고 열 번도 더 말했지만 다람쥐가 숨겨놓은 밤이 아직 더 많이 숨겨져 있다며 자꾸 뒤지고 있다.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친구가 속껍질을 벗겨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아..이제 그만 좀 먹지...."

집에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아기처럼 쌔근쌔근 소리까지 내며 곤히 잠든 남편 몹시 피곤했는가보다. 집에 돌아오니 피로가 몰려오고 감기가 오려는지 으슬으슬하여 좀 쉬려는데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낸다.

* 날밤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네... 내 뜻은 절대 아니다. ....
* 내 의지로는 해결이 안 된다, 쥔아 이해해라!
* 정말 못 참겠다, 우째 이리 내전이 안 끝나노? 쥔아, 미안타.

"아~ 정말 ....그만좀 하지."(버럭!!)

2008년 10월 2일 목요일

작두콩


유치원 옆을 지나면 해병대 봉사단 간판이 보이고 직진하면 동사무소, 그 맞은편은 부동산, 그 옆에 전봇대. 작년에 새로 이사하여 길을 익히려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있었다.
부동산 옆 길가 전봇대 옆에는 화분대신 아이스박스에 흙을 채우고 고추나무 2그루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덩굴식물이 전봇대를 타고 높이 올라가 있다. 부동산에서 심어놓은 것이었다. 그 줄기가 찢어질듯이 내 팔뚝 길이만큼 긴 열매가 5개나 달려있었다. 처음으로 본 식물이라서 궁금했다. 문을 빼꼼 열고 서서 물어보니 작두콩이라고 한다. 정말 콩이 작두같이 생겼다. 그 길을 지나칠 때마다 사진을 찍으리라 벼르다가 어느 날 아침 마음먹고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런데 줄기가 찢어지고 잎사귀는 훑어 놓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있고 열매는 하나도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밤에 누군가가 몽땅 따갔다는 것이다.
잘 따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급히 훔쳐가느라고 그랬는지 콩 나무가 엉망이었다.
콩을 심은 사람은 종자 씨라도 받게 1개라도 남기지 너무 하다며 속상해 했다.
올 봄이 되어 다시 그 곳에 덩굴이 올라가고 분홍 꽃이 피었다. 그리고 열매가 11개 열렸다.
올해도 마음먹고 사진을 찍으려고 나갔다. 콩이 아직 여물지는 않았다.
마침 콩 나무를 심은 분과 작년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마주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올해는 안 심으려고 했는데 학교 앞이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볼거리도 되고 자연공부도 된다며 콩 꼬투리가 유별나게 커서 많은 학생들이 이름을 묻는다고 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작두콩을 추억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올해도 심었다고 한다. 맞다. 이런 작은 배려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식물에 관한 진정한 교육이다.

며칠 후 지나가다가 올해는 씨 한 개 주세요 하며 부동산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녀, 한참을 혼자 웃더니 "그래요. 제대로 씨 받으면 드리고 말고요." 하면서 어제의 일 담을 들려준다.
어제 지나가던 할머니 두 분이 주고받는 대화가 너무 웃겼다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따가기 전에 지금 따갈까? 며칠 더 있다가 딸까? 아직 덜 여물었으니 며칠 후에 따자고 하면서 누가 먼저 따 가면 속상해서 어쩌지?' 하며 염려까지 하면서 지나가셨다고 했다.
그녀는 {몰래 카메라 작동 중} 이라고 적힌 프린트한 A4 용지를 전봇대에 붙여놓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그날 밤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다음 날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이틀이 지나 그곳을 지나는데 우짤꼬~~ 콩이 사라졌다.
모두 따가고 콩이 3개정도 들어있는 여물지 않은 깍지 1개가 {몰래 카메라 작동 중}글씨가 지워진 너덜거리는 종이와 함께 흔들거리고 매달려있었다. 그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싶었지만 그녀가 보이지 않아 돌아오면서 할머니들의 대화를 떠올리며  뱃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심고 물주고 영양제 주어 키우면서 추수하면 씨 한 개 주세요 하던 사람들이 여러분이 있었는데 올해도 약속을 못 지키게 되었다고 말하며 전봇대에 감긴 전선줄 사이에 한 개 남은 콩을 콕 끼워놓았다.
그런데 그것 마저....

"아이들은 이런 짓 안 해요. 어른들 손이지...귀신 잡는 해병대 봉사단이 마주 보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콩깍지 사랑..."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이 시처럼 들려왔다.
그녀가 웃는다.
나도 웃었다.



