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초저녁 그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쥐똥나무라고 알아?"

"쥐똥나무? 봄에 산에 가면 흰 꽃피는 그 나무 아닌가?  가을에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 달리는 그거요. 요즘 공원이나 길가에서도 많이 보이던데요. 왜요?"

급히, "알았어! 알았어" 하며 전화가 끊어졌다.
몇 차례 피를 토한 그이에게 돌 파리 한의사를 자처하는 친구들이 한방에서는 피 토하고 피 똥싸는 사람에게 쓰인다는 한약재료를 두고 동의보감을 독해한 듯  아마도 농장에서 짜가 허준들의 토론이 벌어졌나보다.
[5∼6월에 흰색 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6∼7mm의 둥근 달걀 모양의 열매가 열리고 가을이 되면서 10월에 검은 색으로 익은 열매가 쥐똥같이 생겼기 때문에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은 도심공원에 조경 울타리로 심은 것을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수랍과(水蠟果)라는 약재로 쓰는데, 강장·지혈 효과가 있어 허약 체질·식은땀·토혈·혈변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8시30분 다시 전화가 온다.
친구 부인이 취했다고 집에 가라고 한다며 콜택시를 타면서 전화기에 대고 술 취하면 하는 그이의 입력된 맨트가 이어진다.

"짱구엄마가 집에 가래! 나 지금 택시 타려고... 아파트, 우리아파트..."

15분 후에 아파트입구로 택시비 가지고 나와 있으라는 전화다.
아파트 안으로 택시가 들어오려면 절차가 여간 복잡하지 않기에 술 취하면 나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가끔 현금으로 수금을 하기 때문에 주머니에 돈이 있는 그이는 술에 취하면 지갑을 꺼내지 않는다. 지갑을 모두 잃어버린 경험이 있기에 생긴 습관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저만치 택시가 잠시섰다가 내 앞을 지나간다.
큰소리로 "자기야~~" 하고 부르니 택시가 섰다.
창문이 마침 열려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기사님에게 무슨 죄인이나 된 것처럼 눈치를 보며 허리를 굽혀 고맙습니다 를 몇 차례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추스려 일으키는데 너무 힘들다.
나는 그이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기사아저씨 돈 벌러 빨리 가셔야하니까 얼른 내려와요."

안스럽게 그이를 쳐다보고 내 얼굴을 쳐다보고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부끄럽다.
술 취한 사람은 목소리가 크다.
말도 많이 한다.
한말 또하고, 또하고, 다시 또하고, 시스템이 그 자리에 멈추었나보다.
남들에게 비쳐지는 그이의 술 취한 모습이 너무 창피하다.
아파트 관리실을 지나치려니 죽을 맛이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하기에 우는 아기 달래듯이 꼭 안고 들어왔다.
1분이면 들어올 집을 10분은 걸린 것 같다.
거의 인사불성상태에서도 신종플루 때문에 손을 닦아야 한다고 떠든다.
따끈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 발을 대충 닦이고 잠자리에 눕혔지만 몸이 많이 괴로운가보다. 크게 앓는 소리, 신음소리, 가슴을 부여잡고 가슴을 자꾸 주먹으로 친다.
정신이 들면 얼마나 아플까 걱정이 된다.
그 주먹을 부여잡아 저지하며 말했다.

"녹음기 어디 있지? 녹음을 해야겠어!"

그 순간 조용해진다.
한 성질 하는 꼬챙이 같은 성격에 자신의 결점을 증거로 남기기는 싫은가 보다.
잠들었다.
들깨 찹쌀 죽을 밤새 끓여 이른 아침 아픈 속을 달래 주었다.
절대로 잔소리는 안 하려고 했지만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은 남의 탓을 했다.

"인사불성인 사람을 택시를 태워보내면 어떻게 해? 좀 정신이 들면 보내! 짱구엄마 정말 섭섭하네."

그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남의 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2009년 11월 27일 금요일

개똥 줍는 여자



한 두 번 듣는 말은 아니지만 산책하는 길에 누구에게 좋지 않은 말을 들으면 하루가 심란하다.
함박눈을 맞으며 기쁜 마음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산책하던 어느 할머니 말에 마음이 상해서 돌아왔다.
어느 날 산책길에 개똥을 밟아서 하는 말이라며 개 키우는 사람들은 욕을 먹어도 감수를 하라며 느닷없이 욕을 섞어가면서 내게 막말을 하기 시작했다. 
"개 키우려면 돈도 많이 들어간다는데 그 돈으로 고아원 아이를 데려다 키우면 고맙다는 말이라도 듣지 개새끼를 왜 키우는지 몰라~~ 뉴스에 보면 개 키우는 것들은 개에게 물려죽더라고..."
 할머니의 말이 모두 틀린 말이 아니기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왔다.

