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8일 금요일

아바바

세월이 참 빠르다.
 
15년 전 66일 난 무엇을 했던가....
 
아득한 그날의 아픔.
 
구급차를 타고 달리며 정신 줄을 놓았던 그날 나도 함께 갔어야 했는데 참 모질게도 아직도 세상과 싸우고 있구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마라 이쁜아~~
 
지금은 그 누구도 이쁜이라고 불러주는 이가 없네.
 
꿈길에서라도 강가에서 만나면 예쁜이라고 불러 주세요.
 
아바바~~~
 
 

Time is so fast.
 
What did I do on June 6, 15 years ago ...
 
The pain of that far day.
 
I had to go with the ambulance on the same day that I had lost my mind, but I'm still fighting the world.
 
Even if life deceives you, don't be sad or angry.
 
Nobody calls anyone pretty right now.
 
Please call me pretty when you meet at the river even on a dream road.
 


Ababa ~~~



2018년 6월 5일 화요일

엄마의 혼잣말

나는 자식들을 어떻게 뭘 먹여 키웠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원통한 세상을 살았어.
요즘 엄마들처럼 자식을 안고 사랑한다는 말 한번 해준 기억이 없고 소처럼 일만 지겹게 하고...
애가 학교에 다녀와서 어두워지기 전에 숙제 한다고 앉아있으면 꼴 베어오라고 땔나무 져 오라고...
배는 등짝에 맞붙고 새까맣고 조막만한 얼굴을 하고 입 꼭 다물고 질질 끌리는 지게를 지고 나가지.
어느 날은 먹일 것이 없어 막 담근 열무 물김치한사발을 먹여 보냈더니 배탈이 났는지 토하고 설사하고... 
추~욱 늘어져서 잠든 것을 봐도 어떻게 해 줄 수도 없지 뭐! 숨을 쉬나하고 코밑에 손을 갖다 대보고...
이런 세상을 살았어. 
아침에 퀭한 눈을하고 학교 간다고... 
우리 큰애는 엄마 아버지에게 정도 없겠지...

2018년 5월 21일 월요일

개똥박사


나 어렸을 때 학교에 다녀오면 부모님은 바쁜 농사일에 늘 집에 안계셨다.
배가고파 부억에 가보면 붉은 해당화 꽃이 그려져 있는 동그란 양은 밥상에 베 보자기가 덮여있었다고추장간장그리고 신 김치 국물...
며칠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기본 메뉴다.
장독대에 가보면 깡 보리를 삶아 소쿠리에 담아 역시 베보자기로 덮어놓고 내 어머니는 일하러 나가셨다아마도 저녁밥을 지을 준비를 해놓은 것이었을 것이다. 2살 차이나는 언니와 나는 소쿠리 째 들어다가 옆에 놓고 양푼에 담아 고추장과 신 김치 국물을 넣고 비비고 텃밭에서 제일 작은 풋고추를 따서 대충 물로 헹구어 그것도 고추장을 찍어 먹는 것이 유일한 반찬이었다먹다보면 작은 고추에는 오므린 꽃이 붙어있기도 했다요즘처럼 위생개념 없었다.
배불리 먹고 방바닥에 엎드려 숙제를 하다보면 잠이 들곤 했다.
일마치고 들어온 내 어머니는 늘 혼잣말을 하셨다.

어머나 저녁꺼리를 다 먹어치웠네...”

그런 날은 엄마는 밀가루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끓이셨다.
지금에서야 안 사실은 나와 언니는 보리곱삶이 밥을 먹은 것이 아니라 한번 삶아놓은 꽁보리를 먹은 것이었다는...
내가 추억하는 1960년대 후반의 기억이다.

보리곱삶이 밥이란 보리를 2번 삶아서 지은 밥이란 뜻이라고 한다.
꽁보리라는 뜻은 자세히 서술된 문건은 없지만 보리에 꼬리가 달려있어서 지어진 이름이 아 닐까라는 오빠의 글을 읽었다.

어제는 먹자 모임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된장찌개 산채나물이 유명하다는 꽁보리밥 집으로 가자는 3명의 여인들과 막국수를 먹자는 3명의 여인네들 의견에 나는 보리밥도 싫고 비도 내리고 눅눅한 날씨이니 뜨거운 국물을 먹자고 했다그래서 정한 곳이 막국수에 뜨거운 국물이 나온 다나 어쩐 다나 다수에 끌려서 간곳이 막국수 집이다.

여기 쟁반국수 주세요.”

네 쟁반 7인분요~~”

네 막국수 7인분요뜨거운 국물 2주전자 주시구요...”

여자들은 시끄럽다주문하는데도 제각기 떠든다.
나도 질세라 거들었다.

저는 메밀 막국수 주세요.”

얄밉게 감초여인이 내 말을 막는다.
언니여기는 메밀 막국수라고 말 안 해도 막국수고 쟁반국수고 메밀국수 주는 집 이야요메밀국수하고 메밀전병 밖에 없어요.”

뜨거운 갈비탕이 먹고 싶었던 나는 몹시 마땅치 않았기에 감초 여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나는 잘 난 척을 했다.

이보시게 아우님 막국수를 시킬 때는 메밀 막국수 또는 밀 막국수라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맞는 거야.”

