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그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쥐똥나무라고 알아?"
"쥐똥나무? 봄에 산에 가면 흰 꽃피는 그 나무 아닌가? 가을에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 달리는 그거요. 요즘 공원이나 길가에서도 많이 보이던데요. 왜요?"
급히, "알았어! 알았어" 하며 전화가 끊어졌다.
몇 차례 피를 토한 그이에게 돌 파리 한의사를 자처하는 친구들이 한방에서는 피 토하고 피 똥싸는 사람에게 쓰인다는 한약재료를 두고 동의보감을 독해한 듯 아마도 농장에서 짜가 허준들의 토론이 벌어졌나보다.
[5∼6월에 흰색 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6∼7mm의 둥근 달걀 모양의 열매가 열리고 가을이 되면서 10월에 검은 색으로 익은 열매가 쥐똥같이 생겼기 때문에 쥐똥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은 도심공원에 조경 울타리로 심은 것을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수랍과(水蠟果)라는 약재로 쓰는데, 강장·지혈 효과가 있어 허약 체질·식은땀·토혈·혈변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수랍과(水蠟果)라는 약재로 쓰는데, 강장·지혈 효과가 있어 허약 체질·식은땀·토혈·혈변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8시30분 다시 전화가 온다.
친구 부인이 취했다고 집에 가라고 한다며 콜택시를 타면서 전화기에 대고 술 취하면 하는 그이의 입력된 맨트가 이어진다.
친구 부인이 취했다고 집에 가라고 한다며 콜택시를 타면서 전화기에 대고 술 취하면 하는 그이의 입력된 맨트가 이어진다.
"짱구엄마가 집에 가래! 나 지금 택시 타려고... 아파트, 우리아파트..."
15분 후에 아파트입구로 택시비 가지고 나와 있으라는 전화다.
아파트 안으로 택시가 들어오려면 절차가 여간 복잡하지 않기에 술 취하면 나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가끔 현금으로 수금을 하기 때문에 주머니에 돈이 있는 그이는 술에 취하면 지갑을 꺼내지 않는다. 지갑을 모두 잃어버린 경험이 있기에 생긴 습관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저만치 택시가 잠시섰다가 내 앞을 지나간다.
큰소리로 "자기야~~" 하고 부르니 택시가 섰다.
창문이 마침 열려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며 기사님에게 무슨 죄인이나 된 것처럼 눈치를 보며 허리를 굽혀 고맙습니다 를 몇 차례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을 추스려 일으키는데 너무 힘들다.
나는 그이에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기사아저씨 돈 벌러 빨리 가셔야하니까 얼른 내려와요."
안스럽게 그이를 쳐다보고 내 얼굴을 쳐다보고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부끄럽다.
술 취한 사람은 목소리가 크다.
말도 많이 한다.
한말 또하고, 또하고, 다시 또하고, 시스템이 그 자리에 멈추었나보다.
남들에게 비쳐지는 그이의 술 취한 모습이 너무 창피하다.
아파트 관리실을 지나치려니 죽을 맛이다.
최대한 빨리 집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하기에 우는 아기 달래듯이 꼭 안고 들어왔다.
1분이면 들어올 집을 10분은 걸린 것 같다.
거의 인사불성상태에서도 신종플루 때문에 손을 닦아야 한다고 떠든다.
따끈한 물수건으로 얼굴과 손, 발을 대충 닦이고 잠자리에 눕혔지만 몸이 많이 괴로운가보다. 크게 앓는 소리, 신음소리, 가슴을 부여잡고 가슴을 자꾸 주먹으로 친다.
정신이 들면 얼마나 아플까 걱정이 된다.
그 주먹을 부여잡아 저지하며 말했다.
"녹음기 어디 있지? 녹음을 해야겠어!"
그 순간 조용해진다.
한 성질 하는 꼬챙이 같은 성격에 자신의 결점을 증거로 남기기는 싫은가 보다.
잠들었다.
들깨 찹쌀 죽을 밤새 끓여 이른 아침 아픈 속을 달래 주었다.
절대로 잔소리는 안 하려고 했지만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은 남의 탓을 했다.
"인사불성인 사람을 택시를 태워보내면 어떻게 해? 좀 정신이 들면 보내! 짱구엄마 정말 섭섭하네."
그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남의 탓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