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내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수입코너에서 나온 경찰 1명이 내게로 걸어온다. 수입코너 사장님께서 신고자가 옷 방 이라고 했다며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이런!
이래서 불의를 보고도 다들 모른척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찰에게 당부했다.
“경찰관님! 혹시라도 내가신고 했다는 것은 비밀 이예요~~.”
“원칙이지요. 절대 비밀입니다.”
본대로 사실대로 사건을 말했다.
그렇게 주차장은 조용해지고 재수와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어제 놓고 간 복숭아 상자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린 채 말한다.
“아줌마 복사 안 먹었어? 복사가 여기서 밤을 새웠단 말이야? 날이 이렇게 더운데 다 녹았겠다 열어봐! 열어봐봐~아! 얼렁~~요.”
“복숭아는 털이 있어서 여기서는 상하지 않아요. 오늘 집에 가서 잘 먹을게요.“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쳐다보는 눈이 웃고 있다. 말투는 반말로, 행동은 반항하는 사춘기 소년 같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이 손님인지 옷 방주인 인지 나로서는 구별이 안 되는 분류의 남자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굽혀 한손으로 책상에 턱을 고이고 무엇인가 자꾸 말을 한다.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혼자 신났다.
”아줌마 여행 좋아해? 아니지 뚱뚱한 거 보니 먹는 거 좋아 할 거야. 안 봐도 비디오야~~겨울에 저기 청계산 속에 가봤어? 거기가면 빙어 살아있는 놈들... 펄펄 뛰는 거 그거 빙어 먹어봤우? 탤레비에 나오는데 낚시로 잡아서 초장 찍어서 맛있게 먹던데 난 그거 못 먹겠더라구..."
"청계산에서 낚시를 해요?"
"에고~~ 순진하기는... 설마 청계산에서 낚시 할리가 있겠습니까? 천막 포장마차가 있는데 수족관에서 건져서 팔더라고. 작년 겨울에 같이 간 기집애가 나한테 눈 감아보라고 하더니 뽀뽀한번 해주는 애교에 넘어가서 시키는 대로 아~~하고 입 벌렸는데 정말 장난 아니었어. 입에서 펄쩍거리는데 다 토했다니까? 그날 나 천당 가는 줄 알았어. 사람들 정말 잘 쳐 먹더라. 야만스럽게... 빙어가 반짝반짝 은색인데 아주 예쁘기는 했어. 어항에 몇 마리 길러보고 싶기는 하더라고.“
계속 떠들면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에게 어울릴만한 슈트, 셔츠와 바지 벨트 점퍼까지 아래 행거에다 옮겨 놓았다.
속담에 멍석 깔면 뭐 어쩐 다고 했던가? 오늘 이곳은 그에게 옷방이자 빙어 포장마차이자 하루치 말을 다 쏟아놓는 곳이 되어있었다.
”아줌마! 아줌마~아! 아줌마~ 아이구 답답해라 대답 좀 해요 대답 좀...“
”아줌마 좀 부르지 말아요.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 내 귀 잘 들리니까.“
”그래? 듣고 있었다 이거네? 그래 알았어. 아줌마가 대답을 안 해도 너 할 말만 해라 이거네? 겁쟁이가 놀랐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마음 넓은 내가 이해해야지.
알았어 그런지도 모르고 영화배우 섭할 뻔 했구먼? 하하하~~ 아줌마! 내 말 다 듣고 있었구나~~에이구 내슝 아줌씨! 히히히~~“
벽에 걸어놓은 큰 쇼핑백을 꺼내어들고 행거에 걸린 옷을 담으라고 턱으로 신호를 보낸다.
”입어보세요.“
”입어보긴...바지허리 32 , 셔츠 ok~~, 슈트는 입어보자... 아줌마 눈이 좀 있네~~ 아니지 모델이 영화배우라서 이정도 그림이나오는 거지...“
안 입고 가져가겠다더니 탈의실에서 모두 입고 나온다.
멋스럽다.
”벨트는 서비스지?“
”서비스는... 먹는 과자도 아니고 과일도 아니고...사탕이라면 한 개 서비스를 준다지만...“
”하하하~~ 과자 사탕 과일은 내가 사다 줄게 알았지??? 벨트는 끊어질 때까지 허리에 매달고 다닐께 아줌마 생각 하면서...고마워~~“
멋대로 생각대로 마음대로 거침없이 참 곤란한 사람이다.
* 장사는 1원을 벌기 위해 천리를 간다.
* The business goes to the world to earn 1 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