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4일 일요일

목련꽃을 보면 슬프다.






순백의 백목련과 자주 빛 자목련.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우아하고 숭고한 목련꽃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추운 겨우내 몽우리를 품고 있다가 어느 날 불현듯 큰 꽃망울을 만든다. 
'아니! 목련 꽃망울이?'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며칠 사이 활짝 피어있어서 '와~~'하고 탄성이 나오게 하는가 하면 또 며칠 사이 꽃닢은 각자 흐터져 땅 바닥에 허옇게 떨어져있다. 
다른 꽃들처럼 아름다움을 다하고 질 때 색깔이 퇴색하고 시들고 꽃잎이 말라 비틀어져도 떨어지기 아쉬운 듯 그렇게 매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활짝 핀 아름다운 꽃잎을 제각기 투신하듯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목련은 왠지 분위기가 슬퍼 보인다.
오늘 목련꽃 사진을 보니 강이가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 기억난다. 
교정이 참 아름다운 학교다. 개나리길이 있는가하면 교목이 목련이라서 그런지 학교 교정에 목련나무가 많이 있다. 그 중에는 아주 오래된 큰 자목련 나무도 있다. 금강의 담임이신 국어선생님이 그 자목련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3층에서 내려다보니 아래는 하얀 세상이다. 쉬는 시간에 창문 밖을 모두 내다보고 느낌을 시로 표현해도 좋고 산문을 써도 좋다.'고 말씀 하시며 과제로 내 주셨다고 한다. 강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그 나무가 너무 궁금해서 하교 길에 목련 나무 아래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엄마! 나는 목련나무 아래 떨어진 것들이 휴지인줄 알았어요.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주웠더니 꽃잎이었어. 무슨 꽃이 그렇게 두껍고 큰지... "

예상 못한 일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친구들이 목련꽃의 아름다운 시를 지을 때 내 딸아이는 휴지인줄 알았다는 글을 썼다.

"휴지인줄 알았다."고 한 줄을 써놓고 울고 있는 아이를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는 것 외에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주먹만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팽창하듯이 막더니 사흘동안 나는 실어증을 겪었다.

그날의 기억도...
오늘의 현실도...
사진 일 뿐인데 목련꽃을 보니 나는 슬프다. 

2008년7월2일 삼성의료원에서 망막 수술을 마치고 입원중에 있는 강의 회복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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