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어 들어온 남편 성화에 못 이겨 따라나선 낚시터의 밤은 춥기까지 했다. 동이 트고 저수지 뒤편 야산 자락에서 이슬에 옷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도 모른 채 들꽃의 사진을 찍었다. 가을이면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 꽃 중의 하나 쑥부쟁이는 가지가 아주 많이 갈라지고 꽃도 가지마다 가득 피어나서 그 무게 때문인지 땅에 비스듬히 누워 자라고 있었다. 청색도 보라색도 그렇다고 분홍색도 아닌 적당히 섞인 듯한 빛깔의 아름다운 쑥부쟁이 꽃은 잎사귀도 꽃 모양처럼 길쭉하고 날씬하고 귀엽다. 그러나 뒤엉키고 구부러지고 쓰러진 채 꽃만 위를 향해 방긋 웃는 꽃송이는 왠지 얼굴만 뽀얗게 화장을 하고 몸은 단장하지 않은 여인의 모습처럼 몸매는 보지 말고 얼굴만 보고 예뻐해 달라는 외침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저 만치에 아침부터 술이 약간 취한 듯한 늑수구레한 남자가 기분이 좋은지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른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만 같은 그대 들국화라 부르리~~ 들국화~연정~''
쑥부쟁이가 들국화인 것을 알긴 아는지 가사까지 바꿔 오랫동안 서서 노래를 부른다. 무심코 쳐다보니 꽃 더미 위에 뜨끈한 오줌 줄기를 뿌리고있는 것이다. 시원한 진저리도 한번 친다. 노래를 끝내고서야 마지막 오줌 방울을 털어 내는 팔 흔들림이 멀찌감치 에서도 보인다. 나름대로 창피했던지 눈을 아래로 깔고 그 꽃 참 예쁘네? 하면서 내 옆을 지나쳐갔다. 들꽃을 보면서 마음이 싸~아 했다. 기분이 엉망일 것 같은 들꽃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쑥부쟁이야! 너 싸우나 했지? 너무 뜨겁진 않든? 인간 세상에서는 뜨거움을 즐긴 후에 '아~ 시원하다.'라고 말한단다. 너도 한번 해보렴."
낚시도구를 챙기는 남편에게 쑥부쟁이와 이렇게 아침인사하고 왔다고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그으래...? 그래서 꽃이 뭐락하드나...?
"몰 라 요."
(사모님 버젼으로...)
'아~오늘 바람이 시원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