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9일 토요일
전기줄이 보인다
5월의 푸르름...
나무잎들이 푸르다.
길을 지나다가 문득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한점없다.
그 사이로 저만치 교회 십자가가 보인다.
버릇처럼 카메라들 꺼내어 사진을 찍으려 하니 몇가닥의 전선이 훼방을 놓는다.
그 전선을 쳐다보며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때가 언제던가.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였다.
처음으로 안경을 처방받아 씌워 주었을 때다.
비가 오려는지 약간 흐린 날 아침 아이 손을 붙잡고 학교 가는 길,
아이는 다른 날보다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
잡았던 엄마의 손을 살며시 놓고 까치발을 뛰면서 앞서가다가 하늘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엄마~ 하늘이 너무 멀리 있네? 저기 하늘에 길다란 것이 뭐야?"
"뭐...저기 검은 줄? 전기 줄이야. 아직 전기 줄도 몰랐어?"
"엄마 나 저거 처음 본걸? 참 신기하다 하늘에 전깃줄이 있다니..."
처음...
8살 딸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먼 하늘과 하늘 가까이 있는 전깃줄을 보았다.
"평생 기억하는 날이 되겠구나...."
아픈 마음을 쓸어내리는 날이 언젠가는 멈추어질까? 아니면 더큰 아픔의 날들이 다가올까.
평생 짊어지고 갈 운명의 십자가 앞에 의연한듯 잘 버텨주는 아이를 보면서 너무 불쌍해서 가슴이 터질것 같다.
2007년 5월 10일 목요일
산낙지와 세 발 낙지
혹시 집 근처 시장에서 살아있는 주꾸미 파는 것 있느냐고 초저녁에 낭군님 전화다.
죽은 것은 보았지만 살아있는 것은 못 본 것 같다고 했다. 별안간 살아있는 주꾸미를 왜 찾느냐고 했더니 아는 사람이 낯에 죽은 주꾸미를 샀는데 그 주꾸미를 보니 쭈꾸미 회가 먹고싶다고 한다. 요즘 주꾸미 먹는 철이라서 맛이 있단다.
"주꾸미 철이면 아마 횟집에 있지 않을까요? 들어오는 길에 횟집에 들러 없으면 오징어나 낙지를 사오세요,"
딸아이 옆에서 전화하는 것을 듣고 있다가 하는 말,
"산 오징어, 산낙지 말고 주꾸미도 산 주꾸미가 있어요?" 하고 묻는다.
"그럼 횟감은 다 살아있지, 횟집 앞을 지나가다 보면 수족관 안에 모두 살아있는 것 못 봤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심각하게 말한다.
"엄마 나는 산 오징어는 산에서 잡은 거라서 산 오징어인줄 알았어요."
아이는 저 나름대로 심각하고 나는 나대로 심각하다.
시집갈 나이가 되도록 뭘 가르쳤나하는 생각에 기가 막혀하고 있는데 그이가 검정 비닐을 들고 들어온다. 건네주면서 세 발 낙지를 사왔다고 다듬어서 먹자는 것이다.
시집갈 나이가 되도록 뭘 가르쳤나하는 생각에 기가 막혀하고 있는데 그이가 검정 비닐을 들고 들어온다. 건네주면서 세 발 낙지를 사왔다고 다듬어서 먹자는 것이다.
"나는 도저히 살아있는 것을 만질 수 없으니 알아서 만들어 보세요."
하고 뒤로 물러나 있는데 낙지 손질하는 것을 본 아이가 내 게로 와서 귀에 대고 비밀스럽게 말한다.
"엄마 아빠한테 속았어 다리 많 어."
하긴 나도 세 발 낙지가 발이 세 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으므로 딸아이가 산 오징어는 산에서 잡아오는 다른 오징어로 알고있었다는 것을 답답하게 생각할 것까지는 없다는 생각이든다.
