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일 목요일

개나리 길


이사하고 동네 길을 알려고 아파트 담길을 한바퀴 돌았다.
높은 담장위에 개나리꽃이 만발했다.
현기증 날것처럼 샛노랗다.


오던 길을 돌아다보아도 가는길을 가면서도 아~~소리가 저절로 난다.

2008년 8월 23일 토요일

생 감자를 갈면서


그다지 어렵게 살지 않았다면서 왜 하필이면 내 돌 때 감자를 삶아 먹어가지고 동네 사람들은 나를 감자라고 불렀다. 
"감자공주가 자라면서 점점 예뻐지네? 늬 돌 때 감자 삶아 먹었는데..."

어린 시절, 그 말이 너무 싫어서 감자도 먹기 싫었다.
자라면서 예쁘다는 말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지만 말끝에 삶은 감자는 예외 없이 등장했다. 말이란 것이 하는 사람 마음이니까 속상해도 들을 수밖에 없다지만 어른들 뿐 만이 아니고 학교에 가면 짓궂은 친구들은 나를 삶은 감자라고 불렸다. 어느 날은 선생님께서도 감자라고 부르시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큰소리로 웃었지만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엉엉대고 울며 가방도 놔두고 집으로 왔던 유년의 추억...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던 날, 그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날 우리 집 마당에는 전날 캐다놓은 햇감자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학교에 함께 가려고 찾아온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인사는 역시나 감자로 시작했다. 마당에 쌓인 감자를 본 친구가 갑자기 찐 감자가 먹고 싶다고 했다. 마침 내 생일이라 친구들을 초대했다. 하교 후 우리 집에 놀러 온 여러 명의 친구들에게 엄마는 찐 감자를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주셨다. 13살 내 생일날에도 변함없이 감자를 먹었다.
그날 엄마는 아이들에게 감자를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가져가라고 하셨다.
내 생일에 먹었던 맛있는 감자를 잊을 수 없다던 친구들 지금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들로 살고 있는지 그립다. 지금 보면 알아 볼 수는 있을는지....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모두들 건강해라.
가끔 감자를 찌면서 옛날을 추억했는데 지금은 생감자를 갈면서 내 건강을 생각한다.

감자 생즙 6개월 복용으로 위암도 없어진다는 민간요법을 보고 감자생즙 마시기를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변비가 심하고 혈당이 높아서 우유180리터에 감자1개를 갈아서 그대로 마신다. 너무 신기한 것은 일주일만에 변비가 완전히 사라지고 정상혈당으로 돌아왔다. 기쁜 마음으로 지금 꾸준히 실천중이다.

[감자생즙 만드는 법] 
감자는 큰 것이면 2-3개정도 새순과 껍질의 푸른 부분을 없애고 갈아서 짜내면 1컵 정도 생즙이 생긴다. 아침저녁으로 공복에 꾸준히 마신다. 과즙이나 꿀을 조금 타면 마시기에 좋다. 즙을 짜낸 감자찌꺼기는 감자떡을 만들거나 팬에 구우면 맛있는 간식이 된다.
남미가 원산지인 감자는 녹말이 대부분이고 비타민B, C, 칼륨이 주성분이다. 칼륨은 염분의 배설작용과 함께 저 칼로리이기 때문에 미용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옛날부터 아일랜드에서는 막 캐낸 감자를 쪼글쪼글 해질 때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류머티스와 좌골신경통이 낫는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감자는 뛰어난 영양식품이다. 비타민B1, B2, B6, 나이아신, 비타민C, K, 카드뮴, 인, 철, 칼슘 등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특히 감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고 물에 녹기 쉽지만 감자에 들어있는 비타민C는 열을 가하면 녹말 질이 막을 만들어주어 조리 후에도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는다고 한다. 과일이나 야채등 수확 후 보관 중에는 비타민C가 급속히 줄어들지만 감자는 보관 중에도 비타민C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감자에는 또한 칼륨도 많아서 요즘과 같이 인스턴트식품 섭취로 과잉되기 쉬운 나트륨을 배출시켜 적절한 염분을 조절 하여준다. 감자를 생즙으로 복용하면 변비가 사라지고 특히 발암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다. 경험으로는 감자생즙  먹기를 3주일정도부터 몸의 컨디션이 달라졌다.