우리 집에는 애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가족으로 인정하고 살기를 한 녀석은 15년 한 녀석은 3년이다. 
그동안 싫어하는 사람들의 많은 눈흘김을 받기도 했다. 안고 나가면 개 안고 다닌다고 한마디 걸어가면 사람 걸어 다니는 길로 다닌다고 한마디 탤런트 노 아무개씨 아들은 털을 많이 삼켜서 죽었다느니, 물론 예쁘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쓰다듬는 사람도 있지만 참 좋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듣고 산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그런 핍박을 퍼부을 때는 그만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틀린 것만은 아니다. 좋은 예로 산책을 가면 길이나 공원에 똥 싸놓고 그냥 간 사람들 참 많다. 그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려면 내가 죄인 된 기분이다. 개 키우는 사람들 싸잡아서 욕 듣는다. 그러니 나는 눈에 보이는 대로 주워서 통에 담아 돌아온다. 결벽증 환자에 가까운 내 성격에 개똥 줍는 아줌마가 되고 말았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데 약에 쓰시려고 매일 주워 모으시는 거예요?"

공원 관리 아저씨가 기어코 나를 웃게 한다. 개 키우는 사람들 제발 공중도덕 잘 지켜 주었으면 한다. 
몇몇 사람들 때문에 개를 키운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키우는 사람까지 똥개 취급당하지 않게 신경 좀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크다. 직접 그 자리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 없다해도 자신의 양심은 다 보고 있지 않은가. 응가 줍는 일은 당연한 것인데 무슨 배짱으로 그냥 두고 가는지 모르겠다. 
1994년도에 미국 동북부에 갔을 때 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 그 넓은 공원에 적막하리 만치 아무도 없는데 어떤 여자가 강아지를 데리고 있다가 응가를 하니 비닐 봉 다리에 주워담는걸 보고 아주 인상적이라고 말하니까 걸리면 벌금 2 천불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해부터 나는 애견 1마리를 가족으로 맞아 키우기 시작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다. 벌금을 떠나서 동물 키우는 사람들은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개를 키우든, 벌레를 키우든, 곤충을 키우든, 뱀을 키우든, 자기 취향에 대한 책임은 두말할 나위없이 의무이니까 모두가 지켜야 한다. 

그리고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타인의 취향에 좀 관대한 사람이 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세상사 어찌 자기 중심적으로만 살수 있겠는가! 지구는 인간과 동물이 같이 공존하도록 되어있음에도 쓸데없는 고정관념으로 비난하고 타기 하는 건 모자라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2009년 9월 14일 월요일

아이들이 무서운세상

저녁나절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빠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버스 정류장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며 재활용품을 모으는 지하층에 들려 가기 위해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치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 표정을 보면서 싱긋 한번 웃어보기도 하고 모자도 다시 고쳐 쓰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거울 보며 멋 부리다가 내려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눌러놓지 않은 것이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깔깔대며 급히 지하1층을 눌렀더니 그제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자동화 기기 들은 정보를 주어야만 다음 단계로 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음에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실수로 인해 정지상태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의자에 중학생일까? 고등학생일까? 여학생 1명과 남학생 2명이 있다. 옆으로 가니 술 냄새가 몹시 났다. 잠깐동안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자니 삼각관계 인 것 같았다. 그중 한 남학생이 침을 탁 뱉는 것이었다. 위화감도 들고 너무 불쾌하고 더러워서 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멀찌감치 비켜났다. 아직 술에 취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눈에 거스리는 행동을 한다. 저들도 금방 어른이 되고 늙어 갈텐데 지금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지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불손한 태도와 물불 안 가리는 욕 섞인 언행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거나 말거나 그냥 무시하고 마치 대단한 그들만의 능력을 서로 저울질이라도 하듯 여학생을 차지하기 위해 격투 직전의 분위기다. 나도 여자기에 그 여학생에게 무언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공기는 만만치 않게 험했고 그 아이들이 무서웠다.

얼마 후 버스가 도착하여 남편을 반기며 모른 체 하고 바삐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처럼 그들의 정신세계도 버튼을 누르면 온순해지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지금 중요한 청소년 그 시기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깨워 줄수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학생들은 물론이고 특히 여학생 에게는 순간의 잘못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염려스러웠다.

아직 어른들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이지만 정말 거침없고 두려움없는 세대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처럼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세상의 사건들이 일어날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아무 것도 못 본 척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바른 길라잡이 역할은 고사하고 아이들이 무서워서 충고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피하듯이 비겁하게 돌아섰다.
내려갈때 두 사람에게 웃음을 주었던 엘리베이터 안에 풍경은 세사람이 되어 돌아오는데도 모두가 조용히 말이없다.
무관심,
내가 잘못 사는 것인가?
세상을 탓해야하는 걸까?
왠지 씁쓸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2009년 9월 11일 금요일

쭐래



우리집 가까이에 신문사 사장님이 사시는데 아주  점잖은 분이라서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를 나눌때도 평소 내 모습보다는 훨씬 얌전하게 내숭을 떨어가며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사장님 부부를 동물 병원에서 마주쳤다.
작고 예쁜 애견이 제왕 절개수술로 새끼를 낳았다며 보물처럼 안고 퇴원을하여 병원 문을 나서는 중이었는데 빨리 가자고 서두르는 부인을 잡아끌며 우리 쎈에게 던지는 한마디!

 "네놈 등짝에 콩 서말 뿌리고도 남겠다."

ㅋㅋㅋ~~
치와와 블랙탄이 이렇게 살이쪄서 놀림을 받고 말았다.

다이어트좀 하자!

