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손님 좀 있었어?”
“그렇지 뭐! 아니 그런데 언니 벌써 퇴근 한 거야?”
“벌써 라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 것을 보니 오늘은 장사가 좀 되었나보군... 바빴어?”
하루 종일 사람의 발길이 뜸하던 가게에 퇴근길 몇몇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탁자에 놓인 건강보험 고지서에 적힌 내 이름을 바라보던 언니는 몸을 뒤로 제쳐가며 한참을 웃는다.
“너 이름이 이게 뭐냐? 으~하하하~ 이름한번 거시기 하구먼? 내 이름도 거시기한데...ㅋㅋㅋ~”
“그 거시기한 언니 이름은 뭐예요?”
“내 이름은 너무나 촌스러워서 아무에게도 안 알려주고 싶어. 우리 친정어머니는 내가 첫딸인데 이름을 왜 이렇게 성의 없이 지었을까 몰라~ 동생들은 은자돌림인데 나만 그래.”
“호호~ 언니 그럼 개명해요.“
”얘는 회갑 진갑 다 지나서 무슨 개명을 하니... 이 나이에 개명해서 누구한테 이름 자랑 할일 있니?“
이름 이야기를 하다가 이름 때문에 웃겼던 추억이 있었다며 언니의 이름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막내 동생하고 서류 한 장 떼려고 관공서에 갔는데 주민증을 안 가져갔지 뭐야. 컴텨 앞에 앉아있던 직원이 그러면 주민번호를 대라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여. 그래서 모른다고 했지.”
“주민증은 안가지고 오셨고 주민번호도 모르시고 성함은요?”
“네? 성함?”
“네 이름 요.”
“성은 박이요. 이름은 좀 거시기한데...”
“주민번호는 모르시고... 이름은 거시기 하고...”
장난기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하는 남자 직원의 한마디.
“혹시 점순 씨는 아니겠지요?”
함께 갔던 동생이 빵 터지며 주저앉으니까 그 직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럼 정말 점순 씨이세요?”
우리나라의 여자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점순 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말해 보았다는 남자 직원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언니 지인들 중에 점순 이라는 이름이 3명이나 있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함께 웃고 있는데 나와 친구처럼 지내는 손님이 들어오면서 말한다.
“언니도 오셨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나도 같이 웃자~~”
언니의 이름이 거시기에서 점순 으로 밝혀지는 이야기를 했더니 이 친구는 웃다가말고 심각하게 말한다.
“언니이름이 어때서... 나는 점순 이라는 이름이 부러워. 그래서 나는 누가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면 최 점순 이라고 말해. 나를 아는 사람들은 보험회사 설계사 빼고는 거의 다 내 이름 점순 인줄 알 어. 우리 장군 아빠도 어떨 때에는 점순 으로 부른다니까?”
나도 그도 친구로 지내자고 한지 7년 정도 지났지만 이친구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리는 애견이름을 따서 장군엄마로 나는 쭐래 엄마로 부르는 친구사이였다.
“자네 이름이 뭔데... 실명이 뭐야?”
“나도 점자가 들어간 이름이기는 한데 남자 이름이라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언니가 말한다.
“그럼 자네 이름 점식이여?”
“으~응? 언니 어떻게 알았어?”
“점자 들어가는 남자이름이라면 점식이 뿐이 더 있냐?”
웃음소리가 신작로까지 들렸는지 손주 돌보고 퇴근한다는 언니가 들어오면서 같이 웃자고 했다. 점순이, 점식이 이름 때문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 언니 말을 자르며 하는 말에 허리를 펼 수 없도록 웃었다.
“내 이름은 점돌이여~~”
우리 중늙은이 4사람은 순간 모두 요실금 환자가 되어 있었다.
웃음이 피어났던 그 날 급 결성된 방주인과 점 트리오는 지금도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