2008년 7월 24일 목요일

파인애플세이지


어젯밤 나는 아버지 꿈을 꾸었다.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던 빨강 사루비아꽃 핀 들길
아빠는 이꽃을 깨꽃이라고 불렀지.
꽃 한닢 쏙 뽑아 쪽 빨아 먹으면 꿀처럼 달콤하다.
해마다 담 밑에 심었 었는데...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며 아버지를 불렀다.
아무 말 없이 가리키는 하늘을 쳐다보니
밤이 아닌데도 무수한 별이 반짝였어.
결코 화려하지 않은 옥색 한복차림의 아버지...
그곳이 천국인가요?

아빠!
아빠가 꿈에 보이면 나 돈이 생기는데...
제가 중절모에 양복 선물 할께요.
아빠 다음에는 멋진 양복 차림으로 제게 오세요.
그런데 아버지 주소를 나는 몰라.
그냥 천국이라고 쓰면 되는거야?

아빠!
내 마음은 외로움으로 가득해요.
사루비아꽃을 보니 너무 그리워요.
아~ 미치겠다.
아버지 보고 싶어서...





2008년 7월 23일 수요일

불쌍한 내새끼

재활용 종이를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깨알같은 글씨가 적힌 수첩속지 몇 장을 발견했다.
메모 종이나 주소, 이름이 적힌 종이는 카터기에 갈아서 버리는데 빠뜨리고 폐지에 섞이었나보다.
친구가 놀러왔다가 적어놓은 사랑한다는 우정의 메모,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간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한시간에 3000원 하루에 12시간에서 15시간...
그렇게 도대체 몇 년인가.
며칠전 아이는 아르바이트에서 짤렸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불쌍한 내 새끼....
창자가 다 녹는것같은 느낌이다.
악~~!
눈물이 폭포수같이 쏱아진다.

2008년 7월 21일 월요일

능소화


능소화는 상민의 집에 심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칠 만큼 엄격하게 양반 집 정원에만 허용되었던 꽃이라고 한다. 양반 꽃이라고 부를 만큼 꽃이나 잎이 품위 있고 우아하다.
꽃잎은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한 데 붙어 있는 통꽃이다. 그래서 질 때도 그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활짝 핀 상태 그대로 떨어진다. 그 모습까지도 죽을 때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던 옛 선비의 기개를 닮은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능소화를 양반 꽃이라 부르고 일반 백성 집에서 능소화가 발견될 시 관가로 끌고 가서 곤장까지 쳤다는 것은 욕심 많은 양반님네들의 이기심 때문에 능소화를 못 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권력 남용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꽃을 보고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직하고 해야 할 권리가 있건만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지도 못하게 하고 만져 보지도 못하게 했다는 것은 참 너무 했다. 그뿐인가? 능소화 꽃가루가 눈을 멀게 하는 독소가 들어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 왔다. 그러나 그런 독소는 없을 뿐만 아니라 끈적끈적한 갈고리 모양의 꽃가루 자체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꽃이 시들기 전에 통 채로 빠지므로 꽃가루는 날리지 못한다는 생태 환경 연구소에 연구 발표가 있었다. 능소화의 잘못된 소문 때문에 지금 이 시대에도 송두리째 잘라버리고 뽑아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덩굴 가지에 흡근이 있어서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면 담쟁이도 연상되고, 가운데 난 줄무늬 때문에 나팔꽃도 연상시키는 능소화를 관상용으로 더 많이 심어서 능소화 휘휘 늘어진 줄기마다 활짝 웃는 꽃송이를 많은 사람들이 살짝 만져도 보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보아도 좋으리라.


빗방울 떨어지는 밤에.


능소화 연가 - 이해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 이애인 수녀의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中에서


동트는 아침나절에 찍었는데 참 싱그럽다.
요즘 흐드러지게 많이피어 있다.
건강미가 넘친다.

화성 어천 저수지 낚시터 매점 식당 울타리에 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