2009년 9월 2일 수요일

9월의 아침



창틀을 타고 올라온 유홍초꽃이 방충망 사이로 방긋 웃는다.
"안녕?" 아침인사를 건네며 9월의 아침을 맞이했다.
눈부신 햇살, 시원한 바람, 짹짹 거리는 새소리까지 내 마음 한 귀퉁이에 행복이란 이름으로 담으리.

2009년 8월 8일 토요일

"주에세이"

 
보낸 사람: "주에세이" <book@essay.co.kr>보낸 사람을 주소록에 추가받는 사람:
 
kr8224@yahoo.co.kr안녕하십니까.
선생님이 지난 출판에 만족하지 못하신 것 같아 저희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계약 해지는 굳이 만료일인 201010월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선생님의 의사가 분명하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본 이메일을 출판사가 계약 해지에 동의한 것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지금은 회사가 자체 인쇄시설과 우수한 디자인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개정판을 내실 계획이 있다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Yahoo! Mail
안녕하세요? 야후!코리아 수신확인 메일입니다.
“kr8224@yahoo.co.kr”님이 보내신 메일을 “book@essay.co.kr”님이 확인하셨습니다.
보낸 시간 수신확인 시간 제목
2009-08-07 13:01:54 2009-08-07 13:25:33
답장: 이보리 선생님 - 에세이퍼블리싱
항상 야후!코리아 이 메일을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주인 (이보리)입니다.
 


이메일로 계약 해지됨을 증명 하겠습니다.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쑥갓 꽃


하지가 지나서일까 6월의 날씨가 무덥다. 저녁 반찬거리로 두부 한 모 사들고 야채 코너를 지나치는데 쑥갓이 눈에 들어온다. 친정아버지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인지 쑥갓을 보니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 없이 쑥갓도 한 단 샀다.
나 어릴 적에 우리 집 넓은 텃밭 가득 노랑 쑥갓 꽃이 피어있었다. 유난히 벌과 나비가 많이 날아다니던 쑥갓 밭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노랑꽃이 너무 예뻐서 한 송이 꺾어 귀 윗머리에 꼽고 있으면 그 향이 너무 진해서 싫었던 기억...
여름이면 신 김치만큼이나 매일처럼 등장하던 반찬으로 상추와 쑥갓 풋고추 그것도 싫었던 기억...
그랬었는데 지금 그 싫었던 추억이 목이 메이게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가늘고 연한 쑥갓이지만 유년을 추억 할 만한 향이 풍긴다. 눈을 살짝 감아보니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노랑 쑥갓 꽃 위로 벌들의 윙윙거림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날아 들 것 같은 착각 속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  

2009년 6월 8일 월요일

더덕 버티칼

3월 말일 아이스박스에 흙을 담아 베란다에 더덕 5개를 심었다.
보름정도 지나면서 이렇게 줄기가 나오고 잎이 나고...
 
3개월 만에 천장에 닿았다.
사진으로 전체를 담을 수 는 없지만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아 창문을 열면 더덕 버티컬이 녹색 산소 공급을 제대로 해 주는 것 같다. 너무 근사해서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요즘은 베란다 나가는 일이 나의 일상 중에 가장 행복한 날들이 되었다. 일주일 전에 10뿌리 또 심었는데 언제쯤 싹이 나오려는지 기다림~~~


2009년 5월 17일 일요일

사피니아( Surfinia )


마음이 울적하여 화원에 들렀더니 새로들여온 꽃이라며 며칠간 이 꽃바라보고 기분전환 하라며 선물로 준단다. 꽃이 시들고 잎사귀만 남으면 가져 라고한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노래를 부르며 탁자위에 올려놓았더니 분홍의 꽃과 초록 잎의 싱그러움이 참 좋다.
집안 분위기가 달라져 보인다.


사피니아( Surfinia )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남미가 원산지라고 하며 페튜니아비올라케아 의 개발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모양과 종류가 다양한 품종이다.  
6~10월 꽃을 피우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꽃을 피우며 분지력이 강한식물로 더위에 강하고 내병성 내우성이 있어 원예식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기질비료(부엽토)를 좋아한다.

2009년 4월 9일 목요일

오줌먹는 사람들



새벽시간 남편과 함께 지역방송을 시청하는데 “아침 오줌 한잔은 생명수”라며 요로법 쓰는 웰빙족이 급증하고 있다고 오줌 먹는 사람들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아침 거르지 않고 마시는 ‘오줌 한사발이 산삼보다 낫다는 것이다.
아침에 생과일 쥬스나 홍삼 쥬스보다 자신의 오줌을 마시는것이 훠~얼씬 좋다는...
요료를 시작한지 넉달 만에 10년간 시달리던 만성위장병이 놀랄 만큼 호전됐다고...
웰빙족 사이에서 자신의 오줌으로 병을 고치는 ‘요료법이 유행하고 동호회까지 등장해서 ‘오줌 마시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휴일 아침 방송이다.
요료의 관한 설명이 계속 되는 동안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남편은 너무 진지하게 시청하고 있다.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마시는‘오줌 한 사발이 산삼보다 낫다는 것이다.
휴일 아침 방송을 시청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계속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는 군...
오~우~
좋다는 군..."

아침 식사 중에도 머리속에는 요료 방송 생각이 가득한 표정이다.
"당신 마셔볼래?"

"그럼 당신도 약이 된다는데 마실 수 있어요?"

"아니~ 난 됐어. 저녁에 이야기하자고..."

