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올해도 가을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거리마다 노란 은행나무 단풍이 한창이다.
나무를 올려다보니 다닥다닥 달려있는 은행 알이 힘에 부치는지 축 늘어진 가장구도 있었다.
어쩌면 그리도 환한 노란빛으로 물들 수 있을까!
머지않아 노란 이파리를 거리 가득 떨어뜨리면 연인들은 사랑을 키우며 그 길을 걸을 테고, 외로운 사람은 쓸쓸함을 달래고자 고운 노란색 길을 따라 걸으며 잠시 한 구절의 시를 읊조려도 좋으리라.
'시몬 너는 좋아하는가 낙엽 밟는 소리를…'
길가 은행나무 아래에 작은 살구처럼 생긴 동그란 은행열매가 바닥에 몇 개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주웠다.
내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어르신이 한 말씀하신다.
"은행 잘못 만지면 옻 올라요, 조심해. 맨손으로 만지면 고생 좀 하지! 구린내도 난다고!"
냄새가나고 옷이 오른다는 어르신의 말을 듣고 얼른 바닥에 던져 버리고는 손을 바라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물티슈를 꺼내서 손을 문질러 대며 순간 호들갑을 떨어가면서도 욕심이 발동하여 길가에 떨어진 은행열매를 조심스럽게 휴지로 싸서 주워 가지고 돌아왔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은행에서 왜 냄새가 나며 옻은 왜 오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 인터넷을 여기저기 검색했다.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지식에 여러 지식을 올려준 네티즌들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아래 글은 여러 곳의 지식을 읽고 간단하게 내 의견을 더하기하여 적었다.
그 구린 냄새는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냄새이며 또한 '비오 볼'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서 옻이 오른 것 같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킨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백과(白果)라 하여 진해, 그담, 알츠하이머병이나 노인성치매에도 약으로 쓰이며 흔히 술안주나 자양제(滋養劑)로도 복용하지만 청산배당체(靑酸配糖體)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은행을 많이 먹으면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하루에 5알 정도를 권유 한다 고한다.
은행나무의 역사는 오랜 기간에 걸쳐서 형성되었는데 중생대의 쥬라기(jurasic)에서 신생대 3기에 이르는 기간에 지구 위엔 무수히 많은 은행나무 종류들이 발생했지만 신생대 3기에 지구 전체에 엄청난 빙하가 덮치면서 양쯔강 하구 남쪽 천목산(天目山)근처에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 은행나무는 귀화했다는 설도 있고 자생했다는 말도 있지만 어떻게 자리잡게 되었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다고 한다. 어쨌든 은행나무는 대단한 나무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은행나무 과 에는 오직 은행나무 1종만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며 나무 몸 속에 "플라보노이드"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갖가지 벌레의 유충이나 식물에 기생하는 곰팡이 바이러스 등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은행잎을 집에 두면 바퀴벌레나 다른 해충이 없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공해에 대한 적응력도 매우 강하고 아황산가스, 납 성분을 정화하는 능력이 플라타너스보다 2배나 높아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에서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어졌다 고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은행나무와에 다른 어떤 관계된 피붙이? 가없으니 외로운 나무임이 분명하니 어찌 보면 많은 사람들이 쓸쓸하고 허전함을 많이 느끼는 가을의 나무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 오랜 옛날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이 땅에 살고 있는 대단한 생명력의 소유자이기도 하기에 은행나무를 화석 나무라고도 부른다. 은행나무의 한자 은행(銀杏)은 열매가 살구를 닮았지만 흰빛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 이름도 실버 어프리코트(Silver apricot) 또는 메이든 헤어 트리(Maiden hair tree)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잎이 오리발을 닮아 압각수(鴨脚樹), 열매를 손자 대에 가서야 얻는다고 하여 공손수(公孫樹)라고도 한다.
은행나무에서 혈액순환촉진성분이 발견되어 어느 제약회사에서 징코민이라는 의약품으로 나와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자란 은행나무만이 유효성분이 많아 제품화한 것에 대한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한반도는 참 특별한 땅이고 복 받은 땅이다.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동안 조상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나무로 문화적 연구자료가 될 뿐만이 아니라 생물학적 보존가치도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가운데도 은행나무가 가장 많은 19건이나 되며 노거수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것은 자그마치 813그루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에는 육십 미터가 넘어 동양에서 가장 크고 1,300살에 달해 가장 오래된 용문사의 은행나무도 있다. 어느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는 새가 앉지 못하게 할 정도로 위엄시 하기도 한다고 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겉껍질을 벗기는데 포장된 덩어리 치즈를 벗길 때 나는 구린 냄새와 버금가는 냄새가 났지만 그 다음에 반들반들한 은행 알이 나왔다. 다시 은행의 단단한 부분을 깨뜨리고 프라이팬에 살짝 볶아 쫄깃하기까지 한 그 맛을 보고야말았다.
내일은 길가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 여러장 주워 다가 책갈피마다 넣어야겠다. 예쁘기도 하지만 살충 작용을 한다고 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은행나뭇잎에서는 가을 냄새만 풍길 뿐, 절대로 치즈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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