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일 수요일

엄마에게 가는길

살아생전 빨강 꽃,
가신 님께는 하얀 꽃,
들은 풍월은 있어서 빨간 카네이션 꽃송이를 만지작거리다가 하얀 카네이션 두 송이에 얌전하게 리본을 묶었다.
부모님께 가는 길, 한참을 달렸다.
 
힐끗 쳐다본 옆자리에 놓인 두 송이 흰색 꽃이 왜이리 쓸쓸할까.
마음이 횡 하니 허전하다.
가던 길 되돌아서 다시 그 꽃집으로 향했다.
빨강 노랑 분홍꽃 한아름 골라 꽃바구니에 채우고 연분홍 리본을 달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래봐도 저래봐도 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다.
살아생전 잘할 것을...
곁에 계실 때 더욱 살갑게 할 것을...
 
부모님 무덤 가에 햇님의 뜨거운 눈빛을 피하고 싶은지 고개를 푹 숙인 자주색 할미꽃 한 송이가 피어있다.
소박하고 청순한 어머니의 모습 같아 만지지도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단장된 잔디를 괜스레 뜯어내며 꺽꺽대는 눈물바람도, 사실은 그리움 핑계 삼은 내 설움의 통곡이 더 크다. 기도하고 쓰다듬고 언제 다시 온다는 기약 없이 돌아섰다. 아마도 내 마음이 기쁠 때 보다 쓸쓸하고 외로울 때면 다시 찾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언제 울었느냐는 듯 운전대를 잡은 손으로 박자까지 맞추며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그 다음은 모르는데도 끝이 안 나고 입 속에서 계속 돌고 돌아서 나온다.
내가 왜이래 하며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입에서 흥얼거리고있다.
껌을 씹어도 그 노래가 나온다.
밥 먹고 양치까지 했건만 또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오는 걸까? 내 입 좀 누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겟다.
늦게 귀가한 옆 지기가 말한다.
 
 
"비도 많이 왔는데 아버지 어머니 산소 잔디는 잘 정리되었던가? 함께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 마음도 전했겠지?"
 
피곤해서 눈꺼풀이 감기는 사람을 붙들고 하루일과를 보고한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것도 엄마 같았어.
허리가 구부러진 것도 엄마 같았어.
반쯤 피어있는 꽃을 보면서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싶은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
난 확실히 좀 부족 한가봐!
할미꽃이 엄마인줄 착각하고 꽃에게 말하고 꽃보고 울었어.
뜨거운 햇볕아래 다소곳한 그 모양이 어떻게 보였는지 알아?
당신하고 연애 할 때 집에 안 들어갔던 그날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염려하며 뜬눈으로 밤 세워 기다리던 엄마의 모습 같았어."
 


"봐라~봐라!! 단편 이가, 장편 이가... 소설 그만 쓰고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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