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던 나무들은 오색으로 요란스레 단풍이 물들어간다.
담을 에워싼 담쟁이 넝쿨도 색이 진해지고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도 풍요로운 가을을 알려준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행복도
마음으로 느낄 수 없다면 아무소용 없는 것을...
우리의 각박한 생존의 힘겨움은
계절의 변화도 무시하고 살아야 한다.
줄기가 찢어질 듯 돌 담 끝에 매달린
둥글고 커다란 한 덩이 늙은 호박은
나의 일생을 대변하듯 힘겹게 매달려 있다.
가을이 오는 길모퉁이에 서서
그 쓸쓸함에 눈두덩이 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