내친김에 보리밥이 무공해영양식으로 각광받는 정확한 이유를 알고 먹으라는 강의로 이어졌다.

보리는 농약 없이 재배하는 작물이지그래서 무공해 밥상으로 사랑 받는 거라고...
보리밥을 먹으면 방구 장이가 되기는 하지만 보리밥 먹고 체해서 죽었다는 대한 뉴스 본적 있거나 들은 적 있는지?“
순간 경청하던 옷 나라 옷가게 여인이 훈수를 둔다.

개똥박사에게 박수박수~~ 짝짝짝~~“

개똥박사...
별명이 되었다.
먹자 모임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기분이 흐뭇했다.
,
항상 오늘 배운 지식은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기로...



2017년 8월 14일 월요일

꿈에

아버지는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에 서계신다.
두루마기 없는 옥색 한복을 입으시고 조끼 작은주머니에 한 손을 넣으셨다.
잔잔히 물 흐르는 바위위에 맨발로 서서 나를 가엾게 바라보셨다.

주인아 저 집에 가서 살거라~~”

아버지 나 저 집 무서워서 싫어~~”

괜찮아 저기 가서 살면 편하게 살 수 있어.”

아버지가 알려준 재개발 지역 허름한 집으로 이사를 온지 대체 몇 해인가!
나에게는 아무 발전이 없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 내가 살아 숨쉬고 있다.


2017년 8월 2일 수요일

점트리오의 우정


오늘손님 좀 있었어?”

그렇지 뭐아니 그런데 언니 벌써 퇴근 한 거야?”

벌써 라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 것을 보니 오늘은 장사가 좀 되었나보군... 바빴어?”

하루 종일 사람의 발길이 뜸하던 가게에 퇴근길 몇몇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탁자에 놓인 건강보험 고지서에 적힌 내 이름을 바라보던 언니는 몸을 뒤로 제쳐가며 한참을 웃는다.

너 이름이 이게 뭐냐~하하하이름한번 거시기 하구먼내 이름도 거시기한데...ㅋㅋㅋ~”

그 거시기한 언니 이름은 뭐예요?”

내 이름은 너무나 촌스러워서 아무에게도 안 알려주고 싶어우리 친정어머니는 내가 첫딸인데 이름을 왜 이렇게 성의 없이 지었을까 몰라동생들은 은자돌림인데 나만 그래.”

호호언니 그럼 개명해요.“

얘는 회갑 진갑 다 지나서 무슨 개명을 하니... 이 나이에 개명해서 누구한테 이름 자랑 할일 있니?“

이름 이야기를 하다가 이름 때문에 웃겼던 추억이 있었다며 언니의 이름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막내 동생하고 서류 한 장 떼려고 관공서에 갔는데 주민증을 안 가져갔지 뭐야컴텨 앞에 앉아있던 직원이 그러면 주민번호를 대라는데 기억이 안 나는 거여그래서 모른다고 했지.”
주민증은 안가지고 오셨고 주민번호도 모르시고 성함은요?”

성함?”

네 이름 요.”

성은 박이요이름은 좀 거시기한데...”

주민번호는 모르시고... 이름은 거시기 하고...”

장난기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하는 남자 직원의 한마디.

혹시 점순 씨는 아니겠지요?”

함께 갔던 동생이 빵 터지며 주저앉으니까 그 직원이 난처한 표정으로...

그럼 정말 점순 씨이세요?”

우리나라의 여자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 점순 이라고그래서 그렇게 말해 보았다는 남자 직원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언니 지인들 중에 점순 이라는 이름이 3명이나 있더라는 것이다이렇게 함께 웃고 있는데 나와 친구처럼 지내는 손님이 들어오면서 말한다.

언니도 오셨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나도 같이 웃자~~”

언니의 이름이 거시기에서 점순 으로 밝혀지는 이야기를 했더니 이 친구는 웃다가말고 심각하게 말한다.

언니이름이 어때서... 나는 점순 이라는 이름이 부러워그래서 나는 누가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면 최 점순 이라고 말해나를 아는 사람들은 보험회사 설계사 빼고는 거의 다 내 이름 점순 인줄 알 어우리 장군 아빠도 어떨 때에는 점순 으로 부른다니까?”

나도 그도 친구로 지내자고 한지 7년 정도 지났지만 이친구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리는 애견이름을 따서 장군엄마로 나는 쭐래 엄마로 부르는 친구사이였다.

자네 이름이 뭔데... 실명이 뭐야?”

나도 점자가 들어간 이름이기는 한데 남자 이름이라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언니가 말한다.

그럼 자네 이름 점식이여?”

~언니 어떻게 알았어?”

점자 들어가는 남자이름이라면 점식이 뿐이 더 있냐?”

웃음소리가 신작로까지 들렸는지 손주 돌보고 퇴근한다는 언니가 들어오면서 같이 웃자고 했다점순이점식이 이름 때문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듣다가 이 언니 말을 자르며 하는 말에 허리를 펼 수 없도록 웃었다.

내 이름은 점돌이여~~”

우리 중늙은이 4사람은 순간 모두 요실금 환자가 되어 있었다.
웃음이 피어났던 그 날 급 결성된 방주인과 점 트리오는 지금도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