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7일 수요일

시츄 입양

저녁나절 아직은 어려 보이는 떠돌이 시츄가 우리 집에 오게되었다.
집 근처 대학교 맞은편 복권 방 아저씨가 먹다 남은 피자 조각을 주면서 털이 뭉칠 대로 뭉친 강아지에게 말한다.

"먹고 저리 가라! 학생손님들이 네놈 때문에 안 들어온다."

일주일째 길에서 헤매고 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복권 방 기슭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안을 기웃거리면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쳐다본다고 했다. 상상하기로 아마 주인이 복권을 사러 많이 드나들었던가 아니면 옆에 피자 집을 많이 다녔던가 그 장소에 버려졌던가….
그곳에서 떠나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 거의 보름동안 자동차 밑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다. 아무튼 안쓰러웠다. 개 좋아하면 데려다 기르라는 복권방 주인의 말대로 웬만하면 데려다 기르겠지만. 집에 있는 두 마리도 표현하기 좀 뭐 하지만 정이 들을 대로 들어서 그야말로 이제는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녀석들을 볼 때마다 다시는 동물에게 정주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터라 고개를 내 저었다.

그랬는데….
저녁이 되니 눈이 내리고 그 떠돌이 강아지가 눈에 밟힌다. 그렇다면 오늘만 데려다가 집에 털 깎는 기계가 있으니 뭉친 털이라도 깎아주자 하는 생각에 집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다시 길거리로 내 놓으려니 안타까운 마음에 보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목욕 시켜서 병원에 데려가 예방주사 맞혀 데리고 왔다.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남편 하는 말, 있는 놈도 없애라니까 버려진 개까지 주워 온다고 싫은 내색을 한다. 내다 버리라고 호통이라도 치면 어쩌나 하고 눈치보면서 말했다.

"사내 녀석이야…! 숫놈…!

"내가 아들을 낳고 싶다고 했지 개새끼 숫놈 주워 오라 했나?"

순간 아들 없는 것이 나만의 큰 잘못인양 어깨가 옴츠려든다. 그런데 이 녀석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그이에게 우~우~웅. 무슨 의사표시를 한다.

"어, 이 녀석 말하네…?"

늙은 두 녀석은 방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사람이 웬일로 번쩍 안고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문지방에 턱 고이고 쳐다보는 두 녀석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고있네,' 아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음력으로 동짓달이니 이름은 동지라고 부르자 했더니 나를 흘깃 쳐다보며 한마디하는 남편,

"어이구! 개 엄마 한동안은 또 개소리만 하시겠네!"

다행히 갖다 버리라는 말을 안 한다.
오늘 이렇게 새 식구를 받아들이고 행운의 숫자 7(일곱) 식구가 되었다.
우리 집에 입양인지, 입주인지 하게된 떠돌이 강아지 동지 입장에서는 행운일수도 있겠지만 그 녀석의 재롱을 보게된 우리가족은 가끔씩 순간의 행복을 느낄 것이다.
네잎 Clover의 꽃말은 행운, 세잎 Clover의 꽃말은 행복이라는데 Clover라는 낱말 안에 'love'를 품고 있어 서란다. 작은사랑이라도 사랑 안에서만이 행운도 행복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굿이 불행해야 할 이유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떠돌이 강아지 동지가 깨우쳐준 마음의 변화, 이해가 가기 전에 계획하고 깊이 생각하고 기도한 후 새해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꼭 닮은 아들을 입양할 계획이다.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고 흥분된다. 왜 진작에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나 자신이 행복을 위해서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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