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7일 화요일

봄처녀의 비빔밥

내일 친정아버지 생신인데 일산 기독교공원묘지에 다녀오고 싶어요.“


이 위험한 시기에 어딜 돌아다니려고 해?“

 

그러니까 당신이 태워다 주면 되잖아요.“

 

나 원 참! 돌아가신 분의 생신은 안 챙기는 거야. 추도식이라면 몰라도... 날씨도 춥고 전염병이 도는데 어디를 돌아다니겠다고...“

 

우리 남자는 신경질정도로 단호하게 돌아가신 분의 생신은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며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기념이 아니고 기억하겠다는데 왜 그래요? 잠간 태워다주면 될 것을... !“

 

결국에는 공원묘지에 못가고 찔끔찔끔 몇 방울의 눈물을 훔치면서 혼자 마음을 달래고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1개월 남짓 지나고 봄이 찾아왔습니다.

 

전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마스크 구매 줄서기가 한창인데 이 몸도 그 긴 줄 중간쯤에 서서 약국 문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마스크 2장사는 시간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엄마 생신이라고 음식 준비하는 것도 아니고 잠간 산에만 갔다 오자는데 빨리빨리 준비하라니까 마스크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아까부터 줄서서 기다렸는데 약국 문을 아직 안 열었어요. 1시간은 더 걸릴 듯해요.“

 

그냥 와! 비닐로 칭칭 싸매고 다니자고.“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어이상실입니다.

 

친정아버지 생신에는 돌아가신 분의 생신은 없는 거라고 불과45일전에 말한 사람이 당신 어머니 생신에는 선산에 가야한다고 시간 지체하지 말고 빨리 들어오라고 호통 이십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약국에 마스크가 오후에 들어온다는 약사님의 말씀에 마스크 구입을 포기하고 집으로 급히 달려가니 성격 급한 사람 차 시동을 걸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급히 신발을 바꾸어 신고 따라나섰지만 이 남자 얼굴은 이미 굳어있습니다.

하루 이틀 겪어온 성격도 아니고 뛰는 놈 위에 날라 차는 년 여기 있다.

도도한 목소리로 명령을 했습니다.

 

이 기사 운전해!“

 

요즘에는 동네에도 사람이 없는데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주말인데도 차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느 구간에서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아서 1등으로 달렸습니다.

박수도 쳐주면서 말해줍니다.

 

당신 운전 참 잘한다. 우리가 1등으로 달린다. ~!!“

 

심통 난 얼굴을 하고 있던 남자는 기분이 풀렸는지 빙긋이 웃더라고요.

 

풍악도 울려 봐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준비했다는 듯 음악버튼을 꾸~욱 누릅니다.

 

어머니 어머니 우리어머니

 

내 몸과 내 동생 낳아주시고

 

사랑과 수고로 길러주시네.

 

언제 준비했는지 어머니라는 동요가 들립니다.

(~효 아동 스럽기는...) 하고 생각했지만 조용히 3절까지 귀 기울이고 들었지요.

자기만 엄마가 그리운 것이 아닌데 내 아버지 생신은 모른척하더니 노래까지 준비하면서 엄마 생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 섭섭하고 노여워 순간 울컥하기도 했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 돌아가시고 한풀 꺾인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남편이 측은했습니다.

 

이어서 내가 소싯적 즐겨듣던 john Lannon Mother 제목이 스크린에 보입니다.

나를 위해서 준비 했답니다.

 

아니 이 노래 어디서 구했어요?“

 

어제 애들한테 당신 좋아하는 노래 usb에 넣어달라고 했지.“

나름대로 미안했었는지 정성껏 신경써준 것 같아 서운하고 섭섭했던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는가 싶었는데 또 한마디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뭐 이렇게 궥궥거리는 힘든 노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

 

그런데... 라고 비위 거슬리는 말은 안했어도 좋으련만...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긁다가 웃다가 티격태격하면서 시부모님이 계신 선산에 다녀왔습니다.

 

산속이라서 사람들은 만나지 못했지만 자연의 귀함을 만나고 왔습니다. 낙엽 사이에서 파릇파릇 새싹들이 올라오고 나무들은 가지마다 잎들을 틔우고 있었어요. 산 아래 마을에 들어서니 목련꽃이 탐스럽습니다.

산들거리는 바람도, 적당히 따뜻한 햇살도 그곳은 코로나19의 걱정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산을 내려오다가 봄에는 노랑꽃 피는 쓴 나물이 몸에 좋다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서 냉이와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달래를 비닐봉투에 한가득 캐고 제비꽃도 몇 개 따왔지요.

