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빠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버스 정류장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며 재활용품을 모으는 지하층에 들려 가기 위해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치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 표정을 보면서 싱긋 한번 웃어보기도 하고 모자도 다시 고쳐 쓰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거울 보며 멋 부리다가 내려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눌러놓지 않은 것이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깔깔대며 급히 지하1층을 눌렀더니 그제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자동화 기기 들은 정보를 주어야만 다음 단계로 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음에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실수로 인해 정지상태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의자에 중학생일까? 고등학생일까? 여학생 1명과 남학생 2명이 있다. 옆으로 가니 술 냄새가 몹시 났다. 잠깐동안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자니 삼각관계 인 것 같았다. 그중 한 남학생이 침을 탁 뱉는 것이었다. 위화감도 들고 너무 불쾌하고 더러워서 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멀찌감치 비켜났다. 아직 술에 취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눈에 거스리는 행동을 한다. 저들도 금방 어른이 되고 늙어 갈텐데 지금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지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불손한 태도와 물불 안 가리는 욕 섞인 언행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거나 말거나 그냥 무시하고 마치 대단한 그들만의 능력을 서로 저울질이라도 하듯 여학생을 차지하기 위해 격투 직전의 분위기다. 나도 여자기에 그 여학생에게 무언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공기는 만만치 않게 험했고 그 아이들이 무서웠다.
얼마 후 버스가 도착하여 남편을 반기며 모른 체 하고 바삐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처럼 그들의 정신세계도 버튼을 누르면 온순해지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지금 중요한 청소년 그 시기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깨워 줄수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학생들은 물론이고 특히 여학생 에게는 순간의 잘못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염려스러웠다.
아직 어른들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이지만 정말 거침없고 두려움없는 세대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처럼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세상의 사건들이 일어날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아무 것도 못 본 척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바른 길라잡이 역할은 고사하고 아이들이 무서워서 충고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피하듯이 비겁하게 돌아섰다.
내려갈때 두 사람에게 웃음을 주었던 엘리베이터 안에 풍경은 세사람이 되어 돌아오는데도 모두가 조용히 말이없다.
무관심,
내가 잘못 사는 것인가?
세상을 탓해야하는 걸까?
왠지 씁쓸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