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5일 목요일

엄마 살아계실때

오월의 푸른 잔디와 들꽃들이 엄마 무덤 가를 덮고 있습니다.
오늘 어머니 앞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합니다.
자식들이 다녀갈 때면 언제나 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이미 보이지 않는 신작로를 향해 손을 내 젓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가던 길을 자꾸 되돌아봅니다.
침상이 너무 크게 보일 정도로 작아지신 몸으로 이 못난 자식
기다리다 방 한 구석에 지쳐 쪼그린채 앉아 잠들어있던 모습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엄마 살아 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뵐 것을,
엄마 살아 계실 때 더 많이 만져 볼 것을
엄마 살아 계실 때 더 많은 이야기 할것을
엄마 살아 게실 때...
엄마 살아 게실 때...
허공을 향해 외치는 후회 막심한 사랑 외침이 지금은 아무소용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제 삶이 복잡하고 힘들어서 제 설움
에 더 크게 웁니다.

어머니 용서해 주세요

2008년 5월 4일 일요일

목련꽃을 보면 슬프다.






순백의 백목련과 자주 빛 자목련.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우아하고 숭고한 목련꽃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추운 겨우내 몽우리를 품고 있다가 어느 날 불현듯 큰 꽃망울을 만든다. 
'아니! 목련 꽃망울이?'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며칠 사이 활짝 피어있어서 '와~~'하고 탄성이 나오게 하는가 하면 또 며칠 사이 꽃닢은 각자 흐터져 땅 바닥에 허옇게 떨어져있다. 
다른 꽃들처럼 아름다움을 다하고 질 때 색깔이 퇴색하고 시들고 꽃잎이 말라 비틀어져도 떨어지기 아쉬운 듯 그렇게 매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활짝 핀 아름다운 꽃잎을 제각기 투신하듯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런지 목련은 왠지 분위기가 슬퍼 보인다.
오늘 목련꽃 사진을 보니 강이가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 기억난다. 
교정이 참 아름다운 학교다. 개나리길이 있는가하면 교목이 목련이라서 그런지 학교 교정에 목련나무가 많이 있다. 그 중에는 아주 오래된 큰 자목련 나무도 있다. 금강의 담임이신 국어선생님이 그 자목련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3층에서 내려다보니 아래는 하얀 세상이다. 쉬는 시간에 창문 밖을 모두 내다보고 느낌을 시로 표현해도 좋고 산문을 써도 좋다.'고 말씀 하시며 과제로 내 주셨다고 한다. 강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그 나무가 너무 궁금해서 하교 길에 목련 나무 아래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는 것이다.

"엄마! 나는 목련나무 아래 떨어진 것들이 휴지인줄 알았어요.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주웠더니 꽃잎이었어. 무슨 꽃이 그렇게 두껍고 큰지... "

예상 못한 일도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친구들이 목련꽃의 아름다운 시를 지을 때 내 딸아이는 휴지인줄 알았다는 글을 썼다.

"휴지인줄 알았다."고 한 줄을 써놓고 울고 있는 아이를 뒤에서 살며시 안아주는 것 외에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알 수 없는 주먹만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팽창하듯이 막더니 사흘동안 나는 실어증을 겪었다.

그날의 기억도...
오늘의 현실도...
사진 일 뿐인데 목련꽃을 보니 나는 슬프다. 

2008년7월2일 삼성의료원에서 망막 수술을 마치고 입원중에 있는 강의 회복을 기다리며...

2008년 1월 6일 일요일

포르노 배우를 원하는 아이들

우리 집 뒤는 막다른 골목길이다. 
집안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었는데 대 여섯 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주변에 고입 학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중3이나 고1? 정도의 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데 "뭘 봐!" 하는 표정과 눈초리에 당황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저기~~우리집에 갓난 아기가 자고 있거든...떠들지 않기다."

여름에도 아주 어린 남학생에게 여기서 담배 피지 말라고 했더니 심한 욕을 하는 것을 겪었기에 환기도 못 시키고 창문을 얼른 닫았지만 신경이 온통 밖으로 나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부모님이 스키장으로 휴가 떠나고 없는 주말 새벽에 한 친구의 집에 모여서 다음날 새벽까지 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여학생이 책임지고 친구 한 명을 데리고 함께 오겠다는 약속과 약속을 못 지키면 혼자 두 명을 상대하겠다는 거침없는 발언까지 한다. 카메라는 두 사람이 다른 각도에서 촬영을 할 것이며 이미 대본대로 남녀는 여러 번 연습을 했다는 것과 특별한 경우에는 남자 배우를 교체 할 수도 있는데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 해도 촬영이 끝날 때  까지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구두의 약속까지 대충 이야기 내용은 섹스 동영상을 찍겠다는 것이었다. 여배우의 길을 선택한 여학생의 웃음 섞인 목소리를 들으면서 안타까움에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어머! 어머! 저느므 시끼들 작당들을 하고 있네, 야~ 이늠들아~~!!"