집에 돌아와 제비꽃을 넣어 화전을 부치고 민들레, 씀바귀, 고들빼기 냉이 데쳐서 나물 무치고 달래 썰어 양념간장 만들고 피곤함도 잊고 늦은 저녁상을 차렸습니다.

 

식탁에 앉고 보니 고추장에 참기름 들기름 섞어 넣어 비빔밥 비벼주시던 친정아버지의 그리운 목소리가 들리는듯합니다.

 

우리 예쁜이 많이 먹어라!

꼭꼭 씹어 먹어라

목 메이지 않게 쑥국 국물도 마셔라.

우리 예쁜이는 먹는데 복이 붙었어.”

 

매운 것을 참느라고 어깨를 들썩이며 받아먹던 아버지 사랑표 봄나물 비빔밥을 오늘은 옆지기를 위해 내가 비비고 있습니다.

 

오른쪽으로 비비고 왼쪽으로 비비고~~돈 주고도 먹을 수 없는 봄 처녀의 비빔밥~~ ”

 

장난스럽게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비벼대지만 예쁜이라 불러주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사랑 표현 메마른 바리톤의 음성이 들립니다.

 

"밥 더 넣어라~ 짜다.”

 

2020년 4월 3일 금요일

표현 하세요.

담 모퉁이를 돌아 신작로를 향해 골목을 빠져 나오는 딸을 한 순간이라도 더 보려고 발걸음 바쁘게 따라 나오신다. 손을 몇 번이나 내 저으며 들어가시라고 해보건만 두 손을 겹쳐 허리 뒤춤에 대고 남의 집 담벼락에 등을 기댄 채 딸자식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계신다.
나이 들어 함께 늙어 가는 처지가 되었어도 형편이 어려워진 막내딸을 보는 것은 늘 안타까움 뿐 이리라.
 
살아생전에 몇 번이나 더 만들어 먹일 수 있겠느냐며 나 좋아하는 만두를 급히 빚은 엄마사랑 표 김치만두와 구미 챙겨주신 밑반찬을 들고 친정집을 나서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닦을 수가 없었다. 내 손이 얼굴을 만지면 멀리서 보아도 엄마는 내가 울고 있음을 눈치 채시고 더욱 가슴 아파하실 것을 나는 안다.
 
오래전 언니가 힘들어 할 때 팔아서 요긴하게 쓰라며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몇 개의 패물과 소싯적 쌍가락지까지 꺼내 주셨던 그날도 언니가 가는 뒷모습을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 보셨다. 그때, 그날처럼 막내 딸자식 멀리 사라져 보이지도 않는 빈 거리를 한참동안 그렇게 바라보셨으리라.
 
자식들이 가뭄에 콩 나듯이 쥐꼬리만큼 드린 용돈을 얼마 동안을 쓰지도 않고 모아 놓으셨을까. 하얀 봉투가 누렇게 변하고 가장자리가 닳아서 속이 보일 것 같은 봉투를 누가 볼세라 내 가방에 얼른 찔러 넣으신다. 싫다며 완강히 거부하지만 아무소리 말라는 엄마와 나의 손 싸움은 인기척으로 인해 주춤 멈추고 입도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하다 멈추느냐는 둘째 언니 말에 언니 흉을 보다 들켰다는 궁색한 대답을 했다.
 
언니도 그랬고 오빠도 그랬고 나 까지도 몇 년 사이에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사업장 문을 닫게 되고 경제가 힘들다보니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이 효도인데 그 간단한 효도도 못 보여 드리다니...
어머니에게 해 드려야 할 것이 걱정 말고는 없단 말인가?
 
건강하기만 하면 살 수 있어. 근심 걱정 지나치게 하다 건강 잃지 말고 힘내라. 노력한 만큼 돌아올 날이 있다.”
 
신신 당부와 위로를 해주시는 내 어머니 앞에 어린아이처럼 고개만 끄덕이며 다시 또 다른 기도의 제목을 안겨드렸다. 안타까움에 떨리는 손길로 등을 쓸어주시던 그날 엄마를 힘껏 안아 볼 것을 아니, 안아 드릴 것을 ...
살아생전에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한번 해 볼 것을...
 
마음은 그렇지 않았는데 왜 그다지도 감정 표현에 인색하고 말없고 애교가 없었을까?
내 평생에 가장 아픈 후회로 남아있다.
 
늦둥이 쉰둥이로 태어나 부모님께 아픈 손가락 이였던 딸자식에게 사랑 한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리사랑 짝사랑만 하시다가 그렇게 가셨다.
  
