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4일 금요일

5ㅡ사람향기ㅡ곤란한사람

셔터 내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수입코너에서 나온 경찰 1명이 내게로 걸어온다수입코너 사장님께서 신고자가 옷 방 이라고 했다며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이런
이래서 불의를 보고도 다들 모른척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경찰에게 당부했다.

경찰관님혹시라도 내가신고 했다는 것은 비밀 이예요~~.”

원칙이지요절대 비밀입니다.”

본대로 사실대로 사건을 말했다
그렇게 주차장은 조용해지고 재수와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어제 놓고 간 복숭아 상자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린 채 말한다.

아줌마 복사 안 먹었어복사가 여기서 밤을 새웠단 말이야날이 이렇게 더운데 다 녹았겠다 열어봐열어봐봐~얼렁~~.”

복숭아는 털이 있어서 여기서는 상하지 않아요오늘 집에 가서 잘 먹을게요.“

그렇게 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쳐다보는 눈이 웃고 있다말투는 반말로행동은 반항하는 사춘기 소년 같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이 손님인지 옷 방주인 인지 나로서는 구별이 안 되는 분류의 남자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를 굽혀 한손으로 책상에 턱을 고이고 무엇인가 자꾸 말을 한다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혼자 신났다.

아줌마 여행 좋아해아니지 뚱뚱한 거 보니 먹는 거 좋아 할 거야안 봐도 비디오야~~겨울에 저기 청계산 속에 가봤어거기가면 빙어 살아있는 놈들... 펄펄 뛰는 거 그거 빙어 먹어봤우탤레비에 나오는데 낚시로 잡아서 초장 찍어서 맛있게 먹던데 난 그거 못 먹겠더라구..."

"청계산에서 낚시를 해요?"

"에고~~ 순진하기는... 설마 청계산에서 낚시 할리가 있겠습니까천막 포장마차가 있는데 수족관에서 건져서 팔더라고작년 겨울에 같이 간 기집애가 나한테 눈 감아보라고 하더니 뽀뽀한번 해주는 애교에 넘어가서 시키는 대로 아~~하고 입 벌렸는데 정말 장난 아니었어. 입에서 펄쩍거리는데 다 토했다니까그날 나 천당 가는 줄 알았어사람들 정말 잘 쳐 먹더라야만스럽게... 빙어가 반짝반짝 은색인데 아주 예쁘기는 했어어항에 몇 마리 길러보고 싶기는 하더라고.“

계속 떠들면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에게 어울릴만한 슈트셔츠와 바지 벨트 점퍼까지 아래 행거에다 옮겨 놓았다
속담에 멍석 깔면 뭐 어쩐 다고 했던가오늘 이곳은 그에게 옷방이자 빙어 포장마차이자 하루치 말을 다 쏟아놓는 곳이 되어있었다.

아줌마아줌마~아줌마아이구 답답해라 대답 좀 해요 대답 좀...“

아줌마 좀 부르지 말아요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내 귀 잘 들리니까.“

그래듣고 있었다 이거네그래 알았어아줌마가 대답을 안 해도 너 할 말만 해라 이거네? 겁쟁이가 놀랐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마음 넓은 내가 이해해야지.
알았어 그런지도 모르고 영화배우 섭할 뻔 했구먼하하하~~ 아줌마내 말 다 듣고 있었구나~~에이구 내슝 아줌씨히히히~~“

벽에 걸어놓은 큰 쇼핑백을 꺼내어들고 행거에 걸린 옷을 담으라고 턱으로 신호를 보낸다.

입어보세요.“

입어보긴...바지허리 32 , 셔츠 ok~~, 슈트는 입어보자... 아줌마 눈이 좀 있네~~ 아니지 모델이 영화배우라서 이정도 그림이나오는 거지...“

안 입고 가져가겠다더니 탈의실에서 모두 입고 나온다.
멋스럽다.

