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분꽃같은 느낌 샘터 박혜란기자


샘터 박혜란기자에게서 메일이왔다.
설문을 부탁하는 메일, 자신의 일이겠지만 잊지않고 1년에 1.2번은 꼭 안부와 함께...
친근한 기자다. 고맙다.
오랫만에 날아온 메일 한통이 노란 분꽃을 연상하게 그녀의 첫 느낌 만큼이나 맑고 좋은 아침이다.
행복하다는 답장을 보내주고 싶은데...
설문은 설문 일 뿐.
 
물음 1)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아니면 불행하십니까?
 
행복과 불행 저울로 재라면 불행합니다.
 
물음 2) 행복(또는 불행)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땀흘리고 힘들게 일하지만 헤어날 수 없는 빈곤함, 어렵사리 사는 현실이 참 불행한 이유의 90%를 차지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정직하게 살고 있는데 세상의 뉴스거리들은 뇌물 몇 십억이다, 연예인의 출연료가 얼마다 하는 뉴스나 기사들을 접하면 참 우리네 삶이 초라하고 불행하고 죽고싶은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로또의 행운이 내게 와준다면 만져 볼 수 있으려나 제발 그런 뉴스좀 없었으면 나름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비교해가며 불행하지는 않을 것 같은 마음도 들어요.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가난한 현실이 우울하고 불행해요. 경제적 어려움에 마음까지 피폐해 지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불행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나를 불행한 쪽 대열에 서게 하는군요.
지금 나는 솔직히 행복하지 않습니다.
불행합니다.
설문은 설문 일뿐 이지만...
내 속내를 담아 답장을 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른지.
정정
지금 행복합니다.

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첫 눈이 왔다구요?


추석에 데인 손등 흉터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이번에는 손목을...
말랑말랑한 물집이 풍선처럼 달리더니 잠결에 그만 터져 버리고 열흘이 넘도록 고생을 한다.
손이 너무 예쁘다고 두 손으로 턱을 고여 감싸고 사진 찍어 놓으라는 엄마의 말씀을 들을 것을...
상처뿐인 이 꼬라지 손을 사진으로 남겨서 뭣 하려고....

첫눈이 내린다고, 함박 눈이라고 창문이라도 열어보라는딸아이 말을 무시하고 손목에 상처와 씨름을 했다. 첫눈도 반갑지 않고 손만 보면 볼수록 속이 상하고 밉다. 호박 죽을 사 먹을 일이지 한번도 안 해본것을 한다고 잘난체하고 끓이다가 이 모양이 되다니 ...
인터넷에 올라오는 음식 만들기 때문에 내 손이 환란이다.
그저 평소대로 하고 살것이지...
아자!아자! 화이팅!! 까지 외쳐가며 설쳐댈때 알아본 사람도 있지?
내 쓰리고 아픈 손을 쳐다보며 모두 웃어 제끼고 다들 먹어주지도 않고 ...
예의로 큰 녀석은 한컵 먹고서 하는말,

"저는 호박 체질이 아니라서... 건강에 좋대요. 엄마 많이 드세~~용."

작은 녀석이 두컵 먹고 내가 두컵 먹고 다음 날 쉬어서 한 솥단지 다 쏫아버리는 불상사가....
풀떡풀떡 거리는 호박죽 끓는 소리만큼이나 풀떡거리는 그 잘난척이 꼭 문제다.

가렵기는 왜 이렇게 가려운거야, 도대체...
심심하기에 딱쨍이를 살살 건드려서 뜯어 내었더니 이제는 너무 아프다.
으이구~~

버럭

국화꽃 한 다발을 들고 오랜만에 친구와 산에 올랐다. 
지난 봄 건강하게만 보이던 친구남편은 별안간 발견한 간암으로 입원하고 수술하고 사망하기까지 불과 한 달만에 그렇게 허망하게 가셨다. 신도시 개발로 땅값도 많이 오르고 좀 편히 살만해 졌는데, 사람은 한치 앞도 모르고 그렇게 살아간다. 친구 남편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산기슭에 눈이 내린 것 같이 하얗게 피어있는 밤꽃을 보며 금실이 유난히도 좋았던 친구가 울먹이며 말했다.

"올해는 나 혼자라서 밤 주우러 못 오겠다."

"집에서도 가까운데 자주 오면 되잖아. 가을에 밤 주우러 우리 함께 오자. 내년에도 하얀 밤꽃이 산을 덮으면 그때도 함께 오자."

자꾸 울고있는 친구에게 딱히 뭐라고 위로할 말이 없었다. 이별은 슬픈 거니까....
분위기를 바꿔 주려는 듯 남편이 내게 말했다.

"쥔아 늬 밤꽃 냄새 게안나? 역겹지 않나?"

