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21일 월요일

능소화


능소화는 상민의 집에 심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칠 만큼 엄격하게 양반 집 정원에만 허용되었던 꽃이라고 한다. 양반 꽃이라고 부를 만큼 꽃이나 잎이 품위 있고 우아하다.
꽃잎은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한 데 붙어 있는 통꽃이다. 그래서 질 때도 그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활짝 핀 상태 그대로 떨어진다. 그 모습까지도 죽을 때까지 지조를 굽히지 않던 옛 선비의 기개를 닮은 것 같다.
다르게 생각하면 능소화를 양반 꽃이라 부르고 일반 백성 집에서 능소화가 발견될 시 관가로 끌고 가서 곤장까지 쳤다는 것은 욕심 많은 양반님네들의 이기심 때문에 능소화를 못 심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야말로 권력 남용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꽃을 보고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간직하고 해야 할 권리가 있건만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지도 못하게 하고 만져 보지도 못하게 했다는 것은 참 너무 했다. 그뿐인가? 능소화 꽃가루가 눈을 멀게 하는 독소가 들어있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 왔다. 그러나 그런 독소는 없을 뿐만 아니라 끈적끈적한 갈고리 모양의 꽃가루 자체가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꽃이 시들기 전에 통 채로 빠지므로 꽃가루는 날리지 못한다는 생태 환경 연구소에 연구 발표가 있었다. 능소화의 잘못된 소문 때문에 지금 이 시대에도 송두리째 잘라버리고 뽑아버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덩굴 가지에 흡근이 있어서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을 보면 담쟁이도 연상되고, 가운데 난 줄무늬 때문에 나팔꽃도 연상시키는 능소화를 관상용으로 더 많이 심어서 능소화 휘휘 늘어진 줄기마다 활짝 웃는 꽃송이를 많은 사람들이 살짝 만져도 보고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보아도 좋으리라.


빗방울 떨어지는 밤에.


능소화 연가 - 이해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 이애인 수녀의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中에서


동트는 아침나절에 찍었는데 참 싱그럽다.
요즘 흐드러지게 많이피어 있다.
건강미가 넘친다.

화성 어천 저수지 낚시터 매점 식당 울타리에 핀꽃.


천국과 위험천국

우리 집 뒤는 막다른 골목길이다. 
집안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대 여섯 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주변에 고입 학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중3이나 고1? 정도의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데 "뭘 봐!" 하는 표정과 눈초리에 당황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저기~~우리집에 갓난 아기가 자고 있거든...떠들지 않기다."

여름에도 아주 어린 남학생에게 여기서 담배 피지 말라고 했더니 심한 욕을 하는 것을 겪었기에 환기도 못 시키고 창문을 얼른 닫았지만 신경이 온통 밖으로 나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부모님이 스키장으로 휴가 떠나고 없는 주말 새벽에 한 친구의 집에 모여서 다음날 새벽까지 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여학생이 책임지고 친구 한 명을 데리고 함께 오겠다는 약속과 약속을 못 지키면 혼자 두 명을 상대하겠다는 거침없는 발언까지 한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다른 각도에서 촬영을 할 것이며 이미 대본대로 남녀는 여러 번 연습을 했다는 것과 특별한 경우에는 남자 배우를 교체 할 수도 있는데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 해도 촬영이 끝날 때  까지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구두의 약속까지 대충 이야기 내용은 섹스 동영상을 찍겠다는 것이었다. 여배우의 길을 선택한 여학생의 웃음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안타까움에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머! 어머! 저느므 시끼들 작당들을 하고 있네, 야~ 이늠들아~~!!"

"애들아! 아직 너희는 어리잖니? 어른이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을..."

용기를 내어 무식하게 야단을 칠까? 아니면 교양 있게 차원 있는 강의 스타일로 충고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무서운 생각이 나의 마음을 붙잡아 앉힌다.
이런!! 어른이 되어 가지고 나만의 안전을 위하여 비겁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은 어느새 문고리 잠금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니...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저 아이들의 부모들은 설마 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내 아이 만큼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착하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다. 행여 잘못되는 일이 생기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계획된 일들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내가 그 나이 때를 돌이켜보니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포르노 배우를 꿈꾸게 했을까.
아직은 이른데...
사랑하는 나의 자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세심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글은 1월5일 춥던 어느날 썼던 글이다.
여성 포털 싸이트에 이글을 올렸었다.
많은 염려의 댓글이 달렸다.
그중에 기억나는 댓글이 있다.
정말 이냐고...
지금 소설쓰느냐고 설마 그런일이...
일부 불량 청소년들 아니겠냐고...
어떤이는 동네가 후졌다고...
나는 답글을 잘 안쓰기 때문에 달린 댓글이 부담스러워서 글을 삭제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불과 몇달이 지난 5월 어느날 모처 초등학교에서 집단 성폭행이라는 기사가 메스콤을 떠들썩하게했다.
마음이 착찹했다.
학교에서까지...

