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일 화요일

큰언니

다 저녁에 언니가 왔다.
띠 동갑 언니다.
명절을 앞에 두고 얼굴을 안보면 안 될 것 같다고 전철을 타고 1시간도 더 걸리는 먼 거리를 동생 얼굴 잠간 보려고 온 것이다. 종일 힘들게 일하고 막내 동생을 보러 온 언니를 맞으며 가슴이 찡하다. 이런 감정이 형제 애 라는 것인가 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너무 불경기라서 이러다가는 밥도 굶겠어라고 지나가는 말로 했더니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눈에 밟혀 순간순간 가슴이 아리고 멍해진다고...
 “내가 12살 때 엄마가 널 낳았어. 너 내가 업어 키웠어, 지금 허리 아픈 거 그때 너 업어줘서 쪼끔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지. 하하~~”
 “언니 이 옷 언니 좋아하는 스타일이지? 언니 이 가방 메고 가! 등짝에 메고 다니는 것이 제일 좋아, 무겁게 들고 다니면 팔 아파서 안 좋아 언니.”
 들고 온 보따리를 풀어 주섬주섬 꺼내놓는 언니의 사랑 선물이다.
송편 만들라며 떡쌀 반죽을 해서 싸고 동그랑땡 부치라고 고기 갈아 양념 반죽을 만들어 싸고 구워 먹으라고 10cm흰떡 5줄을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종로에서 여기까지 찾아온 언니와 나는 한쪽귀로는 들으면서 입은 서로 자기 말만 한다.
노인이라는 말을 듣는 나이가 되다보니 언니들을 만나면 어른이 되어서 살아온 이야기보다는 어릴 때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얼굴 마주보고 앉아 제대로 여유로운 이야기 할 시간도 우리에게는 없다. 얼굴을 보았으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언니와 자장면을 배달시켜 저녁식사를 하며 주고받은 이야기기는 이것이 전부다
하얀 봉투를 손에 쥐어준다.
 “이거 쌀사라~~
 흐 미~~
불경기라서 이러다가는 밥도 굶을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이 언니에게 가슴 아프도록 큰 울림이었나보다. 언니에게 아픔을 안겨주고 말았으니 이제는 말을 조심해야 하겠다,
얼굴보고 2시간 못내 아쉬운 헤어짐이다. 사라지는 택시 꽁무니를 바라보며 끝내 입가를 지나 턱 밑으로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바람이 분다.
하늘을 본다.
사랑해 언니~~


건강해야 해.


마가목


좁고 뾰족한 잎 우산처럼 달린 하얀 꽃이 4,5월에 핀다,
말 이빨 같은 새싹이 나오는 나무라하여 이름이 마가목 이라고 한다.

마가목 열매는 콩알 크기만 하며 주홍색으로 익는다.



작살나무


작살낸다는 말이 있다. 완전히 깨 부셔버리고 작살냈다고 하는데 이 작살나무 열매는 서로 쪼르르 다정하고 예쁘게 달려있다. 꽃이나 열매로 이름을 지어야지 잎이 작살모양이라서 작살나무라고 한다니 이렇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나무이름을 누가, 왜 성의 없고 멋없이 작살이라고 지어준 것일까? 다행인 것은 작살열매는 천진주라고 불러 준다고도 한다. 보고 또 보아도 귀여운 좀작살나무 열매들을 보면서 개명을 해주고 싶은 시월의 아침이다.
가을이보여주는 꽃이나 열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좀 작살나무가 시월의 아침을 인사한다


오늘도 좋은 아침이다.


2018년 9월 30일 일요일

작두콩

너무 보고 싶은데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눈물 바람 날리다.
이렇게 재미없는 세상을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울 속에서 허우적대다.
"다~링 다~링~~" 정겨운 전화 음이 울려 퍼진다.
몸살, 감기기운이 있다는 그이 말을 들으며 보고 싶다는 말은 꺼내보지도 못한 채 인자한 엄마의 목소리로 변신하다.

"따뜻하게 하고 얼른 주무세요."

멍 하니 앉아 입속에 눈물이 짜다고 느끼다.
섭섭한 마음은 어디로 숨어버리고 그를 향한 애닯은 마음만 가득하다.
콩깍지는 나이 불문이다.
내 그리움은 작두콩 깍지만하다.




바나나 나무





수원 어느 청소년 쎈터 마당에 15년 정도 된 바나나 나무가 지붕 높이보다 높이 자라서 멋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내 등판만한 꽃 봉우리에 노란 꽃잎이 아름다움을 뽐내더니 잎이 떨어지고 올해도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렸다.
지금쯤 가면 노랗게 익었을텐데...
도시 한 복판에 풍경이다.


그곳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