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쯤 대궐 같은 친구 집에 놀러갔던 날 종류별로 식구별로 수납 약장에 세워놓은 각종 비타민, 철분제, 영양제를 부럽게 쳐다보았었다.
"이거 미제니?"
"거기 있는거 다아~~비싼거야~~!!"
동문서답만 하며 저녁을 한다기에...
"집에서도 매일 먹는 밥, 밥은 뭬하러 하니 약이나 종류별로 꺼내라 밥 대신 나도 한번 먹어보자...."
몇 번이고 만지작거려도 약은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며 한 알갱이도 안주던 얄미운 가스나이~~!!
그 영양제 한 알갱이 먹어보고 싶었던 그날, 약병에 과일 그림을 심통으로 살짝 찢어놓고 세침 떼고 있었는데 나에게는 해당사항 없는 다이어트 약이라며 왜 약병 그림을 찢었느냐고 따지기에 병뚜껑이 안열려서 찢었다고 변명했더니 조류라고... 새대가리라고... 지치지도 않고 놀려 대더니 부자 집 마나님이 오늘 이 더운 날에 어지러워서 입원을 했다는 전화를 받고 퇴근길에 잠시 들렀다.
"스트레스 어지럼증 같아!"
"부자도 쓰러질 정도로 북 받치는 스트레스를 받니? 기집애야~ 엄살떨지 말어! 풍요로움 속에서 쓰러지는 스트레스 나는 단 하루만이라도 겪어보고 싶다."
환자가 뒤바뀐 것처럼 친구는 명랑하게 말하고 나는 힘없이 의자에 걸터앉았다가 돌아왔다.
며칠이 지났다.
전화기 속에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더니 재수 없게 나 췌장암 같다는데 너 어떻게 생각하니?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무섭고... 보고 싶다 친구야!"
숙아!
힘내라.
속히 건강 되찾기를 기도한다.
속히 건강 되찾기를 기도한다.
조류라고, 새대가리라고 놀리면서 잘난척하는 네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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