벨트는 서비스지?“

서비스는... 먹는 과자도 아니고 과일도 아니고...사탕이라면 한 개 서비스를 준다지만...“

하하하~~ 과자 사탕 과일은 내가 사다 줄게 알았지??? 벨트는 끊어질 때까지 허리에 매달고 다닐께 아줌마 생각 하면서...고마워~~“

멋대로 생각대로 마음대로 거침없이 참 곤란한 사람이다.

* 장사는 1원을 벌기 위해 천리를 간다.
* The business goes to the world to earn 1 won.

2020년 4월 23일 목요일

4ㅡ사람향기ㅡ험한 세상


이 동네는 유흥 주점도 많고 약간 반 양아치 같은 어깨 들이 있다는 것을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가끔  느낌으로 짐작하기도 하고 입 소문으로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충격이었다. 가게 건너편 주차장에 대 낮인데도 불구하고 교복을 입은 십여 명의 남학생들이 깡패 수업을 받고 있다. 한 학생이 엎드려 뻣쳐를 한 상태로 10여명이 돌아가며 엉덩이를 각목으로치고 지나간다. 학생이 넘어져 무릎을 꿇으니 생수병 물을 머리에 붓는 모습이 보인다. 심장이 멎을 것 같다. 가게 문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얼른 옆집 수입코너로 들어가 급히 말했다.


사장님! 사장님! 119 아니 119 아니 114 112전 전 전화 한번 해주세요.”


자세한 번호가 생각이 나지 않고 내 정신이 아니었다.


왜 그러세요  여사님! 누가 환자가 있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사람을 죽게 때려요. 저 주차장에서...”


아이고~~ 여사님 손에 전화를 들고 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시네. 그 전화로 얼른 누르세요.”


아니 070 전화로 할래요.”


사실 그 와중에 내 전화로 신고를 하면 혹시 보복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영특함이 발휘되었던 순간 이었다.


일반 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


흉기를 소지 했나요?”


뭐라는 말이 예요? 흉기가 어떤 거... 흉기요?”


총이나 칼이나 그런 거...”


아니 몰라요 막대기...가꾸목...


알겠습니다. 전화번호는 여기 찍혔으니 위치를 알려주세요. 주소요.”


전화는 수입코너 번호로 걸고 주소는 우리 옷 방 주소를 대면서도 지금쯤 어떤 상황일까 궁금 했다. 수입 코너 에서 목을 있는 대로 빼고 내다보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다시 119에 벌벌 떨면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했다.
잠시 후 앵앵대는 사이렌 소리가 나더니 119 구급차가 도착했다. 바로이어서 polis가 도착했다. 나는 신고 안한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는 행인처럼 슬쩍 나가서 동태를 살폈다. 그런데 주차장에 쓰러진 학생 뿐 아무도 없었다. 119구급차량은 학생을 들것에 싣고 사이렌을 울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2명의 경찰은 우리 가게를 빤히 쳐다보더니 수입코너로 들어갔다. 나는 빛의 속도로 가게 셔터를 내리고 안심의 기도를 드리려고 하는 찰라에...
쿵쿵쿵~~ 셔터를 힘차게 두드린다.

아줌마 문 열어~~ 대낮에 셔터는 왜 내리 시옵니까~ 나 원 참! 영화배우 왔어요. 문 열어요. 안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어~~! 문 내리는 거 다 보았다니깐??? 내가 그렇게 무서워? 또 말하지만 나 나쁜사람 아니라니까... 설마 나 보고 셔터 내린거 아니지? 나 나쁜 놈 아니요... 복숭아도 좋잖어 ~ 문열어줘~~아줌씨~~~“


재수의 목소리를 들으니 좀 안심이 되었다. 재수 바가지가 이런 귀인이 될 수도 있구나 생각하며 얼른 셔터 스위치를 올렸다.


아줌마! 아직 해가 정수리에 있는데 왜 문을 닫았던 거요눈 풀린거 보니까 어디 아픈 것 같은데...? 배탈 나셨 수~?”


지금까지의 상황을 나도 모르게 그에게 설명 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줌마 이제보니 겁쟁이구먼? "


* 겁이나서 간이 콩 알 만하다.

