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삼계탕이나 함께 먹자며 친구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해가 지는, 조금은 이른 저녁에 친구에게서 금방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종합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입원을 하라고 하기에 준비도 없이 그냥 입원을 했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직감이 들었지만 별일 아닐 것이라고 말을 해주며 필요한 것 말하라고 했더니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지루하고 잠이 너무 쏟아진다고 책을 갖다 달란다.
서점에 갔다. 워낙에 다독을 하는 친구라 좋은 생각, 행복한 동행, 작은 숲, 당신이 축복입니다. 샘터, 5권의 8월 호 월간지와 단행본 수필집 곰보빵 그리고 예쁘고 작은 빨강 성경책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면회를갔다. 친구는 조금 수척해 보였다. 검사 결과가 불안한지 내가 가지고 간 책을 침대에 주-욱 진열을 하며 독백하듯이 말한다.
"전부다 팔자다."
"큰 병 아닐 거야! 얘는 검사 받으면서 무슨 팔자 타령은? 성경 읽고 기도해!"
손가락으로 책에 써있는 8자를 가리키며 갑자기 친구가 빙긋이 웃는다. 월간지 다섯 권이 모두 8월 호, 나는 동문 서답을 한 것이다. 아침이 오고 검사 결과를 전해들은 후에도 친구의 그 웃음소리를 듣고싶었다.
그렇게 염려되는 밤이 지나고 또 다시 찾은 병실은 묻고 대답하고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병실을 지키는 내게 미안했던지 남편이 금방 올 거라며 자꾸 집에 가라고 말한다. 어른이되어 만난 우리사이 친구사이가 되었지만 마음이 통하고 친 자매같은 사이가 되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이사를 한 후로는 매일 만나지 못해 늘 아쉬웠고 가끔 만나면 너무 좋아서 헤어지기 싫어 우리는 싱겁을 떨면서 장난 인듯 연극을 하면서 헤어지곤 했다.
내가 친구의 옷 끝자락을 꼭 잡고 내 곁으로 살짝 잡아당기며 장난끼 가득한 얼굴을 하고,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하면 매정한 표정으로 옷자락을 잡아채면서, "왜 이래...놓아라! 놓으라니까?"
우리가 헤어질 때면 장난치던 말들...
참고있던 눈물이 고여 시야가 흐릿해 진다.
우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가라."
"간다."
병실 침대 머리맡에 금식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고등어 조림이 먹고 싶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나는 저녁 반찬거리로 고등어 2마리를 샀다. 생선 담긴 검정 비닐 봉지를 디룽디룽 들고 발길이 멈춘 기도 실 입구에 서서 검정 비닐 봉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기분이 울적한 탓인지 작은 반찬거리도 내게 큰짐으로 느껴지는 날이다.
예의 상 건물 안에 비린내를 풍길 수 없어서 화단 나무에 잠시 걸어두고 들어갔는데 시간이 좀 지체되었나 보다. 집에 돌아오니 고등어가 땡볕아래서 찜질을 너무 오래 했는지 그 냄새를 도저히 용서 할 수가 없다.
'그래, 고등어가 먹고 싶다는 친구는 고통 중에 금식인데 몸에 좋다는 등 푸른 생선을 나만 먹으면 미안하다는 뜻이렷다?' 미련 두지 않고 버렸다.
밤이 깊었는데 어쩌라고 자꾸 생선구이에 하얀 밥이 생각난다.
"친구야, 힘내라. 퇴원하면 함께 먹자."
(월간 작은숲 1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