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3일 화요일

입에는 말이적고



얼마 전 한 달에 한번 모이는 친목 모임이 있었다.
아끼는 후배가 가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어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남편과의 별거로 오랫동안 고민하고 갈등하고 마음 아파하는 그녀였다. 그러니 당연히 그녀는 수다 잔치의 재물이 되었다. 걱정으로 시작된 화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 대한 나쁜 평가로 바뀌었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내용에 추정이 보태지고, 나쁜 의미의 말들이 덧붙여지기도 하더니 끝내는 험담을 즐기는 분위기로 막을 내렸다. 그 동안 몰랐던 많은 이야기를 들으니 놀랍기도 하고 그녀에게 크게 실망하게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되새기며 정곡을 찌르는 아픈 말을 서슴지 않고 했다.

"별거 동기가 너 때문이라면서? 너, 마귀가 씌었구나. 늬 남편과 차라리 이혼해라. 너 같은 인간을 나는 경멸한다. 여우 짓거리 그만 하고 정신 챙겨라."

너무 많은 자존심을 건드렸다. 더 심한 말도 했다.
그녀는 나에게라도 위로 받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리 바른말을 해 준다해도 듣는 입장에서는 싫은 것은 당연지사고 염려도 조언도 지나치면 서운한 것이다. 엎어 졌으면 뒤집어지지나 말든지. 그들과 함께 흉보고 돌아서서 불과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 세워 모진 말을 뱉어 버렸다. 내뱉어 허물을 만들기보다 침묵하는 편이 나았을 것을...

"언니, 죄송해요."

그녀가 왜 나에게 죄송하다고 해야하는 것인지, 내가 왜 그녀에게 사과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말이라면 침묵하고 있을 것을, 괜스레 나서서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 친하면 친할수록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조심해야 할 것이 말이건만,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보니 할 때는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가 남았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데 내말 속에는 사랑이 없었다.

"마귀가 씌었구나!"

내가 내뱉은 말을 생각하고 또 하고 내 안에 사랑이 없었음을 후회했다. 그녀에게 해댄 폭언은 내게 몇 갑절 큰 아픔이 되어 돌아왔다.

`입안에는 말이 적고 마음에 일이 적고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성자도 될 수 있다.`

법정스님의 오두막편지 표지에 쓰여있는 글을 문득 다시 곱씹어본다.
성자는 고사하고 금세 후회할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앞으로 말을 조심해야 할 일이다.

2007년 샘터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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