* It's scary, so it's easy to see.


2020년 4월 22일 수요일

3ㅡ사람향기...연구대상


발로 문을 퉁퉁 걷어찬다

문 쪽을 바라보니 복숭아 2상자를 들고 턱을 위로 올렸다 내렸다 몹시 바쁘다. 문을 열어달라는 뜻이다. 한숨 한번 크게 쉬고 일어나 무표정으로 너 왜왔니?”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 굼뜨기는... 재게 재게 버선발로 뛰어나오지는 못할망정 팔자걸음으로 어슬렁어슬렁 나왔단 말이지?”


“......”


여기 좀 얹어 놓을게 아줌마~~ 에이구~ 저 쌀쌀맞은 면상 하고는...”


못 본척하는 나를 향해 싱글싱글 웃어가면서 책상 위에 복숭아 상자를 올려놓으며 묻지도않는 말을한다.


과일가게 형님이 엄마 갔다 드리라고 싫다는데 자꾸 주네... 선배 형님인데 신세지기 싫어서 만원 주고 왔지돈이 더 있으면 더 드리고 싶었는데 옷 사려고 없는것처럼 만원만 슬쩍 찔러주고 왔어. 나 잘했지 아줌마~~”


물어보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은 말을 혼자 떠들어가며 어디서부터 복숭아를 들고왔는지 팔이 아팠나보다. 분잡하게 팔을 휘휘 돌리다가 행거 기둥에 손등이 긁히고 말았다. 행거를 주먹으로 치는 포즈를 취하더니 그곳에 걸린 여성 인견 원피스와 통바지를 골라 턱으로 싸달라는 신호를 하며 또 혼잣말을 한다. 제어 불가능한 떼쓰는 어린아이 같다.


아줌마~~ 재수 아프다 호 해줘~~”


(어라? 스스로 자신을 재수라고 말하며 대책 없이 어리광까지...대체 뭐야?)


옷 사이즈도 묻지않고 옷값이 얼마냐고 묻지도 않고 9만원을 책상위에 놓고는
 옷을 거두어 쇼핑백에 구겨 넣으며 말한다.

"어제 노동해서 10만원 벌었지. 아줌마~ 8만원은 옷값이고 만원은 맡겨 놓는거야. 그리고 내 옷 멋진거 몇개 골라 놓으라고 했지요? 내가 세번째로 분명히 말 했수다아~~ 난 같은 말 3번 이상 안하거든? 그리고 여기 이거 복숭아 한 상자는 아줌마 맛있게 드시고... 나 오늘은 엄마한테 가야 하니까 이만 굿바이~ 내일 오겠소. 충성!!"


쇼핑백 손잡이를 입에 물
고는 무어라 말 할 시간도 주지않고 아예 싫다고 손사래를 쳐 보지만 복숭아 1상자를 남겨놓은채 갓난아기를 안듯이 복숭아 한상자만 덜렁 가슴에 안고 거수경례를 하고 사라졌다. 할 말을 잊고 혼자 생각한다. 저 사람은 대체 뉘 집 아들일까? 어떻게 왜 저렇게 맘대로 일까?
참 연구대상이다.


* 가는 손님은 뒷꼭지가 예쁘다.
For customers who go, the backseat is pretty.


2020년 4월 21일 화요일

2ㅡ사람 향기ㅡ그의이름 재수

"하~!!"

손바닥을 쫘~악 펴고 손을 번쩍 쳐들어 보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들어오는 남자.
아마도 한오백년 알던 사이인 듯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내 책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오늘은 내가 그를 아래위로 훌터보았다
훤칠한 키적당히 벌어진 어깨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모습이다단정한 스포츠머리의 그 재수가 이틀 만에 나타났다재수란 첫 대면이 있던 그날 재수없이 굴던 그 남자의 호칭으로 내가 작명한 별명이다.

