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시작하는 정초에는 누구나 한해를 잘 살기위해 계획하고 소원하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빌고 기도하고 저마다 희망찬 한해를 시작할 것이다. 그런데 마무리하는 연말의 세상소식은 참으로 가슴 치며 탄식하게 한다. 세계 속의 우리도 나라안에 우리도 각자의 가정에서의 우리도 왜 이렇게 서로 헐뜯고 상처 내고 피내고 자해하면서 과연 얼마만큼 망가지는 모습이 인간의 마지막 모습일까! 요즘 우리 사회는 망가지는 경쟁이라도 하는 듯 하다. 땅덩어리 작고 딱히 내놓을 자원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가진 것은 단단하고 영특한 머리뿐인데 ...
가슴 치고 통탄할 일만 생긴다.
아버지 추도예배를 마치고 나누는 우리 육 남매의 담소는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줄기세포 연구에대한 논란으로 세상이 떠들석한 안타까운 심정을 시작으로 모처럼 우리는 가상의 정치가가 되어있기도 하고 연구원도 되어보기도 하고 재산 싸움하는 의리 없는 형제도 되었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늦도록 이야기는 이어졌다.
얼마 전 학계정년 퇴직을 하신 내 오라버니께서 이제 나이 많아 평생 담아놓은 지식도 세상 하직하는 날 함께 없어진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목 디스크 수술을 하고도 책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시며 잔인한 말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장기 이식처럼 지식창고 머리를 그대로 떼어 남길 수 있는 이식 수술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오늘처럼 혹독하게 몹시 춥던 어느 해 겨울 타국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난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일찍 출근하여 청소를 마쳐야했던 날 걸레를 빨아 유리창을 닦는데 걸레 자체가 유리문에 척 들러붙고 물걸레가 지나 간 자리는 허옇게 얼어붙어 열심을 다한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소를 안 하니만 못한 경우가 있었다. 당황한 내게 상사가 출근하여 하는 말이 `무슨 일이든 하기 전에 충분한 생각을 하라.`는 말을 해주었다. 그렇다. 작은 일에도 큰일에도 먼저 충분한 생각과 정확한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 이 많은 피해가 이 상처가 얼어붙은 유리창의 흔적처럼 남았을 지라도 다시 따뜻한 햇볕 을 받아 깨끗이 청소되기를 희망한다.
땅 덩어리 때문에 초로의 삼남매가 죽었다는 또 다른 뉴스를 접하며 부모님께 감사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서 산삼으로 깍두기를 담아 먹고 곰쓸개에서 발바닥까지 모두 먹고 후식으로 뱀탕을 마셔 댄다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리가 가는 길은 이미 정해져 있을 진데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그 땅덩어리 `내 꺼`라고 맡아 놓은들 뭐할 것인가! 강건하면 환갑 장수해봐야 100세 살아내기도 힘들다는 인생을 60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것도 핏줄을 내 형제를 재산 때문에 죽이고 죽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이 무슨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일인가…!? 욕심 많은 삼남 매는 모두 북망산을 넘어갔으나 그 땅덩어리가 그 후손들에게 더 큰 화를 남기지는 않을는지!
만약에 우리 형제들을 공부 안 시키고 그 많은 강남의 땅덩어리 그대로 붙들고 살았다면 지금쯤은 졸부가 되어 호의호식하고 뻐기며 살는지는 모르지만 형제간에 코피 터지는 재산싸움이 끊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재산 없어도 형제간 우애 있고 머리에 지식 넣어주신 아버지에게 감사한다고 큰 오라버니께서 하신 말씀에 우리 형제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죽거든 묻을 때 손을 밖으로 내놓고 묻어 달라.`
천하를 거머쥔 알렉산더 대왕이 병마와 싸울 때 소생의 기미가 없음을 알고 그의 주변 사람들을 모아놓고 유언을 하게 되었다. 유언을 목 빼고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은 이상한 유언에 놀랍기도 하고 재산이나 물질에 대한 언급도 없는 것에 실망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알렉산더가 말하길 `천하를 다 가진 사람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떠날 수밖에 없음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것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는 동안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가라는 평범한 진리의 메시지가 아닌가!
알렉산더 대왕의 재산은 누가 차지했을까?
별게 다 궁금하다.
한해를 상쾌한 기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끔 좋은 세상소식이 들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헤르만 헤세가 말하기를,
`세상에는 단 하나의 마술, 단 하나의 힘, 단 하나의 행복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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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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