몸에, 건강에 좋다고하는, 나로서는 이해 안되는, 먹거리들도 많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다고 먹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으견도 있던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오줌이 그렇다는 군...
어이구! 정말 마시네...오~우~
약이 된다네?"

요료의 관한 설명이 계속 되는 동안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남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게 다시 묻는다.

"약이 된다는데 당신 마셔볼래?"

"그럼 당신도 마실 수 있어요?"

"아니, 난 됐어.
"(웃음)



2009년 3월 9일 월요일

내 가슴에 묻었어



친정 오라버니는 명퇴 후 이력서를 써서 들고 다니기를 셀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간간이 돈벌이가 된다면 가리지 않고 하지만 사기를 한번 당한 후로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돈에 대한 배신과 직장 조직 속에서 외톨이가 된 외로움과의 싸움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눈물겹다. 어느덧 나이는 정년을 바라보는데 면접을 본다며 정장을 말끔하게 입고 넥타이를 동여매고 집을 나서면 그날은 으레히 동생인 나에게로 들렸다 간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에는 또 얼마만큼 풀이 죽어서 오려는지. 그러면 나는 또 어떤 말로라도 위로를 해야하겠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 위험물 취급 책임자 자리에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필기시험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았다고 주말을 흥분된 상태로 보냈지만 나는 오늘도 그러려니 하고 지켜 볼 뿐이다. 그렇게 좋아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하면서 못 마시던 술을 마시게되더니 언제부터인가 누구인가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이젠 나도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 되고 보니 대답은 건성으로 하게되고 올케언니나 자식들도 말수가 적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마 그 중에 가장 마음을 잘 알아서 끝까지 답해주는 상대는 구십이 가까우신 어머니와 막내 동생인 나뿐이다.

 이른 저녁 술은 마셨으나 이미지 흐트러짐 없이 보는 사람이 목이 아플 정도로 넥타이를 조여 매고서 어느 날처럼 그렇게 기분 좋게 귀가하여 김치를 버무리는 내 옆으로 의자를 끌어다 바짝 가까이 앉아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오늘 면접 보는데서 내 자격증을 보고 모두들 놀라더라고요. 모두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드라고요! 면허증을 봉투에 집어넣었는데 다시 보여 달라면서 자세히 관심 있게 들여다보더라 구요. 주인이 지금 김치 버무리는데 바꿔줄게요."

"아니 왜 바꿔. 고춧가루 묻은 손으로 어쩌라고." 전화기를 간신히 귀에 대니 어머니의 차분한 음성이 들린다.

"다행이다. 모두들 좋게 봐줬다니."

그 사람들이 실업자 면접하면서 부러울 게 그렇게도 없을까? 어머니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들이 실수 안하고 돌아온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시는 마음일 것이다.

"오빠, 언니는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해서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수십 년을 살을 섞고 살았어도 오빠 말에는 마이동풍인데 엄마는 오빠의 이야기를 한번도 나쁘게 말씀하지 않는 것을보면 참 대단하시지. 매번 지치지 않고 일과를 보고하는 오빠도 참 대단하고 모자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는 나도 참 대단해. 이런 것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거야."
오빠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계속 말한다.

"난 내가 그런 대접을 받을 줄 몰랐거든?  너도 내가 대단하게 보여?"

"그럼, 그 많은 면허증, 자격증 들고 나갈 때 난 진작에 그런 대접받을 줄 알았어. 오빠 옛날의 그 실력 언젠가는 또 빛 날 날이 꼭 올 거야. "

"너도 그렇게 생각해? 고맙다, 말이라도... 난 혹시 하고 들고 간 것인데 젊은애들 틈에서 욘사마 된 기분이더라고! 내가 인기 있는 대접을 받을 거라는 걸 넌 미리 알았다니! 으~음! 우리 식구가 그럴 때 보면 참 눈치가 짱 이야."

"이젠 오빠 말투까지 젊어지네?"

"배웠지, 면접 보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거기에서 내 면허증을 보여 줬더니 어떤 젊은이가 "짱" 난다 그러던 걸?. 대단하다는 뜻 일거야! 난 그때부터 자신이 있었어, 다시 보여줄까 하다가 참았지, 나 잘했지?
"응. 잘했어, 그런데 '짱 난다'는 말은 짜증 난다는 뜻 이여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동무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누군가가 나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시무룩하던 오빠의 표정이 밝아 보여 참 좋았다. 오빠를 집에 태워다주고 잠시 들어가니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찌그린 올케언니의 미간이 동아줄처럼 굵게 파인채로 사람을 맞는다. 찬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언니의 표정을 살피던 오빠는 미안했던지 우리 집에서 했던 말들을 재연하듯이 언니에게 말 해준다.

"짱 난다는 말은 대단하다는 뜻 일거야!"

"아이고... 그만 들어가서 자라, 고만 떠들고... 면허증, 자격증 이야기 한번만 더하면 아흔 아홉 번째다."
꿱 소리친다. 오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짜증스런 그 말속에는 여러 가지로 남편을 무시하고 있는 표현이 담겨있다. 머쓱한지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병 꺼내 따르며 내게도 권하면서 아무 일도 없는 듯 언니를 향해 다시 이야기를 한다.