아줌마아줌마내 머리 너무 짧은 거 아니야? 아줌마 미용실 어디 다녀? 저기위에 귀퉁이에 있는 귀부인 미용실 알아? 그 못난이가 이따위로 짧게 밀어놨네 우이~~~“

반질반질 계란처럼 반듯한 두상을 만지며 한참을 속삭이듯 지절거리다가 무표정한 내 모습에 무안했는지 화제를 돌려 말한다.

아줌마 나 약속 지켰지요난 약속은 칼이라니까...?“

무슨 약속이요?“

내가오늘 온다고 했잖우~~ 빨리 펼쳐 봐요 입어보게스리~~ 내 옷~~“

(?뭐야 저 재수속으로 생각하는 동안 재촉한다.

안 골라놨어?“

이봐요 재수씨 싸래기 밥만 먹고 살았어요? 말이 왜 그래요?“

재수씨그게 무슨 말이야 아줌마... 아줌마 나 알아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시나본데 이몸 재수씨 아니야그저께오고 오늘 2번째 온거야 아줌마어떤 놈이 나처럼 잘생긴 탤런트가 이 동네에 또 있단 말이지재수 없게... 오잉? 재수?“

무엇인가 생각을 하는듯 고개를 갸웃뚱 거린다.
앗차 싶었다내가 작명한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눈치 채기 전에 얼굴 한번 쳐다보고 혼잣말을 하듯 조용하게 말했다.

반 토막 말 쓰지 말고 말 좀 곱게 경어 쓰세요.“

~하하하기분이 언짢다 이거네 아줌마가? 알았어 접수 했으니까 골라놓은 옷이나 줘봐아니 경어 쓰랍시니 다시 말할게. 마님! 보여 주시옵소서!“

(우라질 놈)목에서 욕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대책없는 불경기에 속이 뒤틀려도 할 일은 해야했다. 
주섬주섬 그가 손가락질로 가리키는 옷가지를 낮은 행거에 옮겨걸으며 선택을 기다린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까?
* Can't you put it in because I'm scared of maggots?








2020년 4월 20일 월요일

1ㅡ사람 향기ㅡ첫대면

한 남자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아래위로 몇 차례 나를 스캔하던 그 남자는 무례하리만치 건방지다귓구멍에 벌레가 들어갔는지 깽깽 발을 뛰면서 수선을 떤다장사를 하면서 곤혹스러움을 한두 번 겪는 일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가만히 서있는 나를 쳐다보는 눈이 몹시 불량스러웠다혼자 중얼거리며 마음을 진정 한다

왜 하필이면 옷 장사를 한다고...“

아줌마아줌마나에게 옷 한 벌 추천 해봐요 아줌마~~~~?“

그 남자의 불량한 말장난은 계속되고 나는 돌파구를 찾으려고 친절을 가장한 천연덕스런 말투로 입 꼬리를 올리고 대꾸했다.

어떤 옷을 원 하세요?“

아무거나 아줌마가 내 스타일에 맞게 골라서 코디한번 해 줘 보슈~~“

책상에 놓여있는 비타민 피로 회복 드링크를 제 것 인양 우드득 돌려 따서 꿀꺽 꿀꺽 마셔 버린다그래도 그냥 웃었다.

아줌마 아까워기분 나쁘신가그깟 음료 한 병에 표정이 왜 그러신가내 느낌상인데 아줌마 생긴것과는 다르다 이말씀이다 이거지?. 아줌마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순간 무표정으로 나를 돌려놓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 정도 걸렸을 것 같다그리고 말문을 닫았다.

음 메 무서버라~~ 무서워서 도망가야 할까보다.“

때마침 울리는 휴대폰 음악에 맞추어 몸을 가볍게 흔들며 매장을 한 바퀴 돌더니 문을 열고 나가며 말한다.

내일은 내가 좀 바쁘고 모레 들러 볼 테니까 내게 어울리는 옷으로 몇 개 골라 놓고 계슈아줌마... 똥 씹은 얼굴 하지 말고 아줌마~~“

한쪽 손을 높이 들어 보이며 밖으로 나간다.
 
 
* Mistakes in language habits are difficult to fix.
*잘못 들인 언어 습관은 고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