인터넷을 뒤져서 세 발 낙지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한자로 가늘細(세)자, 3번째 다리가 가늘고 작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세 발 낙지의 다리는 8개이며, 3번째, 가장 짧은 다리를 보면 끝이 갈라져 있는데 수컷으로 정자의 운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낙지의 종류는 하나 이지만 지역이나 자란 환경에 따라 맛과 향, 크기의 차이가 있다고 한단다.
2007년 5월 6일 일요일
살며 사랑하며
"자기야! 일찍 와요."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바삐 서둘러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삶은 고구마를 호일에 2알 싸고 생수도 1병 가방에 넣었다.
강아지에게 배낭 목줄을 걸고 아파트 뒤편 얕은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동네친구를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난번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후유증으로 팔도 자유롭지 않고 왼쪽 무릎이 시큰거렸는데 이렇게 걷기 운동을 해서인지 평지와 다름없는 산이지만 며칠 지났을 뿐인데 오늘은 거뜬히 오를 수 있다.
"자기야. 나 산에 올라왔어요. 땀났어."
"알았어."
"나 바로 내려갈 거야!"
"알았어."
"자기 요즘 밥 잘 안 먹더라....점심은?"
"먹었어."
"뭐 먹었어?"
"밥."
"반찬은?"
"개구리 반찬."
"아~하하하!"
내 웃는 모습을 본 친구는 입가를 약간 치켜올리고 눈을 대굴거리며 말한다.
"원...별 전화를 다 하는군. 전화요금 아깝지도 않으신가? 그런데 신랑이 뭐라고 했기에 넘어가게 웃어?"
"알았다는데..."
친구는 눈을 흘기며 팅팅 거리는 말투로...
"불가사의야! 불가사의...."
(늬가 나를 어떻게 알겠니...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바삐 서둘러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삶은 고구마를 호일에 2알 싸고 생수도 1병 가방에 넣었다.
강아지에게 배낭 목줄을 걸고 아파트 뒤편 얕은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동네친구를 만나 동행하게 되었다.
발걸음이 빨라진다.
지난번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후유증으로 팔도 자유롭지 않고 왼쪽 무릎이 시큰거렸는데 이렇게 걷기 운동을 해서인지 평지와 다름없는 산이지만 며칠 지났을 뿐인데 오늘은 거뜬히 오를 수 있다.
"자기야. 나 산에 올라왔어요. 땀났어."
"알았어."
"나 바로 내려갈 거야!"
"알았어."
"자기 요즘 밥 잘 안 먹더라....점심은?"
"먹었어."
"뭐 먹었어?"
"밥."
"반찬은?"
"개구리 반찬."
"아~하하하!"
내 웃는 모습을 본 친구는 입가를 약간 치켜올리고 눈을 대굴거리며 말한다.
"원...별 전화를 다 하는군. 전화요금 아깝지도 않으신가? 그런데 신랑이 뭐라고 했기에 넘어가게 웃어?"
"알았다는데..."
친구는 눈을 흘기며 팅팅 거리는 말투로...
"불가사의야! 불가사의...."
(늬가 나를 어떻게 알겠니...
그래 불가사이, 배신 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오늘이 마지막 이라는 마음으로 살면 사랑 할 수 밖에 없다.)
2007년 5월 2일 수요일
엄마에게 가는길
살아생전 빨강 꽃,
가신 님께는 하얀 꽃,
들은 풍월은 있어서 빨간 카네이션 꽃송이를 만지작거리다가 하얀 카네이션 두 송이에 얌전하게 리본을 묶었다.
부모님께 가는 길, 한참을 달렸다.
힐끗 쳐다본 옆자리에 놓인 두 송이 흰색 꽃이 왜이리 쓸쓸할까.
마음이 횡 하니 허전하다.
가던 길 되돌아서 다시 그 꽃집으로 향했다.
빨강 노랑 분홍꽃 한아름 골라 꽃바구니에 채우고 연분홍 리본을 달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래봐도 저래봐도 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다.
살아생전 잘할 것을...
곁에 계실 때 더욱 살갑게 할 것을...
부모님 무덤 가에 햇님의 뜨거운 눈빛을 피하고 싶은지 고개를 푹 숙인 자주색 할미꽃 한 송이가 피어있다.