"아~ 난 몇십 년 지난 면허증들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

"글쎄 난 알았다니까?"

"알았어.? 이번에 합격만 되면 당신 마음 고생 끝이야. 오늘밤에 잠 안 올 것 같아..그 놀랜 표정들을 생각하면... 하하하!!"

"아~휴, 왜 그렇게 크게 웃는 거야! 그만 마시고 얼른 자라고요!" 언니 신경질에 조용히 일어나 소파에 쓰러져 이번에는 연극배우처럼 잠꼬대를 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내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 때문에 이 많은 면허증에 도전하였는지, 자격증을 왜 따 놓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나중에 설명을..."

누구에게 설명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브리핑하던 버릇으로 손을 들어 손짓도 한다. 미간을 찌푸리고 눈 흘김을 하는 언니의 모습도 잠꼬대하는 오빠의 모습도 서로가 사랑으로 감싸고 덮어주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시점까지 도달해 있는 위기 폭발 상태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측은한 내 오라버니. 가엽은 올케언니. 기죽은 조카들. 실업, 명퇘, 동태, 의
길목에 위치한 동생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 오늘도 활기찬 목소리로 "good morning!"을 외친다. 어머니에게도 하루의 시작을 잊지 않고 전화로 보고한다.

"엄마 오늘 합격자 발푠데 가보나마나 합격일거예요. 그 사람들이 많이 감탄했거든! 그래도 가서 확인은 하고 오려고요."

아침부터 비내리는 길을 나서서 걸어간다.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면허증, 자격증에 대한 자부심만 끌어안고 오늘도 혹시 누가 보여 달라고 할지 모르니 가지고 가야 한다며 28장 담겨져 있는 누런 봉투를 부둥켜안고 비오는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늦은 밤 오라버니는 술이 잔뜩 취해 들어왔다.

"그놈들이 나를 합격시키면 즈덜이 꿀릴 것 같으니까 날 내친 거야! 실력도 없는 녀석들이 내 면허증에 놀래서 즈덜 밥줄 뺏길까봐 날 불합격시킨 거야! 고소할 꺼야."

"뭘, 누구를 고소 할건데. 그나저나 면허증 봉투는 어디 있어요?"

"내 가슴에 묻었어! 내 가슴에... 가슴에... 가슴에!"

가슴에 묻은 것이 서류 봉투뿐이겠는가! 가장의 고개 숙인 모습은 언제나 회복되려나. 연애시절 단 하루도 안보면 못 견딜 것 같았다던 처음처럼의 애정이 하루속히 회복되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는 오빠의 저고리를 벗기고 와이셔츠 속 가슴속에 묻어놓은 구겨진 누런 봉투를 꺼내면서 가슴속에 뭉쳐있는 응어리도 함께 꺼내주고 싶은 안타까움에 뜨거운 눈물이 후두둑 떨이진다.
어느 날 직장을 잃고 할 일이 없으면 곁에서 보는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우리 오라버니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 들 건강 잃지 마시고 모두모두 힘내세요.

요지경


히말라야 고산족들은 양을 사고 팔 때 크기나 무게로 값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질에 따라 값을 정한다고 한다. 그런데 양의 성질을 판단하는 방법이 매우 재미있다. 가파른 산비탈에 양을 놓아두고 살 사람과 팔 사람이 함께 지켜본다는 것이다. 이 때 비탈 위로 올라가는 양은 몸이 말랐더라도 값이 비싸고, 비탈 아래로 내려가면 살이 쪘더라도 값이 적게 정해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당장은 오르기 힘들지라도 가파른 산 위로 올라가면 넓은 산허리에 이르게 되어 먹이가 풍요하지만 편안하게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협곡 바닥에 이르러서 굶주려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동물을 판단하는 것처럼 사람은 자신을 향해, 자신을 위하여 현실 이면의 그 어떠한 세상의 그림을 그려보는 수고쯤은 해가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땀과 피를 흘린 다음에 주어지는 값진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옳은 삶인지 땀 없이 훗날 피만 흘리면 그만인 삶이 옳은 삶인지, 요즘 들어 점점 어떠한 삶의 방식이 옳은것인지 나는 지금 제대로 잘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된다.  뉴스에는 연일 국제적인 경제 불황과 얼어붙은 부동산이, 주식이, 달러가, 원화가치가 어떻다 (심각,심각)

유년시절 소풍 지에서 요상한 복장을 한 아저씨께서 상자를 두드리기도 하고 변사처럼 목소리를 바꾸면서 흥을 돋구면 그 유혹? 에 못이기고 한번만, 딱 한번만 더, 하면서 들여다보던 요지경이 생각난다.
5∼6개의 렌즈 구멍을 들여다보면 상자 속의 그림이 확대되어 보이고 그 그림에 매달린 끈으로 한 장씩 잡아 올려 보다보면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소풍날에나 만져보는 큰돈을 모두 빼 앗? 기고도 그 이야기를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요지경 속 구경은 너무 재미있었다.
누가 말했나, 세상은 요지경이라고....
재미있고 살아 볼만한 세상, 요지경세상속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50대 부부를 숨지게 한 뒤 달아난 범인은 친아들.
강도 행각을 벌인 뒤 피해자가 얼굴을 알아 볼까봐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20대.
농촌지역의 한 마을에 사는 40대 남성이 같은 마을에 사는 60대 여성을 성폭행.
성형중독 할머니 “못생긴 손녀 봐주기 싫어” 충격
유재석 “목욕탕서 장동건보고 도망쳤다”
이번 주 로또 복권의 1등 당첨자는 7명으로 억 억 억~~
옷장 서랍 바닥에 깔려있던 누렇게 변한 오래된 일간지 기사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지금 현실만 복잡했던 것이 아니었구나, 희로애락은 언제나 동행하고 있었어...
지하철 역내에서 빈혈로 쓰러져 철로에 떨어지는 동영상의 아찔함.
두 아이를 숨지게한 범인이 엄마라는 기사.
아까운 나이에 여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기사.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요지경같은 세상은 즐겁고 신나는 기사보다 우울한 뉴스거리가 많다.

