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4일 월요일

아이들이 무서운세상

저녁나절 해외출장에서 돌아오는 아빠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버스 정류장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며 재활용품을 모으는 지하층에 들려 가기 위해 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치고 거울 속에 비친 얼굴 표정을 보면서 싱긋 한번 웃어보기도 하고 모자도 다시 고쳐 쓰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했다. 거울 보며 멋 부리다가 내려가고자 하는 층의 버튼을 눌러놓지 않은 것이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깔깔대며 급히 지하1층을 눌렀더니 그제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자동화 기기 들은 정보를 주어야만 다음 단계로 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음에도 아주 잠깐이었지만 실수로 인해 정지상태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의자에 중학생일까? 고등학생일까? 여학생 1명과 남학생 2명이 있다. 옆으로 가니 술 냄새가 몹시 났다. 잠깐동안 그들의 대화를 듣고있자니 삼각관계 인 것 같았다. 그중 한 남학생이 침을 탁 뱉는 것이었다. 위화감도 들고 너무 불쾌하고 더러워서 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멀찌감치 비켜났다. 아직 술에 취할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눈에 거스리는 행동을 한다. 저들도 금방 어른이 되고 늙어 갈텐데 지금은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되지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불손한 태도와 물불 안 가리는 욕 섞인 언행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거나 말거나 그냥 무시하고 마치 대단한 그들만의 능력을 서로 저울질이라도 하듯 여학생을 차지하기 위해 격투 직전의 분위기다. 나도 여자기에 그 여학생에게 무언가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공기는 만만치 않게 험했고 그 아이들이 무서웠다.

얼마 후 버스가 도착하여 남편을 반기며 모른 체 하고 바삐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처럼 그들의 정신세계도 버튼을 누르면 온순해지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다. 지금 이 순간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지금 중요한 청소년 그 시기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깨워 줄수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학생들은 물론이고 특히 여학생 에게는 순간의 잘못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인지 염려스러웠다.

아직 어른들의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이지만 정말 거침없고 두려움없는 세대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처럼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세상의 사건들이 일어날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아무 것도 못 본 척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바른 길라잡이 역할은 고사하고 아이들이 무서워서 충고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피하듯이 비겁하게 돌아섰다.
내려갈때 두 사람에게 웃음을 주었던 엘리베이터 안에 풍경은 세사람이 되어 돌아오는데도 모두가 조용히 말이없다.
무관심,
내가 잘못 사는 것인가?
세상을 탓해야하는 걸까?
왠지 씁쓸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2009년 9월 11일 금요일

쭐래



우리집 가까이에 신문사 사장님이 사시는데 아주  점잖은 분이라서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를 나눌때도 평소 내 모습보다는 훨씬 얌전하게 내숭을 떨어가며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 그 사장님 부부를 동물 병원에서 마주쳤다.
작고 예쁜 애견이 제왕 절개수술로 새끼를 낳았다며 보물처럼 안고 퇴원을하여 병원 문을 나서는 중이었는데 빨리 가자고 서두르는 부인을 잡아끌며 우리 쎈에게 던지는 한마디!

 "네놈 등짝에 콩 서말 뿌리고도 남겠다."

ㅋㅋㅋ~~
치와와 블랙탄이 이렇게 살이쪄서 놀림을 받고 말았다.

다이어트좀 하자!

2009년 9월 2일 수요일

9월의 아침



창틀을 타고 올라온 유홍초꽃이 방충망 사이로 방긋 웃는다.
"안녕?" 아침인사를 건네며 9월의 아침을 맞이했다.
눈부신 햇살, 시원한 바람, 짹짹 거리는 새소리까지 내 마음 한 귀퉁이에 행복이란 이름으로 담으리.

2009년 8월 8일 토요일

"주에세이"

 
보낸 사람: "주에세이" <book@essay.co.kr>보낸 사람을 주소록에 추가받는 사람:
 
kr8224@yahoo.co.kr안녕하십니까.
선생님이 지난 출판에 만족하지 못하신 것 같아 저희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계약 해지는 굳이 만료일인 201010월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선생님의 의사가 분명하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본 이메일을 출판사가 계약 해지에 동의한 것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지금은 회사가 자체 인쇄시설과 우수한 디자인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개정판을 내실 계획이 있다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Yahoo! Mail
안녕하세요? 야후!코리아 수신확인 메일입니다.
“kr8224@yahoo.co.kr”님이 보내신 메일을 “book@essay.co.kr”님이 확인하셨습니다.
보낸 시간 수신확인 시간 제목
2009-08-07 13:01:54 2009-08-07 13:25:33
답장: 이보리 선생님 - 에세이퍼블리싱
항상 야후!코리아 이 메일을 사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주인 (이보리)입니다.
 


이메일로 계약 해지됨을 증명 하겠습니다.

2009년 6월 27일 토요일

쑥갓 꽃


하지가 지나서일까 6월의 날씨가 무덥다. 저녁 반찬거리로 두부 한 모 사들고 야채 코너를 지나치는데 쑥갓이 눈에 들어온다. 친정아버지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인지 쑥갓을 보니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 없이 쑥갓도 한 단 샀다.
나 어릴 적에 우리 집 넓은 텃밭 가득 노랑 쑥갓 꽃이 피어있었다. 유난히 벌과 나비가 많이 날아다니던 쑥갓 밭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노랑꽃이 너무 예뻐서 한 송이 꺾어 귀 윗머리에 꼽고 있으면 그 향이 너무 진해서 싫었던 기억...
여름이면 신 김치만큼이나 매일처럼 등장하던 반찬으로 상추와 쑥갓 풋고추 그것도 싫었던 기억...
그랬었는데 지금 그 싫었던 추억이 목이 메이게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가늘고 연한 쑥갓이지만 유년을 추억 할 만한 향이 풍긴다. 눈을 살짝 감아보니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노랑 쑥갓 꽃 위로 벌들의 윙윙거림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날아 들 것 같은 착각 속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