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은 옷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너무 불경기다보니 가게 임대료도 못 맞추는 요즈음 더하기로 휴가철이기도해서 혼자 커피만 마시다가 퇴근을 하는 날들이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오늘도 추적추적 비 내리는 아침 우비까지 챙겨 입고 자전거를 타고 옷 방에 도착해보니 가게 앞 넓은 사각 행거 안쪽에 10년을 넘게 키워온 인삼 벤자민이 안보였습니다. 함께 있던 다섯 개의 화분도 옆집화분들도 모두 있는데... 순간 다리가 풀리면서 심장이 쿵~~ 합니다. 누가 도대체 왜 하필이면 가장 무겁고 큰 화분을 가져갔단 말인가! 같은 건물에 있는 미용실 문을 열고 "우리 화분을 누가 집어갔어요~~" 하니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누가요?" 합니다.
112에 도난 신고를 했습니다.
여경과 남자경찰이 왔습니다. 상황 설명을 하고 도난신고 작성을 합니다.
햇수로 10년 넘게 키운 인삼 벤자민 이며 화분이 크기도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남자 두 분이 힘겹게 옮길 수 있는 무게라고 상세히 써내려갔습니다. 신고서 작성을 도와주던 여자 경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절도라고 해야 하느냐고 남자 경찰에게 묻습니다.
"그렇지 절도지.“
경찰의 말이 떨어지기 전에 나는 그 칸에 도둑이라고 적고 피의자란에 내 이름을 적고 법대로 처분을 원한다고 적었어요. 피해자도 피의자도 구분 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많이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정정하여 적으면서 혼자 생각합니다. 화분 한개 잃어버리고 법석을 떤다고 젊은 경찰들이 생각하지는 않으려나? 이렇게 신고접수는 되었고 주변 cc tv설치 장소도 촬영을 한 후 경찰은 돌아갔지만 하루 종일 손에 일이 잡히지 않아 주변을 살피기도하고 혹시 아는 사람일까? 여러 인물들을 떠올려 보기도하고 며칠 전 너무 잘 키웠다고 탐난다며 누가 안 가져가느냐고 묻던 아저씨 모습을 떠올리려 집중해보기도 했습니다.
집이 좁아서 맑은 공기 마시고 살다가 늦은 가을 집으로 들어가자며 옮겨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고 드디어 담당 수사관이 정해졌다는 문자를 받고 하루도 빠짐없이 극성스럽게 전화를 해댔습니다. 전화는 자동 안내문 반복 3회로 매번 끊어지고 12일째 되던 날에야 드디어 통화를 했습니다. 저는 혼자 떠들었고 수사관은 조용히 저의 말을 들어주면서 피곤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일단은 너무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고 신고 된 사건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합니다. 사실 제가 형사였어도 이런 대수롭지 않은 절도신고를 하고 범인 잡아달라고 매일 떠들어대면 얼마나 지루하고 한심할까 생각을 하면서도 저는 또 다시 떠들어댈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범인은 제가 잡을 테니 cc tv 지워지기 전에 확인만 해주세요. 가뜩이나 사건사고 많은 여름 장마철에 금 은 보화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화분 한개 잃어버렸다고 112에 신고하는 정신500년 나간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그 화분을 꼭 찾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2005년 돌아가신 친정 엄마를 모셨던 공원묘지에서 이장을 했고 그 과정에 복잡함이있는 나는 한줌의 흙을 간직하게 되면서 크고 하얀 화분을 마련하고 사람의 몸처럼 생긴 인삼 벤자민 아래 수목 장을 만들었습니다. 가세가 기울고 작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수목장 화분을 가게 앞에 옮기게 되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잘 견뎌주어 지인들은 지나가는 말로 옷가게 하지 말고 화원을 하라고 권유 할 정도로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화분 속에는 옥함이 들어있고 무척 무거워서 옮기기 힘듭니다. 화분 중간에 매직으로 ooo옷방 이라고 굵게 써놓았습니다.) 라고 신고서에 적지 않은 이유를 말했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30분 정도 지나서 담당수사관 2분이 방문하였고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옆 상가 cc tv 주인이 화면을 확인하니까 화분을 가져간 사람은 2명이라고 했습니다. 그 아저씨 얼굴이 나온 모습을 내 휴대폰으로 보내주었고 그 모습을 관찰하면서 나 스스로 수사관이 되었습니다. 초록색 캡 모자에 주황색 운동화 빨강 줄무늬반팔 셔츠 검은 체크 반바지 흔하지 않은 어른의 패션으로 보아 한번쯤 본 듯했습니다. 사진을 눈여겨본지 이틀째 비가 오락가락하는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있는데 찻길건너 골목에서 옷 방을 유심히 바라보며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아저씨 손에 초록색 모자를 손에 들려있고 주황색 운동화를 신고 있습니다. 옷차림은 달라도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한쪽 팔 중간을 잡은 뒷짐 진 모습이 cc tv 사진과 같습니다.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찻길을 건너 쫒아가서 휴대폰으로 뒷모습을 촬영해서 cc tv사진과 비교하며 따라갔습니다. 스타일이 같습니다. 불러 세우고 휴대폰속의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아저씨 이 사진 아저씨 맞지요?”
“몰라요. 나 아니요.”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뛰고 나는 따라갑니다. 담당 형사에게 전화하여 출동 요청을 하고 중계방송 수준으로 간판을 읽으면서 달렸습니다. 동네 골목이 그렇게 많은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큰 길로 나오고 sk 연구소 입구에서 제복을 입은 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차가 오고 있으니 저 사람 좀 붙들어 주세요~~”
“왜 그러세요?”
“도둑 이예요.”
그 분의 도움으로 잡힌 아저씨는 힘들었는지 길가 화단에 기절한척 하고 드러눕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체육시간 이후 이렇게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고 아저씨는 경찰서로 갔지요.
밤9시 화분 확인하러 가자고 경찰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옷 방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아파트였습니다. 경찰서에서 아빠를 모시고 나온 딸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오는 아저씨는 다람쥐처럼 나르듯 뛰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곧 쓰러질 것 같습니다. 딸이 말합니다.
“아빠 계단 못 올라가지? 휠체어 길로 돌아서 올라가자 아빠.”
아니 저럴 수가... 딸이 평상시 내 아빠를 몰라서 저렇게 말할까? 참 기가 막혔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집안에 많은 화분이 있었고 베란다안쪽 10여 그루의 대형화분 사이에 숨겨져 있는 화분을 내가 찾아내어 확인하니 ooo 옷방 이라는 매직글씨를 지우려고 칼로 긁었는지 험하게 긁힌 자국이 있고 그 위에 흰 페인트를 칠해 놓았더군요. 수사관 두 분이 끙끙대며 끌어내지만 녹녹치 않습니다.
“왜 이렇게 무거워요 꿈쩍을 안 하네~~ 유골함이 들어있어서 그런가?”
현관입구로 화분을 옮기고 사진을 찍고 수사관의 설명을 듣습니다.
도난품은 바로 돌려줄 수가 없어서 경찰서에 압류되고 사건이 해결되면 절차에 의해서 돌려준다기에 수사관에게 화분만 깨지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장대비가 내리는데 훼손이 우려되어 미리 돌려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가게로 나갔더니 수사관 두 분이 조심스럽게 차에서 내려줍니다. 이미 벤자민은 물을 주지 않아 연한잎사귀는 말라서 부서지고 가운데 무성한가지는 잘라져 사라졌고 다른 가지는 찢어져 있습니다. 찢어진 가지를 모아 테이프로 깊스를 해주고 화분을 보며 말했지요.
“엄마 미안해요."
아침마당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