험한 인생 길, 나 역시도 산등서니에 올라 산 아래를 향하여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던 날들이 있었기에 점점 자극적인 뉴스에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겨우내 얼어있던 길가 마른 잡초 속을 비집고 봄기운을 알리는 새싹들이 무색하게 가을은 아직 멀었는데 낙엽 밟을 때 부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러나 세상사 세옹지마 라고 했던가!
야구는 중국을 콜드게임으로 대파하고 올해 미국 LPGA에 정식으로 데뷔한 신지애가 시즌 첫승을 올렸다는 소식이다. (박수~짝짝짝!!!)

이런! 오늘의 요지경 막말이...
30년 동안 일본을 따라 올 수 없게 만들어 주겠다는 이치로의 말을 확인 시켜 준 경기라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이런 망할 짜~슥~.
  

2009년 3월 4일 수요일

불가마의 하루



이사 전 날이다.
이사 날짜가 잡힌날 하필이면 몸도 욱신욱신하고 감기가 오려는지 코가 맵다. 집수리를 한다고 엉망이고 괴로워하는 나를 그이가 24시 불 가마에 내려주고 갔다. 뜨겁게 목욕하고 마사지도 하고 찜질 방에 불 가마에 pc 방에 식당에 이곳저곳 들여다본다. 이사 해놓고 정리되면 데리러 올테니 편히 쉬란다.
착한 사람.
여기저기 사람들이 누워있다.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도 피운다.
몸이 개운 하려고 하루종일을 불 가마에서 지낸다는 사람도 있고 불 가마 회원이라며 일주일에3회 온다는 불가마 회원들은 남편 흉보기에 웃음을 참지 못한다.
나처럼 혼자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말할 사람도없고 오래도록 있으려니 개운하기는커녕 손으로 이불호청 돌려 짜놓은 것처럼 몸이 뒤틀리는것 같다. 저녁이 되니 나가고 들어오고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눕는 사람들이 늘어가는데 더러는 잠을 자기위해서 들어오는 사람들 같았다.

나도 TV가 잘 보이는 장소로 옮기어 자리를 잡았다.
모두들 여기저기 누워 잠을 청하는데 혼자라서 벌러덩 눕기가 더욱 쑥스럽고 민망하다.
옆자리에 사내아이를 데리고 가족인 듯 세 식구가 자리를 잡는다.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눕고 내 옆쪽으로 어린이가 앉아서 쥐포를 먹는데 꼬릿한 비린내가 심하다.
내가 싫어하는 냄새다. 그러나 혼자 눕기 민망한데 가까이에 어린이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누워 TV를 주시했다. 얼마 후 어린이가 잠이 들고 두 사람은 일어나 아이 가슴에 수건을 포개어 덮어주고 매점에서 캔 맥주. 김밥, 오징어 ,스낵 과자를 사다 펼쳐놓고 맛있게 먹고 마신다. 나는 한번도 못해 본 광경이라 부럽다.

시간이 지나면서 누워있던 다른 사람들이 조용히 잠들어가고 간혹 기침소리도 들리고...
채널이 고정되어 있는 재미없는 TV는 혼자 떠들고 있다.
나는 이유가 있어서 작정하고 들어왔지만 이 많은 사람들이 내일 직장은 어쩌려고 여기서 밤을 보내는지 궁금했다. 옆자리에는 아직도 맥주를 마시고 있다. 참, 많이도 먹는다. 미안하긴 하지만 궁둥이를 그쪽으로 내밀고 돌아누웠다. 잠은 오지 않고 누워있으려니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닌데 그들의 말을 다 들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처음엔 부부인줄 알았는데 이야기 내용은 부부가 아니다. 술이 거나해진 여자는 계속 말하고 남자는 대답만 한다.

'자기야! 난 10년 동안 너무 착하게 살은 것 같애.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한테만은 착했어. 내가 자기 명령을 거역한 적 한번도 없었지? 자기 마누라 보다 내가 자기를 더 많이 사랑하고 복종한다는것 내가 자부하는 건 그거야.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 안 그래? 말해봐!"

'그래..'

"참 세상 불공평해. 요즘은 쎄컨드로 살면서 연하 애인없고 외제차 없고 집 없으면 세상 헛 산거라는데 나는 자기밖에 없잖아! 자기는 나도 있고 마누라도 있고...자기는 나한테 잘해야돼!"
마누라 있는 남자 곁에서 불공평하게 10년을 복종하며 산다는 자기 푸념을 섞어 앙 탈을 부리는 것이다.
아무 말이 없는 남자의 표정이 궁금해지기에 용기를 내어 돌아누웠다.
남자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겸연쩍은 듯한 표정으로 자고있는 아이를 번쩍 안고 잠자는 방이라는 팻말이 걸린 쪽으로 걸어 간다.