약재에 대하여
약명 ; 도두
작두콩은 장미목 콩과에 딸린 식물이다. 잎자루다 길고 3개의 잎이 달린다. 잎은 끝이 뾰족한 달걀 보양으로 길이 10~20cm, 너비 6~15cm로 상당히 크다. 꽃은 연분홍 또는 연한 자줏빛으로 8월에 피며 길이 3.5cm쯤 된다. 열매는 납작한 꼬투리인데 길이가 20~30cm, 지름이 3~5cm로 모든 콩 중에서 제일 크다. 꼬투리 끝이 굽어 있거나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꼬투리 안에 10~14개의 콩알이 들어 있으며 콩알은 길이 2.5~3.5cm쯤으로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만하다. 작두콩의 특징은 콩의 길이가 콩알 길이의 3/4쯤으로 매우 길다는 점이다.
콩 종류 중에서 크기도 제일이고 약효도 뛰어나며 맛도 여느 콩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종류를 재배하거나, 야생 콩 종류가 자라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약효가 뛰어난 것이 이 작두콩과 쥐눈이콩이다.
작두콩을 한방에서는 도두(刀豆) 또는 협검두(挾劍豆)하고 한다.
약성 및 활용법
치질, 축농증, 중이염, 위염 대장염 등에 큰 효험이 있다
콩 중에서 크기도 제일이고 약효도 뛰어나다
콩의 빛깔은 붉은 색, 흰색, 검은색이 있다.
약효는 놀랍도록 뛰어나면서도 다양하지만 약효를 본다면 흰색 콩의 약효는 다른 색에 비해 낫다고 한다. 작두콩은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여 중초를 덥혀 주고 기를 내리며 신기를 보하여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허한성 딸꾹질, 구토, 헛배부른 데, 신허요통[신장의 기능이 쇠약하거나 지나친 방사(房事)로 인하여 허리가 아픈 증상.]가래, 기침 등에 쓴다. 하루 9~15g을 부스러뜨려 달여 먹거나 거뭇거뭇하게 볶아서 가루 내어 먹는다.
작두콩깍지는 딸꾹질, 구토, 이질에 쓰며, 뿌리는 머리와 허리 아픈 데, 이질, 타박상에 쓴다. 라고 동의학 사전에 기록되어있다.
증상별 적용
▶작두콩 차는 치 농, 구내 염에 특효가 있다.
차를 입 속 전체에 퍼지게 물고있는 듯이 한 뒤에 삼킨다. 대개 10일 이내에 완치된다.
▶치루, 치질이 잘 낫는다.
작두콩을 가루 내어 먹거나 차로 한두 달 먹고 깨끗하게 나은 사례가 있다.
▶축농증, 비염, 중이염에 효과가 좋다.
작두콩은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고 신체의 면역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갖가지 종기나 화농성 질병에 효과가 탁월하다.
▶위염, 위궤양, 장염을 치료한다.
작두콩은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체한 것을 내리며 뱃속을 편안하게 한다.
▶항 암 효과가 높다.
시험관 실험에서 작두콩 추출액이 암세포를 24시간 동안에 95%를 죽이는 것이 확인되었다.
▶천식에도 효과적이다.
작두콩은 가래와 기침을 삭이는 작용이 있어 천식 치료에 효과가 있다.
▶관절염, 요통에 효과가 크다.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이수작용이 있으므로 관절염, 신허요통, 변비, 비만증 등을 두루 치료한다.



개나리 길


이사하고 동네 길을 알려고 아파트 담길을 한바퀴 돌았다.
높은 담장위에 개나리꽃이 만발했다.
현기증 날것처럼 샛노랗다.


오던 길을 돌아다보아도 가는길을 가면서도 아~~소리가 저절로 난다.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생 감자를 갈면서


그다지 어렵게 살지 않았다면서 왜 하필이면 내 돌 때 감자를 삶아 먹어가지고 동네 사람들은 나를 감자라고 불렀다. 
"감자공주가 자라면서 점점 예뻐지네? 늬 돌 때 감자 삶아 먹었는데..."

