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가렛 미첼 처럼 내 생애 단 한 권의 멋진 글을 남기지는 못할망정 꿈이라도 꾸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아줌마 닷 컴에 한 식구가 되었다. 관심사인 작가 방, 요리, 쇼핑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놀고있는데 바퀴벌레 3 마리가 그려진 창이 툭 튀어나왔다. 뭐 눈에는 뭐 만 보인다더니 나의 눈을 강력하게 끌어들이는 문구다.
"어머나 우리 집에 바퀴벌레가 나타났어. 어떡하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참여하기)를 꾹 누르고 바퀴 약 주세요. 하고 신청했다.
몇 개월 동안 온 신경이 다 집중되어있던 바퀴벌레 소탕작전이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기 전이기에 바퀴벌레 레이드 골드 체험 단에 참가했다.
우리 집은 이사온 다음날 바퀴의 출현 때문에 놀라서 붙이고 뿌리고 연막 피우고 일망타진소탕작전에 들어갔지만 전멸이 힘들었다. 한달 동안 동원한 방법에도 나타나는 바퀴 때문에 노이로제가 생겼고 결국에는 용역 소독까지 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끔 한 마리씩 이웃에서 원정 오는 바퀴는 속수무책이다. 온 집안 구석마다 붙이고 뿌리는 경험이 있기에 이벤트가 반가웠다. 드디어 체험 단에서 연락이 오고 약이 도착했다. 바퀴 원정을 방지하려고 찾아간 2층3층에 네 가구 중에는 내 잔소리하는 것이 듣기 싫어서 약을 사다 붙인 집도 두 집 있었지만 심각성은 면치 못하고 있었다. 다섯 집을 나누어주려고 모이라고 했는데 증정용으로는 부족하다. 할인 매장에 가서 2통 더 구입해서 집집마다 붙여주고 왔다. 그리고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편지를 체험 단에 보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오지랍 넓은 짓 하느라 사교 비 좀 들었지만 더불어 이사온 지 몇 개월이 되어도 냉랭하던 이웃과 친해 질 수 있는 계기도 되어서 기쁩니다. 3개월에 한번씩 바퀴 약 교환하는 날 까지 정하고 왔으니 다시 우리 집으로 놀러오는 바퀴 놈들은 없기를 바래 봅니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좀 쉬려고 하는데 옆집 새댁이 밤 9시도 넘어서 내게 찾아와 빨리 자기 집에 와 보라고 한다. 바퀴가 나타났는데 발라당 뒤집어져서 버둥버둥 거리고 있는데 크기는 또 얼마나 크던지 벌 인줄 알았단다. 부랴부랴 가보니 그 놈 배때기에 제놈 반보다도 넘는 네모 상자를 전대 차듯이 달고는 정말 그러고 있다. 얼마나 잘 먹여 놨으면 살이 오동통하게 쪄 가지고 새끼 주머니도 빵빵한 것이 만삭인 것 같다. 새댁 하는 말이 가관이다. "살찐 것 좀 봐라!"하면서 내가 약을 붙여놔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벌레를 잡아 죽여가며 살아야지 돈 조금 들여 소독하면 이렇게 금방 죽는데 그간 병균들하고 동거했느냐고 이건 증정용으로 받은 것이지만 이젠 잊지 말고 3개월에 한번씩 레이드 붙이라고 했더니 살아있는 놈들은 괜찮은데 뒤집어져서 버둥거리는 것은 못 보겠다고 나에게 벌레 집어서 버려주고 가란다. 집어서 변기 통에 넣고 물 내리고 왔다. 그런데 또 오늘 아침 개동 시부터 전화가 왔다. 천장에서 떨어진 바퀴 놈이 벌러덩 뒤집어져서 달달 떨고 있다고 하면서 자기네 집 벌레는 모두 뒤집어져서 죽는다고 레이드라는 약을 먹으면 바퀴가 뒤집어져서 죽는 약이냐는 질문이다.
"아줌마네 대형 청소기 있던데 우리 집 대청소한번 해주세요."
귀엽다 하면 손자가 할아버지 수염을 잡아 당긴다는 옛말이 있듯이 약 붙여주고 커피와 빵까지 먹여주고 사진까지 찍어주니까 이젠 대청소까지 해달란다.
나 원 참!
괘씸한 미시족, 그냥 바퀴와 동거하게 내버려 둘 것을 아침부터 뱉어 내는 말마다 밉상이다.
내가 이런 글쓰는 줄도 모르고 날도 궂은데 빨강 립스틱 짖게 바르고 등이 다 드러난 훌떡 파진 옷차림을 하시고 어딜 가시나?
나 원 참!
괘씸한 미시족, 그냥 바퀴와 동거하게 내버려 둘 것을 아침부터 뱉어 내는 말마다 밉상이다.
내가 이런 글쓰는 줄도 모르고 날도 궂은데 빨강 립스틱 짖게 바르고 등이 다 드러난 훌떡 파진 옷차림을 하시고 어딜 가시나?
바퀴 약 회사사람들이 출근도 안 했을 시간에 아침 식사준비를 하다말고 나는 다시 문자 편지를 써서 보냈다.
[레이드를 먹으면 바퀴가 뒤집어져서 죽는 거 맞습니까?]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아침 일찍 무슨 엉뚱? 레이드? 불법으로 만들어서 파는 휘발유 말하는 거니? 자동차 엔진에는 안 좋다지만 먹으면 바퀴가 뒤집혀? 바퀴하고 무슨 상관인감...!?"
나는 엉뚱한 곳으로 편지를 띄우고 엉뚱한 편지를 받은 친구는 엉뚱한 대답만 한다.
ㅋㅋㅋ` 바빠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