그러고 보니 이른봄에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너무나 좋았는데 전혀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콩국 할 때 약간 덜 삶아진 콩 냄새 같기도 하고 땀 냄새 같기도 했다. 우리는 풀꽃 향기의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왔다. 남편이 무심코 밤꽃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밤꽃이 피면 과부가 바람난다는 말을 한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을 텐데 과부라는 표현에 친구의 얼굴을 힐끗 보며 남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런데도 눈치 못 챈 그이는 밤꽃 향이 남성의 정액 냄새가 나기 때문에 외로운 여자들이 밤꽃이 피면 밤에 밤나무 아래에 나와서...

"아..이제 그만 좀 하지..."(버럭)

얼마 전에 탈상을 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어제 남편과 함께 친구를 찾아갔다. 산소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날 내 마음이 난처했던 생각이 나서 친구에게 그이야기를 하고 한참 웃었다. 올해는 밤 수확을 안 했다는 밤나무 아래로 갔다. 나무 잎이 가득 떨어져 발을 옮길 때마다 폭신폭신했다. 밤 송이는 사람들이 이미 따가고 없었지만 아직도 매달려있는 것도 가끔 보인다. 발로 눌러서 까면 밤이 튀어 나왔다. 낙엽을 들추면 알밤이 숨어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지만 밤을 까다보니 손끝과 손톱이 말이 아니다. 그만 가자고 열 번도 더 말했지만 다람쥐가 숨겨놓은 밤이 아직 더 많이 숨겨져 있다며 자꾸 뒤지고 있다. 아무리 좋아해도 그렇지 친구가 속껍질을 벗겨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는다.

"아..이제 그만 좀 먹지...."

집에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 아기처럼 쌔근쌔근 소리까지 내며 곤히 잠든 남편 몹시 피곤했는가보다. 집에 돌아오니 피로가 몰려오고 감기가 오려는지 으슬으슬하여 좀 쉬려는데 자꾸만 이상한 소리를 낸다.

* 날밤을 너무 많이 먹었나보네... 내 뜻은 절대 아니다. ....
* 내 의지로는 해결이 안 된다, 쥔아 이해해라!
* 정말 못 참겠다, 우째 이리 내전이 안 끝나노? 쥔아, 미안타.

"아~ 정말 ....그만좀 하지."(버럭!!)

2008년 10월 2일 목요일

작두콩


유치원 옆을 지나면 해병대 봉사단 간판이 보이고 직진하면 동사무소, 그 맞은편은 부동산, 그 옆에 전봇대. 작년에 새로 이사하여 길을 익히려고 동네 한바퀴를 돌고있었다.
부동산 옆 길가 전봇대 옆에는 화분대신 아이스박스에 흙을 채우고 고추나무 2그루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덩굴식물이 전봇대를 타고 높이 올라가 있다. 부동산에서 심어놓은 것이었다. 그 줄기가 찢어질듯이 내 팔뚝 길이만큼 긴 열매가 5개나 달려있었다. 처음으로 본 식물이라서 궁금했다. 문을 빼꼼 열고 서서 물어보니 작두콩이라고 한다. 정말 콩이 작두같이 생겼다. 그 길을 지나칠 때마다 사진을 찍으리라 벼르다가 어느 날 아침 마음먹고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런데 줄기가 찢어지고 잎사귀는 훑어 놓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있고 열매는 하나도 없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밤에 누군가가 몽땅 따갔다는 것이다.
잘 따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급히 훔쳐가느라고 그랬는지 콩 나무가 엉망이었다.
콩을 심은 사람은 종자 씨라도 받게 1개라도 남기지 너무 하다며 속상해 했다.
올 봄이 되어 다시 그 곳에 덩굴이 올라가고 분홍 꽃이 피었다. 그리고 열매가 11개 열렸다.
올해도 마음먹고 사진을 찍으려고 나갔다. 콩이 아직 여물지는 않았다.
마침 콩 나무를 심은 분과 작년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마주보고 폭소를 터뜨렸다.
올해는 안 심으려고 했는데 학교 앞이라서 아이들에게 좋은 볼거리도 되고 자연공부도 된다며 콩 꼬투리가 유별나게 커서 많은 학생들이 이름을 묻는다고 했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작두콩을 추억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올해도 심었다고 한다. 맞다. 이런 작은 배려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식물에 관한 진정한 교육이다.

