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6일 화요일

새롭게 하소서!

할렐루야!!
11월3일 방송된 벤쿠버에서 오신 시온 성가대 지휘자 정성자 권사님과 단원들의 방송을 보고 감명 받게 됨을 감사드립니다. 살아가는 동안 고령의 나이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목소리 높여 찬양할 수 있는 시온 성가대 단원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도합니다.
저도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동감하는 마음으로 방송을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큰 계획하심이 있기에 믿음으로 극복해야 하는 줄 알면서도 그분처럼 저도 얼마나 많은 원망과 좌절을 하며 살았는지 모릅니다.
지금은 좋으신 하나님이 좋은 생각으로 채워주시고 마음의 평안을 주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정성자 권사님의 처지도 슬픔도 기쁨도 너무나 나와 같기에 더욱 동감하면서 방송을 보았습니다.

날마다 깨어서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동행을 체험 할 수 있도록 좋은 방송을 만들어 주시는 방송사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듯이 새롭게 하소서 프로가 힘들고 지친 영혼들에게 활력이 되고 선교의 역할을 잘 감당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옛날에 새롭게 하소서 북한을 돕는 프로였는지 고은아님 이영후님? 지금은 기억도 가물거리는 방송에 전화로 참여하여 유명한 영화 배우와 전화통화 했다고 아빠에게 자랑하던 우리 아이가 30살이 되었답니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는데 다시 이 프로를 이끌어 주시니 정말 반갑고 감사합니다.
고은아 권사님, 임동진 목사님
늘,
항상 건강하세요.
 
*
우리 아이도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기도 해주세요.
기독교 방송국 새롭게 하소서.


2007년 11월 2일 금요일

50이면 노인


노인 취업에 관한 아침 방송을 보았다.
2010년이면 10명중 4명이 50을 넘긴 노인들이 차지한다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취업 준비하는 노인들의 교육 프로그램인지 단체 복을 입고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 인사하는 연습 장면이 화면에 나온다.
딸아이에게 말했다.
"50이 넘으면 노인이라고 부른다...애, 어떻하니? 엄마도 노인이야!!"
아이가 깔깔대면서 웃는다.
인생 백년에 반을 훨씬 넘겨 살았다.
옛날에는 환갑이면 노인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50이나 60이나 그렇지만...
새벽녘에 내가 좋아하는 어느 선생님 생신에 축하메일을 드렸더니 생일 축하는 일생에 두 번 돌 때와 환갑 때 두 번이면 족하다는 답장을 주셨다. 
인생은 너무도 짧다. 백 년을 산다고 해도….

1오라버니 72
2오라버니 70
3오라버니 63
1언니 65
2언니 55 
본인 53
육순(六旬) : 60세
회갑·환갑(回甲,還甲) : 61세
진갑(進甲) : 62세
미수(美壽) : 66세
칠순·희수(七旬·稀壽) : 70세
희수(喜壽) : 77세
팔순·산수(八旬,傘壽) : 80세
미수(米壽) : 88세
구순·졸수(九旬,卒壽) : 90세
백수(白壽) : 99세

2007년 10월 28일 일요일

가을 밤의 데이트

평소에 우리 부부를 아껴 주시는 남편의 선배 되시는 아주버니께서 그이와 함께 늦은 밤 집 문밖에서 나를 불러낸다. 들어 오시라 해도 얼굴만 보겠다며 밖에서 서성이는 그분을 뵈니 반가움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극구 가시겠다는 형님을 따라나가 호프집으로 안내하고 6개월이 넘도록 뵙지 못한 그 동안의 안부 인사를 나누었다.
조금 여위신 모습이다.
일상의 이야기들... 
고혈압 당뇨에 관한 이야기...
담배를 끊어야하는데 안 된다는 이야기...
그이 친구의 애인 이야기....
자녀들 결혼이야기...
이혼녀와 결혼한다는 친구 동생의 이야기를 각자 입장에서 말하며 축복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
나이가 나이니 만큼 건강이야기와 주변 결혼이야기가 많다. 언제까지나 젊음 안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 혼인 걱정을 해야 할 나이에 와 있다니, 나이에 대한 서글픈 마음도 든다.
세월이 흐르는 물 같다더니 정말 그렇다.