토요일,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시외버스 터미널은 피서를 떠나는 청소년들로 시끌벅적했다.
바닷가에 도착해서 부터 돌아오는 1박 2일의 짧은 우리가족 여름휴가는 중복이 오기전에 흉내만 내고 돌아왔다.
이여름 바닷가는 젊은이들의 천국이다.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위험 천국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젊은 날의 순간순간들이 좋은 추억만 담을수 있는 여름이 되길 바램한다.

2008년 5월 15일 목요일

엄마 살아계실때

오월의 푸른 잔디와 들꽃들이 엄마 무덤 가를 덮고 있습니다.
오늘 어머니 앞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합니다.
자식들이 다녀갈 때면 언제나 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이미 보이지 않는 신작로를 향해 손을 내 젓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가던 길을 자꾸 되돌아봅니다.
침상이 너무 크게 보일 정도로 작아지신 몸으로 이 못난 자식
기다리다 방 한 구석에 지쳐 쪼그린채 앉아 잠들어있던 모습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엄마 살아 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뵐 것을,
엄마 살아 계실 때 더 많이 만져 볼 것을
엄마 살아 계실 때 더 많은 이야기 할것을
엄마 살아 게실 때...
엄마 살아 게실 때...
허공을 향해 외치는 후회 막심한 사랑 외침이 지금은 아무소용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제 삶이 복잡하고 힘들어서 제 설움
에 더 크게 웁니다.

어머니 용서해 주세요

2008년 5월 4일 일요일

목련꽃을 보면 슬프다.






순백의 백목련과 자주 빛 자목련.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우아하고 숭고한 목련꽃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추운 겨우내 몽우리를 품고 있다가 어느 날 불현듯 큰 꽃망울을 만든다. 
'아니! 목련 꽃망울이?'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며칠 사이 활짝 피어있어서 '와~~'하고 탄성이 나오게 하는가 하면 또 며칠 사이 꽃닢은 각자 흐터져 땅 바닥에 허옇게 떨어져있다. 
다른 꽃들처럼 아름다움을 다하고 질 때 색깔이 퇴색하고 시들고 꽃잎이 말라 비틀어져도 떨어지기 아쉬운 듯 그렇게 매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활짝 핀 아름다운 꽃잎을 제각기 투신하듯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목련은 왠지 분위기가 슬퍼 보인다.
오늘 목련꽃 사진을 보니 강이가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 기억난다. 
교정이 참 아름다운 학교다. 개나리길이 있는가하면 교목이 목련이라서 그런지 학교 교정에 목련나무가 많이 있다. 그 중에는 아주 오래된 큰 자목련 나무도 있다. 금강의 담임이신 국어선생님이 그 자목련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3층에서 내려다보니 아래는 하얀 세상이다. 쉬는 시간에 창문 밖을 모두 내다보고 느낌을 시로 표현해도 좋고 산문을 써도 좋다.'고 말씀 하시며 과제로 내 주셨다고 한다. 강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그 나무가 너무 궁금해서 하교 길에 목련 나무 아래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엄마! 나는 목련나무 아래 떨어진 것들이 휴지인줄 알았어요.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주웠더니 꽃잎이었어. 무슨 꽃이 그렇게 두껍고 큰지... "

예상 못한 일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친구들이 목련꽃의 아름다운 시를 지을 때 내 딸아이는 휴지인줄 알았다는 글을 썼다.

"휴지인줄 알았다."고 한 줄을 써놓고 울고 있는 아이를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는 것 외에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주먹만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팽창하듯이 막더니 사흘동안 나는 실어증을 겪었다.

그날의 기억도...
오늘의 현실도...
사진 일 뿐인데 목련꽃을 보니 나는 슬프다. 

2008년7월2일 삼성의료원에서 망막 수술을 마치고 입원중에 있는 강의 회복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