"자기야! 그냥 여기 있자. 자기야~자기야!"
남자는 여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그냥 걸어갔다.
저 말없는 남자가 10년 동안 자기라고 불러주는 여인의 앙 탈을 들어주는 동안, 아이가 커가는 동안 그 마누라는 알고 살까, 모르고 살까. 별것이 다 궁금하다.

이삿짐 정리를 하다가 불 가마의 하루를 기억한다.
남자 등뒤에 대고 부르던 그녀의 콧소리 섞인 "자기야! 자기야!" 그 단어가 별안간 느끼해 진다.
혹시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면?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처신을 해야할까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자꾸 연결 해보고 있다.
요즘 드라마를 보더라도 막장드라마다, 불륜이다, 내연녀다, 숨겨놓은 자식이다 이런 스토리들이 어제오늘 갑자기 일어난 일들은 아니건만 짧은 일생 나이가 들어갈수록 헷갈린다.

오늘아침 남편 출근길에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여보! 다녀오세요."

남편 하는 말,
"와 이라는데, 평소대로해라. 겁난다."

"잘못있으면 겁나야지."

"대체, 뭔 헛소리고, 아침 먹은 빵이 상했었나?"

될수있으면 '자기'라는 호칭은 쓰지 않기로 했는데 여보라는 호칭에 갸우뚱하는 그이 고개짓에 내 얼굴이 화끈했다. 안 하던짓 하려니 쑥스러워 원래대로 다시한번.

"자기야! 일찍 들어와~~"

2009년 2월 4일 수요일

아들과 나누는 체벌

지난주일 날씨도 싸늘한데 창 밖에서 떨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닌데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살짝 열어놓았기에 그대로 듣게되었다.
중학교3학년 아들이 친구와 함께 교회 간다고 먼저 집을 나섰고  엄마아빠와  예배가 끝나고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었나 보다. 아들과 함께 집을 나간 아들의 친구 부모들도 같은 입장으로 아들을 찾고있었다고 한다. 알아본 결과 아이들은 교회에도 출석을 안 했고 게임 장에서 저녁이 되도록 연락이 두절되어 부모님들이 애가 타서 찾아다녔나 보다. 세상이 험하다보니 전화를 안 받으면 가슴이 덜컹하는 것은 사실이다.

"왜 그랬니...전화는 받아야 할 것 아니야~~솔직히 말해봐!"

"놀고 싶어서 그랬어요...난 하나님보다 게임이 더 좋아요"

"그래, 그래...하나님보다 좋은 게임이면 너 혼자 하지 친구는 왜 붙들고 있었어."

"친구는 친구고 나는 나예요. 친구 내가 붙들지 않았어요."

"너 지금 반항? 반항하는 거야?"

"반항이 아니고 제 마음을 말하는 거예요."

"놀다가 약속시간, 교회 끝날 시간에라도, 아니, 엄마아빠와 약속한 시간에는 와야 할 것 아니야~~ 응?"

"시간 가는줄 몰랐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알면 걱정하시니까 여기서 맞아라....몇 대 맞을래..."

"5대요."

길지않은 시간에 오가는 많은 이야기속에 너무 화가 난 아빠도 아빠를 화나게 한 아들도 한동안 말없이 벽에 이마를 붙이고 서서 감정을 정리하는것 같았다.
커튼사이로 내다보니 두꺼운 각목이 보였다.

"아빠가 먼저 맞을게 네가 뉘우치는 만큼 힘껏 때려라."

잘못했다고, 다섯대 다 맞겠다고 애원하던 아들은 아빠를 향해 각목을 세게 2번 내리치고 흑흑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평소에 아들과 지켜온 약속이었던 같았다.
벽에 손을 대고 비스듬히 엎드린 아들의 엉덩이를 체벌하는 아빠의 목소리도 분명히 울고있었다.

"엄마가 불쌍하지 않니?"

"잘못했어요."
"아빠와 약속한것은 뭐야~ 아빠 말이 우습니?"

"잘못했어요."

"아빠가 제발 부탁인데 정히 어긋나겠다면 너 혼자 나빠져라 친구 불러내지 말고..."

아마도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아들 친구 부모에게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말을 들은것 같았다.
담벼락 귀퉁이에 각목을 세우고 할머니 할아버지 걱정하시니까 표정 추스르라며 손수건을 꺼내어 아들의 얼굴을 닦아주고 머리도 매만져 준다. 눈물이 흘렀는지 본인의 눈가도 닦고 나서 뻘쭘하게 서있는 아들을 힘주어 한동안 안아주더니 바닥에 내려놓은 책을 들어 아들손에 들려주며 어깨를 감싸안고 돌아갔다. 청소년 시기에 한번쯤 경험하는 사사로운 일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어찌보면 어른들 보다도 더 분주하다. "놀고 싶었어요"라는 그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대부분 부모들은 이런경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내 아이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너 때문에 친구가 나빠지면 안 된다며 내 아이를 꾸중하고 아들과 체벌을 나누는 젊은 아빠의 인성 교육방식이 참 인상적이었다.


