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18일 토요일

갯 메꽃

바다낚시를 자주 가는 친구부부의 안내로 우리부부는 영흥도라는 바닷가에 도착했다.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사는 게 뭔지 늘 생각만 간절하던 바다낚시였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드디어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즐거움의 도가니였다.
큰고기 작은 고기 횟집에서 보았던 녀석들도 보이고 이름도 모르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를 잡았다. 낚시의 즐거움도 벅찬데, 보너스의 즐거움도 있다. 골뱅이 조개 게 해삼 성게 등을 잡는 것도 즐거움의 한 부분이었다. 물이 빠지면 왕성한 번식력을 가졌다는 어른 손바닥만한‘바다의 포식자 불가사리까지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았다.

평소에 회는 별로 즐기지 않지만 그곳에서 먹는 회 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2박3일 동안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마지막까지 바닥 날만큼 낚시를 즐겼다. 바닷가 작은 산등성이에 해풍을 맞으며 피어난 이름 모를 야생화의 아름다움도 일품이었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방파제 끝 비스듬한 언덕 돌 틈 사이에 갯 메의 푸르고 싱싱한 줄기들이 뻗어 내려와 자갈을 침상 삼아 기지개 펴듯 누워있는 모양은 그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그곳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선 비린내는 향수라 치더라도 생선 썩는 냄새가 참기 힘들게 악취를 냅다 풍기고있었다. 아무리 견디려 했지만 머리가 정신을 놓아버리려 한다.

"요것 봐! 요것 좀 봐봐!! 요따위짓거리 한 것들 뉘란 말이여 어!?
담배꽁초, 고추장 통, 비닐 봉지, 지렁이 상자…  에~구~ 김치 쪼가리도 있고…, 낚시꾼들 짓이여!!! 거럼! 낚시꾼들 짓이여! 쓰글 잡늠들 요따고 행동거지랄 하면 벌받을 기여! 하므….
오~메! 껌 밟았네, 요건 또 오똔 뇬 이 뱉은 겨… .
으~ 이구! 못해 먹것다. 못해 묵것써!"

아침나절 주차장근처 꽃밭 옆, 행 길을 청소하던 아주머니 두 분이 하이 소프라노 목소리로 낚시도구 챙기는 나를 향해 들으라는 듯이 하던 말이 머리 속에서 가시질 않아 씁쓸한데 이곳은 도대체 뉘 한 짓이란 말인가! 생선을 이리 많이 상자 채로 버리려면 왜 잡아 왔단 말입니까?
나는 바닷가방파제가 끝나는 그곳에 상자 채로 수북하게 버려져 썩고 있는 그 광경을 보면서 무슨 사정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좋았던 시간 한가운데 옥에 티로 남아있을 기억이다.

그 옆 돌 틈 사이에서 뻗어 내려온 아름다운 갯 메의 줄기는 힘차고 건강하게 뻗어 언덕 아래 자갈밭을 뒤덮고있었으나 식물도 냄새를 맡는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아무리 식물이지만 솔직히 인간의 비 양심을 보인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검은 해녀 복을 갖춰 입은 여인의 모습처럼 그렇게 싱그럽고 건강미가 넘치는 갯 메 덩굴, 다음해에도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돌아왔다.
물론 쓰레기 더미는 버린 사람이 양심 껏 자진해서 치워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먼저 하면서 말이다.

아… 즐거움 또 하나,
똥꼬에 새끼손가락 만한 똥을 달고 꼬리 흔들며 따라다니던 식당에서 키우는 덧니 박이 시추 녀석도 웃음을 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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