며칠 후 지나가다가 올해는 씨 한 개 주세요 하며 부동산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녀, 한참을 혼자 웃더니 "그래요. 제대로 씨 받으면 드리고 말고요." 하면서 어제의 일 담을 들려준다.
어제 지나가던 할머니 두 분이 주고받는 대화가 너무 웃겼다고....
'다른 사람들이 먼저 따가기 전에 지금 따갈까? 며칠 더 있다가 딸까? 아직 덜 여물었으니 며칠 후에 따자고 하면서 누가 먼저 따 가면 속상해서 어쩌지?' 하며 염려까지 하면서 지나가셨다고 했다.
그녀는 {몰래 카메라 작동 중} 이라고 적힌 프린트한 A4 용지를 전봇대에 붙여놓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그날 밤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다음 날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이틀이 지나 그곳을 지나는데 우짤꼬~~ 콩이 사라졌다.
모두 따가고 콩이 3개정도 들어있는 여물지 않은 깍지 1개가 {몰래 카메라 작동 중}글씨가 지워진 너덜거리는 종이와 함께 흔들거리고 매달려있었다. 그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싶었지만 그녀가 보이지 않아 돌아오면서 할머니들의 대화를 떠올리며  뱃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심고 물주고 영양제 주어 키우면서 추수하면 씨 한 개 주세요 하던 사람들이 여러분이 있었는데 올해도 약속을 못 지키게 되었다고 말하며 전봇대에 감긴 전선줄 사이에 한 개 남은 콩을 콕 끼워놓았다.
그런데 그것 마저....

"아이들은 이런 짓 안 해요. 어른들 손이지...귀신 잡는 해병대 봉사단이 마주 보고 있어도 막을 수 없는 콩깍지 사랑..."

조심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이 시처럼 들려왔다.
그녀가 웃는다.
나도 웃었다.



약재에 대하여
약명 ; 도두
작두콩은 장미목 콩과에 딸린 식물이다. 잎자루다 길고 3개의 잎이 달린다. 잎은 끝이 뾰족한 달걀 보양으로 길이 10~20cm, 너비 6~15cm로 상당히 크다. 꽃은 연분홍 또는 연한 자줏빛으로 8월에 피며 길이 3.5cm쯤 된다. 열매는 납작한 꼬투리인데 길이가 20~30cm, 지름이 3~5cm로 모든 콩 중에서 제일 크다. 꼬투리 끝이 굽어 있거나 갈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꼬투리 안에 10~14개의 콩알이 들어 있으며 콩알은 길이 2.5~3.5cm쯤으로 크기가 손가락 한 마디만하다. 작두콩의 특징은 콩의 길이가 콩알 길이의 3/4쯤으로 매우 길다는 점이다.
콩 종류 중에서 크기도 제일이고 약효도 뛰어나며 맛도 여느 콩에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종류를 재배하거나, 야생 콩 종류가 자라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약효가 뛰어난 것이 이 작두콩과 쥐눈이콩이다.
작두콩을 한방에서는 도두(刀豆) 또는 협검두(挾劍豆)하고 한다.
약성 및 활용법
치질, 축농증, 중이염, 위염 대장염 등에 큰 효험이 있다
콩 중에서 크기도 제일이고 약효도 뛰어나다
콩의 빛깔은 붉은 색, 흰색, 검은색이 있다.
약효는 놀랍도록 뛰어나면서도 다양하지만 약효를 본다면 흰색 콩의 약효는 다른 색에 비해 낫다고 한다. 작두콩은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여 중초를 덥혀 주고 기를 내리며 신기를 보하여 위경, 대장경에 작용한다. 허한성 딸꾹질, 구토, 헛배부른 데, 신허요통[신장의 기능이 쇠약하거나 지나친 방사(房事)로 인하여 허리가 아픈 증상.]가래, 기침 등에 쓴다. 하루 9~15g을 부스러뜨려 달여 먹거나 거뭇거뭇하게 볶아서 가루 내어 먹는다.
작두콩깍지는 딸꾹질, 구토, 이질에 쓰며, 뿌리는 머리와 허리 아픈 데, 이질, 타박상에 쓴다. 라고 동의학 사전에 기록되어있다.
증상별 적용
▶작두콩 차는 치 농, 구내 염에 특효가 있다.
차를 입 속 전체에 퍼지게 물고있는 듯이 한 뒤에 삼킨다. 대개 10일 이내에 완치된다.
▶치루, 치질이 잘 낫는다.
작두콩을 가루 내어 먹거나 차로 한두 달 먹고 깨끗하게 나은 사례가 있다.
▶축농증, 비염, 중이염에 효과가 좋다.
작두콩은 염증을 없애는 작용이 뛰어나고 신체의 면역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갖가지 종기나 화농성 질병에 효과가 탁월하다.
▶위염, 위궤양, 장염을 치료한다.
작두콩은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체한 것을 내리며 뱃속을 편안하게 한다.
▶항 암 효과가 높다.
시험관 실험에서 작두콩 추출액이 암세포를 24시간 동안에 95%를 죽이는 것이 확인되었다.
▶천식에도 효과적이다.
작두콩은 가래와 기침을 삭이는 작용이 있어 천식 치료에 효과가 있다.
▶관절염, 요통에 효과가 크다.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이수작용이 있으므로 관절염, 신허요통, 변비, 비만증 등을 두루 치료한다.



개나리 길


이사하고 동네 길을 알려고 아파트 담길을 한바퀴 돌았다.
높은 담장위에 개나리꽃이 만발했다.
현기증 날것처럼 샛노랗다.


오던 길을 돌아다보아도 가는길을 가면서도 아~~소리가 저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