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우리 부부를 아껴 주시는 남편의 선배 되시는 아주버니께서 그이와 함께 늦은 밤 집 문밖에서 나를 불러낸다. 들어 오시라 해도 얼굴만 보겠다며 밖에서 서성이는 그분을 뵈니 반가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극구 가시겠다는 형님을 따라나가 호프집으로 안내하고 6개월이 넘도록 뵙지 못한 그 동안의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조금 여위신 모습이다.
일상의 이야기들...
고혈압 당뇨에 관한 이야기...
담배를 끊어야하는데 안 된다는 이야기...
그이 친구의 애인 이야기....
자녀들 결혼이야기...
이혼녀와 결혼한다는 친구 동생의 이야기를 각자 입장에서 말하며 축복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나이가 나이니 만큼 건강이야기와 주변 결혼이야기가 많다. 언제까지나 젊음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 혼인 걱정을 해야 할 나이에 와 있다니, 나이에 대한 서글픈 마음도 든다.
세월이 흐르는 물 같다더니 정말 그렇다.
말하는 도중에 그이 입에서 침이 조금 튀었다. 민망했던지 웃으며 한다는 말이 낮에도 가만히 있다가 침을 주르르 흘렸다는 말을 덧붙인다. 아마도 뇌파검사를 해보아야 한다고 형님 우스갯 소리에 폭소를 터트렸다.
'너 중풍 아냐?'
'침 질질 흘리고 다니면 어떻게 하지?'
'가슴에 손수건 달아 줄게요.'
'수건 달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 할까?'
각자 한마디씩 하는중에 가슴에 매달은 수건을 끌어다 침 닦아주는 시늉도하고 그렇게 웃었다. 핵심도없는 일상의 이런저런 뒤섞인 이야기들이 우리를 즐겁게 했다. 그이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 아들 결혼식에 당신도 갔었나? 안 갔었나?' 우리는 불과 4년 전 기억이 희미해서 더듬거리다가 뷔페에서 피로연 음식 먹던 장면을 떠올리며 기억을 찾아냈다. 기억력은 자꾸 쇠퇴하고 이런 증상이 늙어 가는 모습일거다. 좋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 짧은 시간 한 자락이라도 오래 붙들고싶다. 이렇게 만나서 웃음을 공유 할 수 있는 오늘은 Happy day다. 마음이 쓸쓸할 때 일 수록 자꾸 웃을 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외로워서 웃고 아파도 웃고 노여워도 웃고 서운해도 웃었는데 어제 밤은 반갑고 즐겁고 행복한 웃음이 있으니 최고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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