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일 목요일

작두콩


유치원 옆을 지나면 해병대 봉사단 간판이 보이고 직진하면 동사무소, 그 맞은편은 부동산, 그 옆에 전봇대. 작년에 새로 이사하여 길을 익히려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있었다.
부동산 옆 길가 전봇대 옆에는 화분대신 아이스박스에 흙을 채우고 고추나무 2그루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덩굴식물이 전봇대를 타고 높이 올라가 있다. 부동산에서 심어놓은 것이었다. 그 줄기가 찢어질듯이 내 팔뚝 길이만큼 긴 열매가 5개나 달려있었다. 처음으로 본 식물이라서 궁금했다. 문을 빼꼼 열고 서서 물어보니 작두콩이라고 한다. 정말 콩이 작두같이 생겼다. 그 길을 지나칠 때마다 사진을 찍으리라 벼르다가 어느 날 아침 마음먹고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런데 줄기가 찢어지고 잎사귀는 훑어 놓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있고 열매는 하나도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밤에 누군가가 몽땅 따갔다는 것이다.
잘 따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급히 훔쳐가느라고 그랬는지 콩 나무가 엉망이었다.
콩을 심은 사람은 종자 씨라도 받게 1개라도 남기지 너무 하다며 속상해 했다.
올 봄이 되어 다시 그 곳에 덩굴이 올라가고 분홍 꽃이 피었다. 그리고 열매가 11개 열렸다.
올해도 마음먹고 사진을 찍으려고 나갔다. 콩이 아직 여물지는 않았다.
마침 콩 나무를 심은 분과 작년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마주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올해는 안 심으려고 했는데 학교 앞이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볼거리도 되고 자연공부도 된다며 콩 꼬투리가 유별나게 커서 많은 학생들이 이름을 묻는다고 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작두콩을 추억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올해도 심었다고 한다. 맞다. 이런 작은 배려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식물에 관한 진정한 교육이다.

며칠 후 지나가다가 올해는 씨 한 개 주세요 하며 부동산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녀, 한참을 혼자 웃더니 "그래요. 제대로 씨 받으면 드리고 말고요." 하면서 어제의 일 담을 들려준다.
어제 지나가던 할머니 두 분이 주고받는 대화가 너무 웃겼다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따가기 전에 지금 따갈까? 며칠 더 있다가 딸까? 아직 덜 여물었으니 며칠 후에 따자고 하면서 누가 먼저 따 가면 속상해서 어쩌지?' 하며 염려까지 하면서 지나가셨다고 했다.
그녀는 {몰래 카메라 작동 중} 이라고 적힌 프린트한 A4 용지를 전봇대에 붙여놓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그날 밤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다음 날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이틀이 지나 그곳을 지나는데 우짤꼬~~ 콩이 사라졌다.
모두 따가고 콩이 3개정도 들어있는 여물지 않은 깍지 1개가 {몰래 카메라 작동 중}글씨가 지워진 너덜거리는 종이와 함께 흔들거리고 매달려있었다. 그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싶었지만 그녀가 보이지 않아 돌아오면서 할머니들의 대화를 떠올리며  뱃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심고 물주고 영양제 주어 키우면서 추수하면 씨 한 개 주세요 하던 사람들이 여러분이 있었는데 올해도 약속을 못 지키게 되었다고 말하며 전봇대에 감긴 전선줄 사이에 한 개 남은 콩을 콕 끼워놓았다.
그런데 그것 마저....

"아이들은 이런 짓 안 해요. 어른들 손이지...귀신 잡는 해병대 봉사단이 마주 보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콩깍지 사랑..."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이 시처럼 들려왔다.
그녀가 웃는다.
나도 웃었다.



약재에 대하여
약명 ; 도두
작두콩은 장미목 콩과에 딸린 식물이다. 잎자루다 길고 3개의 잎이 달린다. 잎은 끝이 뾰족한 달걀 보양으로 길이 10~20cm, 너비 6~15cm로 상당히 크다. 꽃은 연분홍 또는 연한 자줏빛으로 8월에 피며 길이 3.5cm쯤 된다. 열매는 납작한 꼬투리인데 길이가 20~30cm, 지름이 3~5cm로 모든 콩 중에서 제일 크다. 꼬투리 끝이 굽어 있거나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꼬투리 안에 10~14개의 콩알이 들어 있으며 콩알은 길이 2.5~3.5cm쯤으로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만하다. 작두콩의 특징은 콩의 길이가 콩알 길이의 3/4쯤으로 매우 길다는 점이다.
콩 종류 중에서 크기도 제일이고 약효도 뛰어나며 맛도 여느 콩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종류를 재배하거나, 야생 콩 종류가 자라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약효가 뛰어난 것이 이 작두콩과 쥐눈이콩이다.
작두콩을 한방에서는 도두(刀豆) 또는 협검두(挾劍豆)하고 한다.
약성 및 활용법
치질, 축농증, 중이염, 위염 대장염 등에 큰 효험이 있다
콩 중에서 크기도 제일이고 약효도 뛰어나다
콩의 빛깔은 붉은 색, 흰색, 검은색이 있다.
약효는 놀랍도록 뛰어나면서도 다양하지만 약효를 본다면 흰색 콩의 약효는 다른 색에 비해 낫다고 한다. 작두콩은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여 중초를 덥혀 주고 기를 내리며 신기를 보하여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허한성 딸꾹질, 구토, 헛배부른 데, 신허요통[신장의 기능이 쇠약하거나 지나친 방사(房事)로 인하여 허리가 아픈 증상.]가래, 기침 등에 쓴다. 하루 9~15g을 부스러뜨려 달여 먹거나 거뭇거뭇하게 볶아서 가루 내어 먹는다.
작두콩깍지는 딸꾹질, 구토, 이질에 쓰며, 뿌리는 머리와 허리 아픈 데, 이질, 타박상에 쓴다. 라고 동의학 사전에 기록되어있다.
증상별 적용
▶작두콩 차는 치 농, 구내 염에 특효가 있다.
차를 입 속 전체에 퍼지게 물고있는 듯이 한 뒤에 삼킨다. 대개 10일 이내에 완치된다.
▶치루, 치질이 잘 낫는다.
작두콩을 가루 내어 먹거나 차로 한두 달 먹고 깨끗하게 나은 사례가 있다.
▶축농증, 비염, 중이염에 효과가 좋다.
작두콩은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고 신체의 면역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갖가지 종기나 화농성 질병에 효과가 탁월하다.
▶위염, 위궤양, 장염을 치료한다.
작두콩은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체한 것을 내리며 뱃속을 편안하게 한다.
▶항 암 효과가 높다.
시험관 실험에서 작두콩 추출액이 암세포를 24시간 동안에 95%를 죽이는 것이 확인되었다.
▶천식에도 효과적이다.
작두콩은 가래와 기침을 삭이는 작용이 있어 천식 치료에 효과가 있다.
▶관절염, 요통에 효과가 크다.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이수작용이 있으므로 관절염, 신허요통, 변비, 비만증 등을 두루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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