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야생의 들꽃들이 저마다의 모습을 뽐내며 활짝 피어있고 이름도 알 수 없는 들풀과 들꽃들의 아름다움이 주변에 지천이건만 계절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쓸쓸하다. 며칠 전 저수지 주변 언덕에 유홍초 빨강 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것을 보고 온지라 그 꽃이 지기 전에 사진을 찍고 싶었다.
늦은 밤 낚시도구를 챙겨 그곳으로 향했다. 조금 전 까지도 보이던 달님은 어느 순간 숨어버리고 캄캄한 저수지에 보일 듯 말 듯한 낚싯대 끝, 캐 미 불빛을 쳐다보며 찬 공기를 한껏 들이마셔본다.
물가를 돌아가며 연기처럼, 구름처럼, 회오리 치듯이 물안개가 피어나고 그 안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본다.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고독과,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찬 자연의 신비로운 감동을 신음보다 조금 큰 목소리로 아~ 하고 감탄해 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침묵은 깊어지고 새벽이 오려는지 찬 공기가 온 몸을 감싸며 한기가 느껴진다.
두터운 점퍼를 덧입으며 차가운 공기를 차단해 보지만 물안개가 지나가니 옷이 흠뻑 젖어 서 인지 떨리기까지 했다.
어느새 동녘의 하늘은 노을보다 더 붉게 물들여지고 행여, 그 장면을 놓칠세라 급히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 순간을 남기고 지난번 보았던 유홍초 꽃을 찾아 주변을 맴돌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풀만 깎았으면 좋았을 터인데 작고 귀여운 유홍초 꽃동산도 모두 밀어버렸다.
겨우 발견한 애기 나팔꽃 한 송이를 사진으로 남기며 왠지 꼭 나의 말을 들을 것 같은 생각에 '외롭지 말아라.' 이렇게 속삭여 주었다.
새벽녘 돌아오는 길도 군데군데 안개가 자욱하다.
피곤이 밀려오고 눈꺼풀이 쳐진다.
누가 시켜서 이 짓을 하는 걸까!?
피곤이 밀려오고 눈꺼풀이 쳐진다.
누가 시켜서 이 짓을 하는 걸까!?
"우리들의 무기는 육체가 안이요. 그러나 강하오, 참으로 강하오!"
달리는 차창 밖을 주시하면서 마음속에 강력한 기도의 외침을 묵상할 즈음, 안개 낀 새벽의 고요는 무참히 깨져버렸다.
고속도로 휴게소표 테이프가 쿵짝, 쿵짝 울려 퍼지는 가운데 새벽의 고요는 그렇게 흐트러져버렸다.
노랫말이 재미있다.
♪여자는 모르지. 남자가 왜 혼자 여행을 떠나는지! ♪`~
끝까지 다 들었지만 노랫말 속에는 해답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궁시렁 댔다.
고속도로 휴게소표 테이프가 쿵짝, 쿵짝 울려 퍼지는 가운데 새벽의 고요는 그렇게 흐트러져버렸다.
노랫말이 재미있다.
♪여자는 모르지. 남자가 왜 혼자 여행을 떠나는지! ♪`~
끝까지 다 들었지만 노랫말 속에는 해답이 없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궁시렁 댔다.
"여자는 왜 혼자 여행을 떠날까? 난 그이유도 모르겠단 말이지."
혼자서 궁시렁 거리던 혼잣말을 빼고 밤새 나누었던 우리들의 대화는 같은 말 두어 번 뿐이다.
'입질한다'
......"진 개미야!"
......"진 개미야!"
'또, 입질한다.'
....."진 개미 새끼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난 그대가 그립다.' 원 태연 시인의 시집을 생일 선물로 받았던 때에도 첫사랑의 아픔을 겪었을 때에도 그냥 한 문장의 글씨였던 문구가 이제 와서 지금 내게 꼭 맞춤의 글귀로 뻥 뚫린 공활한 가슴 한복판에 똬리를 튼다.
지천명, 쉰내 난다는 중늙은이 대열에 서서 우리들의 침묵은 노화 현상으로 인해 쑤시는 삭신보다도 더욱‥ 더 아프게 가슴 저 깊숙한 곳을 콕콕 쑤셔댄다.
나이가 들어가고 얼굴의 주름살이 늘어갈 때에 소녀 같은 마음도 함께 발 맞추어 늙어 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몸은 늙어도 늙지 않는 감성 때문에 이 계절이 더 외롭고 쓸쓸한 지도 모르겠다.
지천명, 쉰내 난다는 중늙은이 대열에 서서 우리들의 침묵은 노화 현상으로 인해 쑤시는 삭신보다도 더욱‥ 더 아프게 가슴 저 깊숙한 곳을 콕콕 쑤셔댄다.
나이가 들어가고 얼굴의 주름살이 늘어갈 때에 소녀 같은 마음도 함께 발 맞추어 늙어 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몸은 늙어도 늙지 않는 감성 때문에 이 계절이 더 외롭고 쓸쓸한 지도 모르겠다.
"그래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외롭답니다. 돋보기를 쓰고서야 신문을 들여다보는 당신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나를 외롭게 하고 낚시터에 함께 앉아 침묵하는 것도 나를 외롭게 합니다."
살면서 한번도 들어본적없는 사랑한다는 말을 새삼 이나이에 듣고싶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넌즈시 손이라도 한번 잡아 주었으면 하는 작은바램이 있건만 묵묵히 아침을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문득 찾아온 외로움.
이것이 진정 나이 들어간다는 표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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