어린 시절, 그 말이 너무 싫어서 감자도 먹기 싫었다.
자라면서 예쁘다는 말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말끝에 삶은 감자는 예외 없이 등장했다. 말이란 것이 하는 사람 마음이니까 속상해도 들을 수밖에 없다지만 어른들 뿐 만이 아니고 학교에 가면 짓궂은 친구들은 나를 삶은 감자라고 불렸다. 어느 날은 선생님께서도 감자라고 부르시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큰소리로 웃었지만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엉엉대고 울며 가방도 놔두고 집으로 왔던 유년의 추억...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던 날,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날 우리 집 마당에는 전날 캐다놓은 햇감자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학교에 함께 가려고 찾아온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인사는 역시나 감자로 시작했다. 마당에 쌓인 감자를 본 친구가 갑자기 찐 감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마침 내 생일이라 친구들을 초대했다. 하교 후 우리 집에 놀러 온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 엄마는 찐 감자를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주셨다. 13살 내 생일날에도 변함없이 감자를 먹었다.
그날 엄마는 아이들에게 감자를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가져가라고 하셨다.
내 생일에 먹었던 맛있는 감자를 잊을 수 없다던 친구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들로 살고 있는지 그립다. 지금 보면 알아 볼 수는 있을는지....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모두들 건강해라.
가끔 감자를 찌면서 옛날을 추억했는데 지금은 생감자를 갈면서 내 건강을 생각한다.

감자 생즙 6개월 복용으로 위암도 없어진다는 민간요법을 보고 감자생즙 마시기를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변비가 심하고 혈당이 높아서 우유180리터에 감자1개를 갈아서 그대로 마신다. 너무 신기한 것은 일주일만에 변비가 완전히 사라지고 정상혈당으로 돌아왔다. 기쁜 마음으로 지금 꾸준히 실천중이다.

[감자생즙 만드는 법] 
감자는 큰 것이면 2-3개정도 새순과 껍질의 푸른 부분을 없애고 갈아서 짜내면 1컵 정도 생즙이 생긴다. 아침저녁으로 공복에 꾸준히 마신다. 과즙이나 꿀을 조금 타면 마시기에 좋다. 즙을 짜낸 감자찌꺼기는 감자떡을 만들거나 팬에 구우면 맛있는 간식이 된다.
남미가 원산지인 감자는 녹말이 대부분이고 비타민B, C, 칼륨이 주성분이다. 칼륨은 염분의 배설작용과 함께 저 칼로리이기 때문에 미용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옛날부터 아일랜드에서는 막 캐낸 감자를 쪼글쪼글 해질 때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류머티스와 좌골신경통이 낫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감자는 뛰어난 영양식품이다. 비타민B1, B2, B6, 나이아신, 비타민C, K, 카드뮴, 인, 철, 칼슘 등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특히 감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고 물에 녹기 쉽지만 감자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열을 가하면 녹말 질이 막을 만들어주어 조리 후에도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일이나 야채등 수확 후 보관 중에는 비타민C가 급속히 줄어들지만 감자는 보관 중에도 비타민C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감자에는 또한 칼륨도 많아서 요즘과 같이 인스턴트식품 섭취로 과잉되기 쉬운 나트륨을 배출시켜 적절한 염분을 조절 하여준다. 감자를 생즙으로 복용하면 변비가 사라지고 특히 발암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다. 경험으로는 감자생즙  먹기를 3주일정도부터 몸의 컨디션이 달라졌다.

2008년 7월 24일 목요일

파인애플세이지


어젯밤 나는 아버지 꿈을 꾸었다.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던 빨강 사루비아꽃 핀 들길
아빠는 이꽃을 깨꽃이라고 불렀지.
꽃 한닢 쏙 뽑아 쪽 빨아 먹으면 꿀처럼 달콤하다.
해마다 담 밑에 심었 었는데...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며 아버지를 불렀다.
아무 말 없이 가리키는 하늘을 쳐다보니
밤이 아닌데도 무수한 별이 반짝였어.
결코 화려하지 않은 옥색 한복차림의 아버지...
그곳이 천국인가요?

아빠!
아빠가 꿈에 보이면 나 돈이 생기는데...
제가 중절모에 양복 선물 할께요.
아빠 다음에는 멋진 양복 차림으로 제게 오세요.
그런데 아버지 주소를 나는 몰라.
그냥 천국이라고 쓰면 되는거야?

아빠!
내 마음은 외로움으로 가득해요.
사루비아꽃을 보니 너무 그리워요.
아~ 미치겠다.
아버지 보고 싶어서...





