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기도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늦은 밤인데도 차가 많다. 내 앞을 달리는 자동차가 서면 나도 서야하는 상황이다. 신호대기로 오래도록 서있는데 앞차의 브레이크 불빛이 흰색이다. 후진 등이 켜진 것 같아 바짝 들이댄 내 불찰을 후회하면서 혹시라도 하는 생각에 "빵" 하고 한번 눌렀다.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앞에서 달리는 차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빨강 등이 켜지는 것이 아니라 흰색 등이 켜지는 것이었다. 후진 전구를 브레이크 등으로 잘못 끼운 듯하였다. 전구가 나가고 급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나 보다라고 좋게 생각하다가도 차 하부에서는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처럼 번쩍이는 파랑 불빛이 아스팔트를 비추는 것을 보면 마음대로 멋내기 젊은 운전자 인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다.
"멋 부리기? 그래도 그렇지 자동차 불빛은 모든 운전자들의 약속인데,"
과천에서부터 그 앞차 때문에 집에 도착 할 때까지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차가 우리 단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저 웃기는 짬뽕, 우리 아파트 주민인가 본데....?"
주차를 시키면서 만나면 얼굴 좀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으니 지하 엘레베이터를 타는 바람에 만나지는 못했다. 막 집에 들어섰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오라버니다.
"오빠 이 늦은 시간에...전화라도 하지 그랬어요...나도 지금 들어 왔구먼..."
"처가에서 사과를 몇 상자 보내왔는데 낮에는 시간을 비울 수 없을 것 같아서 지금 그냥 가지고 왔다."
오랜만에 동생 집에 왔는데 밤이 늦었다며 신발도 벗지 않고 사과 상자만 들려주고는 돌아서서 그냥 나간다. 주차장까지 따라가서 오빠의 차가 단지를 다 빠져나갈 때까지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손을 흔들고 서있는데 남편이 저쯤에서 대답하듯 손을 흔들며 걸어온다.
"왜 밖에 나와 있노...내 기다렸나?"
"올케언니 친정에서 사과를 가져왔대요. 오빠가 지금 갖다주고 갔어요."
"행님도 참...해마다 정성이다."
잠을 자려고 하는데 급히 돌아서서 가는 오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환갑 진갑 다 지나서까지 동생 집에 과일 상자를 나르는 오빠에게 오늘 잘 먹겠다는 말을 했나? 안 했나? 왜 개운치가 않을까?
순간 벌떡 일어났다.
길바닥을 향하여 스파크를 터트리며 미끄러져 가던 오빠의 차 뒤꽁무니....
"아니! 그럼 그 웃기는 짬뽕이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