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입주한 이웃 여인의 높은 목소리에 잠을 설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무엇을 하기에 문 여닫는 소리는 셀 수 없이 쿵쾅거리고 나의 인내를 시험이라도 하는 듯 며칠 들 이로 새벽 서너 시만 되면 떠드는 소리에 너무 화가 난다.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밤낮이 바뀌어서 지금이 활동하는 시간이라고 하기에 어쩌다 한 두 번이겠지 하며 참고 조용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웃은 모두 곤히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에 아무래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술 취해서 커진 목소리는 그렇다 치고 고요한 한밤중에 남녀가 고래고래 웃고 떠들면 밤에 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밤은 잠을 자라고 어두운 것인데 세상이 좋아 전깃불이 불야성을 이루고 대낮처럼 밝다 하여 낯으로 착각하면 좀 곤란한 것 아닐까? 이제는 이곳에서 살아야 할 날들이 염려에 앞서 두렵기까지 하다. 몇몇 사람들의 이기적인 무질서가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 솔직하게 여자가 야심한 밤에 술 취한 모습이 자랑거리는 아니라고 본다. 조용히 들어와 이웃을 생각하는 예쁜 마음도 가져 보면 좋을 것을 조절이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요즈음 세상은 남의 눈치 안보고 나 하고싶은 대로하고 사는 것이 개성이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가고 있다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이 사회는 기본적인 상식이나 양심까지 무너져 제멋대로 사는 무질서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아니, 그런 모습이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자신을 통제하지 않고 자기주장대로 산다면 서로 신경이 곤두서서 짜증스럽고 피곤한 일이 아닌가.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윗집 여인은 지금도 쿵쾅거리며 밤의 고요를 깨뜨리고 있다. 험한 세상을 향해 대항하며 반항하는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보는 듯하다.
혹시 나는 이웃에게 이런 혼란스러움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남의 눈의 티만 보고 내 눈에 들보는 못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는 밤이었다.
어느덧 아침이다.
윗집 여인덕분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 여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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