2009년 2월 3일 화요일

갸우뚱 관광체험

작년가을 o 산악회에서 떠나는 관광을 다녀왔다. 
단풍이 아름답기로유명하다는 내장산 관광이었는데 자리가 남아서 차비 만 오천원 만 내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말에 선뜻 따라나섰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한 나로서는 어릴 때 소풍가는 날처럼 많이 들떠있었다. 더 신나는것은 적은돈으로 그 먼곳을 관광하다니 뿌듯했다. 차멀미를 할지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라고는 부녀회장 뿐 이어서 맨 앞에 앉기로 했다. 차가 출발하고 기사 아저씨의 인사와 함께 그날의 관광 일정을 알려주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음료수, 우유, 떡, 과일이 각 사람에게 배당되었다. 점심은 각자 도시락을 준비하던지 관광지에서 사먹어도 된다는 말에 준비를 안 했는데 잘했다는 생각마저 들 만큼 먹거리가 풍부했다.
버스기사님은 고속도로를 지나며 지역 곳곳을 계속 안내해주었다. 운전에만 집중을 해주면 좋으련만 고속도로를 들어서면서 구수한 입담으로 시작하는 19금 단풍놀이 관광 버스 안은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어찌 무슨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불안했다. 원하는 사람들은 캔 맥주와 팩으로 된 소주 그리고 준비해온 술안주음식들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져 뒤로 전달되고 귀에 들려오는 목소리 중에는 술을 서로 권하기도 하고 "위하여"를 외치기도 한다. 잠시도 조용할 틈이 없이 한편에서는 노래를 부르는가 했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혼자 중얼거렸다. 
고막이 터질 것 같은 마이크 볼륨과 화면에 나오는 노랫말과 영상들 버스 가운데는 한치의 공간도 없이 빼곡하게 일렬로 선 자세로 그 자리에 붕붕 뛰는 사람들, TV 고발 프로에서 보았던 광경이다. 설마 차 바닥이 쑤욱 빠져나가지는 않을까? 차가 열 받아서 불이 나지는 않으려나? 설마 하느님이 보우하사 차가 전복되지는 않겠지... 
더욱 놀라운 것은 맞은편에서 단속 정보를 알려 주는 신호를 보내 주었다며 춤추는 것을 단속하니 잠시 자리에 앉아 달라는 안내방송을 해주기도 하고 단속하는 자리를 벗어났다는 안내도 해주었다. 달리는 창밖에 보이는 것은 멀리도 가까이도 휙휙 지나치는 풍경자체가 아름다움인데 창 밖의 풍경과는 상관없는 차안의 풍경을 보면서 내 허리를 두르고있는 안전벨트는 점점 짧게 조여졌다. 내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내게 촌스러운 짓 그만 하라는 표정으로 관광버스 기사는 베테랑이라서 안전벨트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맞은편 아주머니는 덩달아 한마디` 관광버스에서 안전벨트 하고있는 사람 처음 보았다고 까지 말하는 것이었다. 살아오면서 축적된 모든 스트레스를 꺼내놓는 한풀이 행사 같았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버스 안에서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것인지... (갸우뚱~~)
우리 어른들이 놀거리가 많이 삐뚤어져 있는것 같다.
산에 도착하니 나를 에워싼 고운 그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그래! 나는 좋은 경험 했다. 
그날의 고운 단풍만 기억하자.'마음으로 다짐을 해보건만 그 위험했던 관광 버스의 기억은 그대로 남아있다.
위험을 동반한 모순된 관광문화는 없어졌으면하는 바람이다.
요즘 코엑스에서  2009 내 나라 여행박람 회가 열리고 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국내여행지도 알아보고 여행정보도 얻고 올해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녹색체험관광으로 기쁨을 체험하련다. 


 

2009년 1월 22일 목요일

홀리아페페


홀리아페페는 물을 아주 싫어한다. 
생명력이 강하고 잎사귀에 줄무늬가 참 예쁘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관리 하긴 더욱 쉽다. 
물만 자주 주지 않는다면 정말 예쁘게 키울수있다. 
물을 많이 주면 잎이 뚝뚝 떨어지고 뿌리가  썩기 때문에  흙이 아주 말랐을때 한번씩 주는것이 좋다.
2007년 2월13일 친구를 보내고 오던날 친구를 닮은 홀리아페페를 데려왔다.물을 싫어하는 녀석이다.몸도 마음도 건강한줄 알았던 나의 친구.이뇬, 이지지배, 샤앙뇬, 어린아이처럼 욕을 써가며 대화 가능했던 유일한 친구.뭇된 뇬 그렇게 먼저 하늘나라로 날라버렸지.습성이 친구와 비스므리한 홀리아페페 줄기나 잎이나 강해보이지만 가끔 노랗게 황달기가...빨리 얼릉, 후딱 자라서 번식하고 생육하여 무성해지라고 마주치기만 하면 같은 말을 반복해 주건만  번번히 쌩까고 그날이 그날인듯 살아있는 녀석...내 마음의 친구를 대신한 홀리아페페는 오늘도 거실 끝에서 유리창으로 들여다보는 햇빛을 맞이한다.그리운 나의친구를 보듯이 오늘도 홀라아페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