말하는 도중에 그이 입에서 침이 조금 튀었다. 민망했던지 웃으며 한다는 말이 낮에도 가만히 있다가 침을 주르르 흘렸다는 말을 덧붙인다. 아마도 뇌파검사를 해보아야 한다고 형님 우스갯 소리에 폭소를 터트렸다.

'너 중풍 아냐?'

'침 질질 흘리고 다니면 어떻게 하지?'

'가슴에 손수건 달아 줄게요.'

'수건 달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 할까?'

각자 한마디씩 하는중에 가슴에 매달은 수건을 끌어다 침 닦아주는 시늉도하고 그렇게 웃었다. 핵심도없는 일상의 이런저런 뒤섞인 이야기들이 우리를 즐겁게 했다. 그이 친구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 아들 결혼식에 당신도 갔었나? 안 갔었나?' 우리는 불과 4년 전 기억이 희미해서 더듬거리다가 뷔페에서 피로연 음식 먹던 장면을 떠올리며 기억을 찾아냈다. 기억력은 자꾸 쇠퇴하고 이런 증상이 늙어 가는 모습일거다. 좋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 짧은 시간 한 자락이라도 오래 붙들고싶다. 이렇게 만나서 웃음을 공유 할 수 있는 오늘은 Happy day다. 마음이 쓸쓸할 때 일 수록 자꾸 웃을 일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외로워서 웃고 아파도 웃고 노여워도 웃고 서운해도 웃었는데 어제 밤은 반갑고 즐겁고 행복한 웃음이 있으니 최고의 밤이었다.

2007년 10월 25일 목요일

빈 깡통소리

오래된 남편 친구들의 부부동반 모임 날이었다.
40십대까지만 해도 모임에 나가면 부부끼리 나란히 앉아서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모임의 나누는 화제도 공통이었다. 남편들과는 달리 부인들은 나이가 들쭉날쭉하다. 젊은 아내들은 남편과 나란히 앉아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누군가 우스개 소리라도 하면 다같이 장난스럽게 웃곤 했다. 그러다 보니 부부다툼이라도 있은 후에 모임에 가는 날은 나란히 앉아 좋은 사이인 척 하다보면 돌아 올 때는 저절로 화해가 되어 있기도 했다.
그런데 거의 모두가 오십 줄에 서다보니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일단 음식을 먹고 배가 부르면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모여 앉고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모여 앉는다. 오랜 세월이 흐르다보니 나이는 대충 숨어버리고 서로가 함께 늙어 가는 사이쯤으로 변했다. 나누는 이야기도 세월 따라 많이 변했다. 조금 나이가 연상인 부인들은 부끄러움도 없이 바지를 훌떡 다리 위까지 올리기도 하면서 퇴행성관절염이다. 디스크다. 다리는 점점 가늘어지고 먹는 것도 별로 없는데 허리만 굵어진다는 둥, 여기 저기 고장난 몸, 삐거덕거리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든다.
나이는 좀 연하지만 자녀들을 일찌감치 출가시킨 부인들은 외손녀가 더 예쁘다느니 친손자가 예쁘다느니, 아이 보는 할망구로 전락하는 것이 두려워서 평생교육원에 학생이 되었다느니 듣다보면 모두가 그 말이 그 말이다. 얼마 전 외손녀를 본 친구가 침이 마르도록 손자 자랑을 하는데 나는 아직 아이들이 출가전이라서 그런지 손자가 없어서인지 여자들 이야기는 지루하다. 유명 제과점에서 크리스마스에 먹을 호도 케이크와 70년 산 와인을 주문 받기에 1등으로 주문을 했다는 이야기, 올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에서 두 달 정도 보내고 봄이 되면 돌아올 예정이라는 젊은 부인들의 이야기 또한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같아서 재미없다.