"엄마!
엄마!
사랑해요.“
 
소리 내어 울어보아도 흐느껴보아도 이제는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없는 엄마라는 이름의 최 어진 여사는 대답이 없다.
철들자 망령 든다는 옛말이 있듯이 엄마 떠나신 그 나이가 되어서야 거울 같은 내 자식들을 보면서 내 부모님을 간절하게 그리워한다.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에 핑계를 대고 내 설음에 훌쩍인다.
 
*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들 딸 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부모님 살아생전에 많이 만지고 손잡아 드리고 안아주세요.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하지 마세요.



2020년 3월 3일 화요일

유기 견의 눈빛(Eyes of an abandoned dog)


유기견의 눈빛



주인님!
나는 버려진 강아지입니다.
여기서 받아 줄 수 없나요?
나의 일생 당신께 맡깁니다.
당신 나 버리지 않을것을 믿기에
이 한 몸 당신께 드립니다.

죽이든 살리든 나를 받아 주세요.
내 두 눈의 눈물뿌려 당신 발을 핥게 하소서
내가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방에 주인 되신 Bang ju in님
이 세상 끝 날 까지 사랑합니다.
이 세상 끝 날 까지 사랑받기 원합니다.
 


Eyes of an abandoned dog
 
master!
I'm an abandoned dog.
Can't you accept it here?
I leave you with my life.
I believe you won't leave me


I will give you this one body.

Accept me whether you kill me or live.
Tear me in my eyes and let me lick your feet
I Love You.
 
Master who is the owner of this room
I love you till the end of this world.
I want to be loved until the end of this world.



2020년 3월 2일 월요일

꿈길에 In my dream

꿈길에

옥색 한복 차림 내 아버지 저어만치 걸어가신다.
불볕더위 아지랑이 피어나는 성 뚝 길을 넘어
오이 밭을 지나고 넓은 목화밭을 지나
어릴 적 고기잡이 가던 그 길을 아버지 걸어가신다.
어깨 위에 걸머멘 투망이 힘겨워 보인다.
 
"찰카닥, 찰카닥 "
납덩이 부딪치는 소리만
걸음걸이 박자 되어 내 귀에 들려오고
꾸부정한 뒷모습만 바라보며 종종걸음 재개
한강 백사장까지 따라왔다.
 
모래사장 뙤약볕 눈부셔
잠시 눈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내 아버지 어디 가셨나!
어디로 가셨나! 
 



In my dream
 
He walks with my father in a turquoise hanbok.
I'm crossing the rampant road
Through the cucumber fields, through the large cotton fields
When he was a kid, he walked his father's way.


I can't wait for my shoulder on my shoulder.
 
"Kalkadak, Kalkadak"
 
Only the sound of lead bumps
I stepped into my ear
Resume often, looking only at a steady back
I followed the Han River white sand.
 
 
Sandy Sunshine
I just closed my eyes for a while 
Where is my father gone?
Where have you been?
 


 



당신 생각만으로 마음의 평안을 꿈꾸고
당신 품안에 내 쓸쓸한 마음을 기대고 싶었던 그 긴 날들을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숨조차 크게 쉬지 않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를 하고 돌아서는 순간에도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당신 한번이라도 본적 있나요?
당신 침묵하는 동안 마음속으로 통곡하는 애절함을 한번쯤 눈치라도 채셨는지요.

당신 때문에 웃고
당신 때문에 꿈을 꾸고
당신 때문에 행복하고 그렇게 당신 곁에서 살고싶었습니다.
아직도 작은 심장의 울림이 당신을 기다리며 뛰는 것은 분명 살아있다는 증거지요?
언제쯤 당신 곁에 나를 머물게 해주실 건가요.

늘,
항상
지척에서 서성이는 내 마음 너무 많이 지쳐 갑니다.
당신 냄새도 맡고싶고 가늘게 코고는 소리도 듣고싶고
당신 등을 만지며 잠들고 싶은 것이 그리도 큰 사치인가요?

오늘도 교회당 십자가 아래 두 손을 모으고 주님의 위로를 갈구합니다.



Width I dream of peace of mind just by thinking of you Those long days I wanted to lean my lonely heart in your arms I can't say anything and I'm waiting without a big breath. Even when you turn around with a joke Have you ever seen an indescribable tear? Have you noticed the sadness of wailing in your heart while you are silent? Because of you Dreaming because of you I was happy because of you and wanted to live with you. Is it still alive that a small heartbeat still beating you? When will you let me stay by your side? always, always In the meantime, pacing is getting too tired of my heart. I want to smell you, and I want to hear your snoring sound Is it a luxury to want to fall asleep while touching your back? Today, we gather our hands under the cross of the church and yearn for the comfort of the L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