소박하고 청순한 어머니의 모습 같아 만지지도 못하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단장된 잔디를 괜스레 뜯어내며 꺽꺽대는 눈물바람도, 사실은 그리움 핑계 삼은 내 설움의 통곡이 더 크다. 기도하고 쓰다듬고 언제 다시 온다는 기약 없이 돌아섰다. 아마도 내 마음이 기쁠 때 보다 쓸쓸하고 외로울 때면 다시 찾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언제 울었느냐는 듯 운전대를 잡은 손으로 박자까지 맞추며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그 다음은 모르는데도 끝이 안 나고 입 속에서 계속 돌고 돌아서 나온다.
내가 왜이래 하며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어느새 다시 입에서 흥얼거리고있다.
껌을 씹어도 그 노래가 나온다.
밥 먹고 양치까지 했건만 또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오는 걸까? 내 입 좀 누가 어떻게 해 주었으면 좋겟다.
늦게 귀가한 옆 지기가 말한다.
"비도 많이 왔는데 아버지 어머니 산소 잔디는 잘 정리되었던가? 함께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 마음도 전했겠지?"
피곤해서 눈꺼풀이 감기는 사람을 붙들고 하루일과를 보고한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것도 엄마 같았어.
허리가 구부러진 것도 엄마 같았어.
반쯤 피어있는 꽃을 보면서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싶은 엄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
난 확실히 좀 부족 한가봐!
할미꽃이 엄마인줄 착각하고 꽃에게 말하고 꽃보고 울었어.
뜨거운 햇볕아래 다소곳한 그 모양이 어떻게 보였는지 알아?
당신하고 연애 할 때 집에 안 들어갔던 그날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염려하며 뜬눈으로 밤 세워 기다리던 엄마의 모습 같았어."
"봐라~봐라!! 단편 이가, 장편 이가... 소설 그만 쓰고 자자.
2007년 4월 28일 토요일
남편의 핍박
운동을 해야겠다.
아프지 말자는 뜻이다.
며칠 전 운동한답시고 좀 무리해서 걸었더니 몸살이 났다.
남편이 하는 말,
"어째 방아깨비 뛰듯 하더라."
졸지에 난 방아깨비가 되었다.
"그냥 평소대로 해라. 여러모로 관찰해본 결과로 당신은 매미처럼 사는 것이 주변사람 도와주는 기라."
평소에 흥얼흥얼 노래를 부른다고 조용하라고 하더니 매미라고 한다.
주사를 잘못 맞았는가 보다.
궁둥이가 딱딱하게 뭉친 건지 부운 건지 너무 아파 뒤척이는 사람에게 이번에는,
"엄살 좀 그만 하고 퍼뜩 일나라. 굼벵이처럼 뭉그적거리기는...."
이번에는 굼벵이다.
굼벵이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려고 벌떡 일어나서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었다.
"어데 가는데... 늬 갈곳이나 있나?"
대답도 않고 보란 듯이 집을 나섰지만 그이 말대로 딱히 갈곳이 없다.
홈플러스에 가서 검정 쌀 1봉지와 두부 두 모 사들고 걸어오다 계단 위에서 넘어졌다.
두부 깨질까봐 버둥대다가 굴러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
"두부를 뭉그러뜨리지 팔을 부러뜨리는 곰탱이가 어디 있나?"
나 원 참! 이번에는 곰탱이다.
나의 인내심을 실험하려는지 계속해서 핍박이다.
"사람이 걸을 때 궁둥이를 살살 흔들면서 리듬을 타야지 목도개비처럼 뻣뻣하게 걸으니 허구 한날 넘어지지, 태생이 도도해 가지고는...쯧쯧"
이번에는 생명도 없는 나무 도개비로 변신했다.
보란 듯이 다시 매미로 변신하련다.
깁스한 팔 때문에 에어로빅은 못 따라하겠지만 맨손체조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으 싸~~ 우~쌰! "
mbc 짧은글 긴 웃음)
2007년4월27일 강석우, 양희은의 여성시대3부 시그널 맨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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