남자들의 이야기를 슬쩍 커닝해서 들어보니 정치이야기를 넘어 요즘 화제의 여인 이야기로 넘어간다. 여자들을 나름대로 연구를 해 보았다며 머리스타일이 어떻고 옷차림이 어떻고 여자의 매력은 엉뚱한데 에서 보인다느니 여자들 쪽을 슬쩍 돌아다보면서 비밀스럽게 소곤거리기도 하는가 하면 이혼하는 연예인의 이야기까지 재미있게 말하며 웃고 떠든다. 몇 개월 전 이혼하고 젊은 아내를 맞아 재혼한 친구는 여자에 관한 무슨 대단한 지식이라도 깨우친 것처럼 농담을 섞어가며 열변을 토한다. 친구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부러운 눈길을 주고받는 모습은 높은 지위에 있는 친구도 지식인도 별수가 없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잡담이 여자들 오십 견 이야기보다는 재미있었지만 남자들의 화제도 별로 흥미는 없다.
돌아오는 길 운전하는 남편의 다리를 만지면서 슬며시 물어보았다.

"재혼한 그 친구 너무 행복한가봐요. 목소리가 제일 크던데요...말도 많이 하고."

모임에서 웃고 떠들 때와는 사뭇 다르게 아무 말도 못 들은 척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문을 연다.

"열 가지 행복 중에 열 가지를 모두 잃고 한가지 새로 얻은 것인데 행복하다한들 아픔이 안 숨어 있겠나, 빈깡통 소리처럼 목소리만 큰 거다. 100년도 살아내지 못하는 세상 사랑하고 아끼면서 살기에도 너무 짧은데...그 녀석의 행복은 대체 무엇인지 내가 알 수는 없지만 ..."

점점 우리 사회는 빈깡통의 울림이 커져만 간다. 

2007년 10월 17일 수요일

쑥부쟁이




자정이 넘어 들어온 남편 성화에 못 이겨 따라나선 낚시터의 밤은 춥기까지 했다. 동이 트고 저수지 뒤편 야산 자락에서 이슬에 옷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것도 모른 채 들꽃의 사진을 찍었다. 가을이면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 꽃 중의 하나 쑥부쟁이는 가지가 아주 많이 갈라지고 꽃도 가지마다 가득 피어나서 그 무게 때문인지 땅에 비스듬히 누워 자라고 있었다. 청색도 보라색도 그렇다고 분홍색도 아닌 적당히 섞인 듯한 빛깔의 아름다운 쑥부쟁이 꽃은 잎사귀도 꽃 모양처럼 길쭉하고 날씬하고 귀엽다. 그러나 뒤엉키고 구부러지고 쓰러진 채 꽃만 위를 향해 방긋 웃는 꽃송이는 왠지 얼굴만 뽀얗게 화장을 하고 몸은 단장하지 않은 여인의 모습처럼 몸매는 보지 말고 얼굴만 보고 예뻐해 달라는 외침이라도 하는 모양새다.
저 만치에 아침부터 술이 약간 취한 듯한 늑수구레한 남자가 기분이 좋은지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른다.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만 같은 그대 들국화라 부르리~~ 들국화~연정~''

쑥부쟁이가 들국화인 것을 알긴 아는지 가사까지 바꿔 오랫동안 서서 노래를 부른다. 무심코 쳐다보니 꽃 더미 위에 뜨끈한 오줌 줄기를 뿌리고있는 것이다. 시원한 진저리도 한번 친다. 노래를 끝내고서야 마지막 오줌 방울을 털어 내는 팔 흔들림이 멀찌감치 에서도 보인다. 나름대로 창피했던지 눈을 아래로 깔고 그 꽃 참 예쁘네? 하면서 내 옆을 지나쳐갔다. 들꽃을 보면서 마음이 싸~아 했다. 기분이 엉망일 것 같은 들꽃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쑥부쟁이야! 너 싸우나 했지? 너무 뜨겁진 않든? 인간 세상에서는 뜨거움을 즐긴 후에 '아~ 시원하다.'라고 말한단다. 너도 한번 해보렴."

낚시도구를 챙기는 남편에게 쑥부쟁이와 이렇게 아침인사하고 왔다고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그으래...? 그래서 꽃이 뭐락하드나...?

"몰 라 요."
(사모님 버젼으로...)

'아~오늘 바람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