2008년 7월 23일 수요일

불쌍한 내새끼

재활용 종이를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깨알같은 글씨가 적힌 수첩속지 몇 장을 발견했다.
메모 종이나 주소, 이름이 적힌 종이는 카터기에 갈아서 버리는데 빠뜨리고 폐지에 섞이었나보다.
친구가 놀러왔다가 적어놓은 사랑한다는 우정의 메모,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간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시간에 3000원 하루에 12시간에서 15시간...
그렇게 도대체 몇 년인가.
며칠전 아이는 아르바이트에서 짤렸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불쌍한 내 새끼....
창자가 다 녹는것같은 느낌이다.
악~~!
눈물이 폭포수같이 쏱아진다.

2008년 7월 21일 월요일

능소화


능소화는 상민의 집에 심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칠 만큼 엄격하게 양반 집 정원에만 허용되었던 꽃이라고 한다. 양반 꽃이라고 부를 만큼 꽃이나 잎이 품위 있고 우아하다.
꽃잎은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한 데 붙어 있는 통꽃이다. 그래서 질 때도 그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활짝 핀 상태 그대로 떨어진다. 그 모습까지도 죽을 때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던 옛 선비의 기개를 닮은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능소화를 양반 꽃이라 부르고 일반 백성 집에서 능소화가 발견될 시 관가로 끌고 가서 곤장까지 쳤다는 것은 욕심 많은 양반님네들의 이기심 때문에 능소화를 못 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권력 남용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꽃을 보고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직하고 해야 할 권리가 있건만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지도 못하게 하고 만져 보지도 못하게 했다는 것은 참 너무 했다. 그뿐인가? 능소화 꽃가루가 눈을 멀게 하는 독소가 들어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 왔다. 그러나 그런 독소는 없을 뿐만 아니라 끈적끈적한 갈고리 모양의 꽃가루 자체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꽃이 시들기 전에 통 채로 빠지므로 꽃가루는 날리지 못한다는 생태 환경 연구소에 연구 발표가 있었다. 능소화의 잘못된 소문 때문에 지금 이 시대에도 송두리째 잘라버리고 뽑아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덩굴 가지에 흡근이 있어서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면 담쟁이도 연상되고, 가운데 난 줄무늬 때문에 나팔꽃도 연상시키는 능소화를 관상용으로 더 많이 심어서 능소화 휘휘 늘어진 줄기마다 활짝 웃는 꽃송이를 많은 사람들이 살짝 만져도 보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보아도 좋으리라.


빗방울 떨어지는 밤에.


능소화 연가 - 이해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 이애인 수녀의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中에서


동트는 아침나절에 찍었는데 참 싱그럽다.
요즘 흐드러지게 많이피어 있다.
건강미가 넘친다.

화성 어천 저수지 낚시터 매점 식당 울타리에 핀꽃.


천국과 위험천국

우리 집 뒤는 막다른 골목길이다. 
집안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대 여섯 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주변에 고입 학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중3이나 고1? 정도의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데 "뭘 봐!" 하는 표정과 눈초리에 당황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저기~~우리집에 갓난 아기가 자고 있거든...떠들지 않기다."

여름에도 아주 어린 남학생에게 여기서 담배 피지 말라고 했더니 심한 욕을 하는 것을 겪었기에 환기도 못 시키고 창문을 얼른 닫았지만 신경이 온통 밖으로 나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부모님이 스키장으로 휴가 떠나고 없는 주말 새벽에 한 친구의 집에 모여서 다음날 새벽까지 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여학생이 책임지고 친구 한 명을 데리고 함께 오겠다는 약속과 약속을 못 지키면 혼자 두 명을 상대하겠다는 거침없는 발언까지 한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다른 각도에서 촬영을 할 것이며 이미 대본대로 남녀는 여러 번 연습을 했다는 것과 특별한 경우에는 남자 배우를 교체 할 수도 있는데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 해도 촬영이 끝날 때  까지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구두의 약속까지 대충 이야기 내용은 섹스 동영상을 찍겠다는 것이었다. 여배우의 길을 선택한 여학생의 웃음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안타까움에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머! 어머! 저느므 시끼들 작당들을 하고 있네, 야~ 이늠들아~~!!"

"애들아! 아직 너희는 어리잖니? 어른이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을..."

