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말했듯이 세계의 언어이고 우주의 춤이라는 노래, 어느 누구든 한두 곡쯤의 애창곡은 있을 테고 또한 즐겨 부를 것이다. 내 어머니께서도 찬송가 외에 다른 두세 곡 정도를 애창곡으로 부르셨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 밭에 앉지 마라….`
`학도야! 학도야! 젊은 학도야….`
`엄마! 엄마! 나 죽거든 앞산에 묻지 말고 뒷산에도 묻지 말고 연못가에 묻어 주.`
지금 생각해보니 어머니는 그야말로 운동권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를 늘 혼자 부르셨다. 층층시하 힘든 시집살이를 이겨내기 위한 혼자만의 시위 음악이었을까? 어쨌든 어머니께서는 찬송가와 몇 곡의 고전 음악 외에 다른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뵌 적이 없었다.
내 어머니의 음성은 평소 말씀하실 때의 저음 목소리와는 아주 다른, 소녀처럼 청아한 소프라노 음성으로 변하신다. 어느해 봄 야유 예배가 있었던 5월의 산야는 파릇파릇 푸르고 아름다웠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가까운 야외로 소풍 길에 오른 많은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저마다 풀 한 포기의 싱그러움까지도 감탄하면서 천지 창조, 신의 섭리를 찬양했다. 그렇게 야유 예배를 마친 후 제2부로 즐거운 노래자랑 시간을 갖게 되었다. 순서에 의해 사회자의 간단한 인사와 심사기준, 상품 등이 소개되었고 마침내 노래자랑을 시작하였다.
`오늘 노래자랑만큼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여하시는 것으로 원칙을 정하겠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찬송가는 자제하시고 오늘만큼은 각자의 18번을 마음껏 뽐내어서 준비한 상품을 많은 분들이 타 가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만약에 찬송가588장 중에서 부르시는 분이 계시다면 하느님께서 무척 기뻐하십니다. 그러나 여기모인 우리도 기쁨을 누릴수 있도록 에헤헤!!! 알아서 불러 주십시오.`
노래자랑은 시작되고 수줍으면 수줍은 대로 씩씩한 사람은 더욱 흥겹고 신나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어머니 차례가 되었다.
`저 분은 예외‥. 찬송가를 불러도 할 수 없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모든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할 때쯤 마이크를 통해 산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음의 음성으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모두들 잔디밭에 나뒹굴며 쓰러졌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상상도할 수 없는 어머니의 다른 모습을 처음 보는 우리 자매를 비롯한 모든 분들은 폭소와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놀라움 자체이었다. 분위기는 술렁였고 예의 상 `앙코르`가 아닌 또 다른 기대의 재창을 목소리 높여 외쳤다.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이번에는 가무도 함께 다음 곡을 부르셨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어머니의 변신 앞에서 포복 졸도하던 그때 그 시절 기억을 지금은 내 곁에 없는 어머니의 93세 생신 날 허전한 마음으로 추억합니다.
햇살이 아주 좋은 날입니다.
`엄마! 아무 근심 걱정 없는 하늘나라에서 평안하시지요?
너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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