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2일 일요일
만병 통치약
낮에 일하다 허리를 삐걱했다는 그이가 걱정이 되었지만 괜찮을 거라고 병원은 절대로 안가겠다고 버티더니 밤이 되니 꼼짝도 못했다. 집 앞이 한의원이니 문 닫기 전에 가자고 했더니 침은 무서워서 못 맞겠다고 버틴다. 뿌리고 바르고 붙이고 파스만 머리맡에 진열을 해놓고 번갈아 가며 붙들고 있으니 이제는 파스 냄새 때문에 머리까지 마비되는 것 같다. 머리 아파서 안되겠다고 파스를 모두 치우자고 말하니 "잠깐!"하더니 피할 겨를도 없이 내 이마에 물파스를 쓱~하고 문지른다.
순간 화끈하더니 눈을 뜰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슬쩍 밀쳤는데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그이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은 구급차 부르고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갔다. 옷을 들추니 궁둥이에서 허리를 거쳐 등까지 덕지덕지 붙어있는 파스가 보인다.
"도대체 몇 장이야. 많이도 붙이셨네...."
파스를 떼어 내는 간호사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지 계면쩍게 웃는 나를 흘깃 쳐다보며 덧니를 살짝 드러내고 약간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등에 털이 많으셔서 좀 따가울 텐데..."
간단한 절차를 밟고 결국은 입원했다.
삐걱했을 때 시간지체하지 말고 바로 병원에 왔으면 고생 덜했을 거라고 간호사의 말이다.
"파스만 믿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뭉갰네."
"파스가 무슨 만병 통치약이랍니까?"
꼼짝달싹도 못하고 누워있는 남편과 옥신각신 하며 시중드는 나의 모습이 천사 같다고 옆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가 말한다. 칭찬을 받으니 쑥스럽기도 하고 더 잘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흘러가는데 아주머니가 또 한마디하신다.
"아픈 사람이야 환자니까 그렇다 치고 간호하는 사람이 더 힘들고 아프다고요. 저 다리 부운 것 좀 봐! 좀 앉아요,"
내 다리가 무 우 다리인 것을 이미 알고있는 남편이 눈동자를 옆으로 내려 깔며 빙그레 웃는다. 밝히지 말라는 뜻으로 귓전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내 다리는 너무 두꺼워, 대포 굴뚝같애, 그치!"
"아~하하하!!! 아고고고고.... 늬 내 죽이려고 작정했나~~"
환자 웃기지 말라고 간호사에게 한마디 들었다.
mbc 여성시대 2부 시그널 맨트 10월5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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