용기를 내어 무식하게 야단을 칠까? 아니면 교양 있게 차원 있는 강의 스타일로 충고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무서운 생각이 나의 마음을 붙잡아 앉힌다.
이런!! 어른이 되어 가지고 나만의 안전을 위하여 비겁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은 어느새 문고리 잠금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저 아이들의 부모들은 설마 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내 아이 만큼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착하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다. 행여 잘못되는 일이 생기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계획된 일들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내가 그 나이 때를 돌이켜보니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포르노 배우를 꿈꾸게 했을까.
아직은 이른데...
사랑하는 나의 자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세심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글은 1월5일 춥던 어느날 썼던 글이다.
여성 포털 싸이트에 이글을 올렸었다.
많은 염려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 기억나는 댓글이 있다.
정말 이냐고...
지금 소설쓰느냐고 설마 그런일이...
일부 불량 청소년들 아니겠냐고...
어떤이는 동네가 후졌다고...
나는 답글을 잘 안쓰기 때문에 달린 댓글이 부담스러워서 글을 삭제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불과 몇달이 지난 5월 어느날 모처 초등학교에서 집단 성폭행이라는 기사가 메스콤을 떠들썩하게했다.
마음이 착찹했다.
학교에서까지...

토요일,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시외버스 터미널은 피서를 떠나는 청소년들로 시끌벅적했다.
바닷가에 도착해서 부터 돌아오는 1박 2일의 짧은 우리가족 여름휴가는 중복이 오기전에 흉내만 내고 돌아왔다.
이여름 바닷가는 젊은이들의 천국이다.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위험 천국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젊은 날의 순간순간들이 좋은 추억만 담을수 있는 여름이 되길 바램한다.

2008년 5월 15일 목요일

엄마 살아계실때

오월의 푸른 잔디와 들꽃들이 엄마 무덤 가를 덮고 있습니다.
오늘 어머니 앞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합니다.
자식들이 다녀갈 때면 언제나 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이미 보이지 않는 신작로를 향해 손을 내 젓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가던 길을 자꾸 되돌아봅니다.
침상이 너무 크게 보일 정도로 작아지신 몸으로 이 못난 자식
기다리다 방 한 구석에 지쳐 쪼그린채 앉아 잠들어있던 모습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엄마 살아 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뵐 것을,
엄마 살아 계실 때 더 많이 만져 볼 것을
엄마 살아 계실 때 더 많은 이야기 할것을
엄마 살아 게실 때...
엄마 살아 게실 때...
허공을 향해 외치는 후회 막심한 사랑 외침이 지금은 아무소용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제 삶이 복잡하고 힘들어서 제 설움
에 더 크게 웁니다.

어머니 용서해 주세요

2008년 5월 4일 일요일

목련꽃을 보면 슬프다.






순백의 백목련과 자주 빛 자목련.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우아하고 숭고한 목련꽃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추운 겨우내 몽우리를 품고 있다가 어느 날 불현듯 큰 꽃망울을 만든다. 
'아니! 목련 꽃망울이?'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며칠 사이 활짝 피어있어서 '와~~'하고 탄성이 나오게 하는가 하면 또 며칠 사이 꽃닢은 각자 흐터져 땅 바닥에 허옇게 떨어져있다. 
다른 꽃들처럼 아름다움을 다하고 질 때 색깔이 퇴색하고 시들고 꽃잎이 말라 비틀어져도 떨어지기 아쉬운 듯 그렇게 매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활짝 핀 아름다운 꽃잎을 제각기 투신하듯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목련은 왠지 분위기가 슬퍼 보인다.
오늘 목련꽃 사진을 보니 강이가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 기억난다. 
교정이 참 아름다운 학교다. 개나리길이 있는가하면 교목이 목련이라서 그런지 학교 교정에 목련나무가 많이 있다. 그 중에는 아주 오래된 큰 자목련 나무도 있다. 금강의 담임이신 국어선생님이 그 자목련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3층에서 내려다보니 아래는 하얀 세상이다. 쉬는 시간에 창문 밖을 모두 내다보고 느낌을 시로 표현해도 좋고 산문을 써도 좋다.'고 말씀 하시며 과제로 내 주셨다고 한다. 강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그 나무가 너무 궁금해서 하교 길에 목련 나무 아래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엄마! 나는 목련나무 아래 떨어진 것들이 휴지인줄 알았어요.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주웠더니 꽃잎이었어. 무슨 꽃이 그렇게 두껍고 큰지... "

예상 못한 일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친구들이 목련꽃의 아름다운 시를 지을 때 내 딸아이는 휴지인줄 알았다는 글을 썼다.

"휴지인줄 알았다."고 한 줄을 써놓고 울고 있는 아이를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는 것 외에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주먹만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팽창하듯이 막더니 사흘동안 나는 실어증을 겪었다.

그날의 기억도...
오늘의 현실도...
사진 일 뿐인데 목련꽃을 보니 나는 슬프다. 

2008년7월2일 삼성의료원에서 망막 수술을 마치고 입원중에 있는 강의 회복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