"애들아! 아직 너희는 어리잖니? 어른이 되면 다 할 수 있는 것을..."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저 아이들의 부모들은 설마 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내 아이 만큼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착하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한다. 행여 잘못되는 일이 생기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친구를 잘 못 사귀어서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계획된 일들은 극히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내가 그 나이 때를 돌이켜보니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포르노 배우를 꿈꾸게 했을까.
아직은 이른데...
사랑하는 나의 자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의 세심한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용기를 내어 무식하게 야단을 칠까? 아니면 교양 있게 차원 있는 강의 스타일로 충고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세상이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붙잡아 앉힌다.
이런!!
어른이 되어 가지고 나만의 안전을 위하여 비겁하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은 어느새 문고리 잠금 장치를 점검하고 있다니...

 

2008년 1월 4일 금요일

난 죽여서 자르려고 했는데

책 한 권씩 잡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각자 하루를 말없이 보냈다. 
그이는 온종일 잠에 취해 있더니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뭐 특별한 식사를 기대 하고싶은데 안되겠나?" 

나는 음악소리 때문에 못들은 척 하면서 일부러 발장단을 쳤다. 그이는 슬그머니 딸들에게 다가가서 무얼 먹을까 물어본다. 아이들도 고개를 가로 저을 뿐 대답을 안 한다. 

"경포대 갈까?" 

그이 말에 아이들은 시큰둥한 표정들이다.
며칠동안 경포대 갈까? 정동진 갈까? 해돋이 보러 갈까? 벼르기만 하더니 이제는 모두들 포기했는데 준비를 하라고 크게 말한다.

"저녁은 경포대 가서 먹는 거야!"

이번에는 정말인 것 같아 아이들과 눈으로 가자는 신호를 한 다음 얼른 준비를 하고 출발을 외치며 좋은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신나게 바다를 향하여 달렸다. 
차도 많았지만 휴게소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낸 관계로 경포대까지 4시간이 걸려서 도착했다.
경포대에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검은 바다 한번 쳐다보고 바로 차를 돌려 정동 진으로 갔다. 방을 먼저 정하고 같은 건물에 있는 횟집에서 모음 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새벽2시가 되어 역시 같은 건물에 있는 노래방으로 갔다. 
아이들이 불러주는 노래를 몇 곡 듣다가 그이의 노래를 듣기로 했다.
딸아이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혼자가 한오백년을 불러서 분위기가 썰렁해 졌다며 다투었다더니 그이는 누가 정주고 울라고 시킨 것처럼 금방 울 것 같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주고 내가우네~~를 외쳐댄다. 한편으로는 재미있어 웃기도 했지만 여행 중 예의에 벗어나는 노래라고 나도 깐죽대며 한마디 했다. 
여행 중에 생트집 잡는 것은 예의 지키는 사람 이냐며 버럭 화를 내고 나간다. 그이를 따라 아이들을 남겨두고 방바닥이 뜨끈뜨끈한 온돌방으로 먼저 들어왔다. 
벼르고 벼르다 떠나온 여행지의 밤은 구들장을 짊어지는 것으로 조용해졌다. 
아이들이 들어오더니 빨리 나가자고 성화를 대는 바람에 일찌감치 바닷가로 향했다.
모래사장에 서서 검은 바다에 파도소리를 들으며 해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는 바닷가의 새벽바람은 너무 춥다. 드디어 하늘과 맞닿은 저멀리 수평선 끝이 검푸른 듯 하더니 붉은 쇳물 덩어리 같이 해가 솟아올랐다. 모두들 딸기코가 되어 동태 되기 직전에 해님얼굴을 보았다. 

일출을 카메라에 담고 주문 진으로 향했다. 
주문 진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부두에 배 들어올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건어물을 여러 가지 구입하고 오니 오징어 배가 도착했다. 
거짓말 안 보태고 내 팔뚝만한, 살아있는 국산 동해오징어 만원에 7마리라는 말에 5만원만큼 스티로폼 상자에 포장했다. 첫손 님이라며 5마리를 더 주어서 40마리다. 할머니는 돈에다 침을 퉤퉤 하며 퉁긴다.
오징어가 하늘 향해 먹물을 쏘는 바람에 옷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즐거웠다.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 일어났다. 
유난히 회를 좋아하는 그이는 오징어 5마리를 꺼내어 오징어 회를 만들라고 한다.
다리가 손에 자꾸 달라붙고 살아 움직이는 오징어를 도저히 만질 수가 없었다.
꿈틀거려서 회를 못하겠다고 횟집에 가서 먹는 것이 절대로 비싼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삶아 먹으면 안되겠느냐고 하니 살아있으니 회로 먹고 싶다고 한다.

"달라붙어서 못하겠어, 죽여 줘요."

"쭉 째고 그냥 토막내라."

할 수 없이 슬쩍 기절만 시킬 생각으로 약간 뜨겁게 온수 물을 틀어서 담가놓았다.
슬그머니 와서 보던 그이,

"지난번 잉어처럼 또, 뜨거운 물에 퉁겼나!"

버럭 소리친다. 어찌나 크게 말하는지 순간 죄인처럼 싱크대 코너에 쭈뼛이 차려 자세로 서 있었다.
"나 미치겠다. 미치겠다." 하며 한숨을 길게 쉬더니 오징어 상자를 그대로 들고 나가버렸다.

난 죽여서 자르려고 했는데....

2008년 1월 2일 수요일

희망의 속삭임


새해 새날 동트는 세상의 아침
살포시 내게로 다가왔다. 귓전을 간질인다.
향기 섞인 속삭임.
희망의 속삭임.
몸도 마음도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도 마음 부자 되어요.
쥐띠 새해 새날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