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6일 일요일

묘한 힘


출근길에 큰길 공사장에서 합판에 못 빼는 작업을 하는 남자를 보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 친구의 말을 듣는 나는 왜 눈물이 났을까요. 내 손에 슬며시 휴지를 쥐어주는 또 다른 친구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합니다. 경제 능력이 없어 별로 예뻐 보이지 않던 남편에게 바쁘다는 핑계로 여름 휴가도 거절한 자신을 용서받고 싶어 만원 안에서 선물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내가 보려고 사온 행복한 동행과 좋은 생각을 가방에 슬며시 넣어주었습니다.
다음날 친구의 명랑한 전화 속 음성이 들려옵니다.

"친구야 고마워! 너의 책 선물 덕분에 남편에게 칭찬 받았어. 오랫동안 돈 못벌어 온다고 짜증만 부렸었어!
사랑 받는 일 간단한 건데 그 동안 모르고 살았다."

고맙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나는 웃습니다.
좋은 생각과 행복한 동행은 미움도 사랑으로 바꾸어 놓는 묘한 힘이 있나봅니다. 


당신의 눈길

당신이 그윽한 눈길로 나를 응시할 때
당신의 눈빛 안에서 나는 그늘이 됩니다.

당신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이나를 감쌀 때
당신의 온기 안에서 나는 보호됩니다.

당신으로 심장에 이르는 기쁨을 발견할 때
당신으로 머리에 이르는 행복을 만끽할 때
당신 사랑 안에 있음을 들여다 볼 때
내 마음속에 당신의 존재를 깊숙이 새겨 넣습니다.

내 마음이 포근한 것은 당신의 온유한 낯빛 때문입니다.
분명히 당신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내가 사는 이유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고

신문에 난 부고를 보고 찾아간 스승님의 빈소 앞에 
국화꽃 한 송이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여비의 몽땅 이었다.
각지고 커다란 허연 봉투를 큰 궤짝 속에 집어넣고
바쁜 걸음 되짚어 떠나버리는 스승의 제자들은 그리도 많건 만은

세상의 눈물이 말라버렸나,
눈물의 씨앗이 말라버렸나!

그래도 누군가가 울고 있는 지
천둥 번개 비바람이 들러리하며 지나간다.
명복 하소서!

2007년 9월 2일 일요일

고등어가 먹고 싶어


8월 중순 삼계탕이나 함께 먹자며 친구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해가 지는, 조금은 이른 저녁에 친구에게서 금방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종합 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입원을 하라고 하기에 준비도 없이 그냥 입원을 했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직감이 들었지만 별일 아닐 것이라고 말을 해주며 필요한 것 말하라고 했더니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지루하고 잠이 너무 쏟아진다고 책을 갖다 달란다.
서점에 갔다. 워낙에 다독을 하는 친구라 좋은 생각, 행복한 동행, 작은 숲, 당신이 축복입니다. 샘터, 5권의 8월 호 월간지와 단행본 수필집 곰보빵 그리고 예쁘고 작은 빨강 성경책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면회를갔다. 친구는 조금 수척해 보였다. 검사 결과가 불안한지 내가 가지고 간 책을 침대에 주-욱 진열을 하며 독백하듯이 말한다.


"전부다 팔자다."

"큰 병 아닐 거야! 얘는 검사 받으면서 무슨 팔자 타령은? 성경 읽고 기도해!"

손가락으로 책에 써있는 8자를 가리키며 갑자기 친구가 빙긋이 웃는다. 월간지 다섯 권이 모두 8월 호, 나는 동문 서답을 한 것이다. 아침이 오고 검사 결과를 전해들은 후에도 친구의 그 웃음소리를 듣고싶었다.
그렇게 염려되는 밤이 지나고 또 다시 찾은 병실은 묻고 대답하고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병실을 지키는 내게 미안했던지 남편이 금방 올 거라며 자꾸 집에 가라고 말한다. 어른이되어 만난 우리사이 친구사이가 되었지만 마음이 통하고 친 자매같은 사이가 되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이사를 한 후로는 매일 만나지 못해 늘 아쉬웠고 가끔 만나면 너무 좋아서 헤어지기 싫어 우리는 싱겁을 떨면서 장난 인듯 연극을 하면서 헤어지곤 했다.
내가 친구의  옷 끝자락을 꼭 잡고  내 곁으로 살짝 잡아당기며 장난끼 가득한 얼굴을 하고, "가지 마라! 가지 말아라!" 하면 매정한 표정으로 옷자락을 잡아채면서, "왜 이래...놓아라!  놓으라니까?"
우리가 헤어질 때면 장난치던 말들...
참고있던 눈물이 고여 시야가 흐릿해 진다.
우리는 힘없는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었다.

"가라."

"간다."

병실 침대 머리맡에 금식이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고등어 조림이 먹고 싶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나는 저녁 반찬거리로 고등어 2마리를 샀다. 생선 담긴 검정 비닐 봉지를 디룽디룽 들고 발길이 멈춘 기도 실 입구에 서서 검정 비닐 봉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기분이 울적한 탓인지 작은 반찬거리도 내게 큰짐으로 느껴지는 날이다.
예의 상 건물 안에 비린내를 풍길 수 없어서 화단 나무에 잠시 걸어두고 들어갔는데 시간이 좀 지체되었나 보다. 집에 돌아오니 고등어가 땡볕아래서 찜질을 너무 오래 했는지 그 냄새를 도저히 용서 할 수가 없다.
'그래, 고등어가 먹고 싶다는 친구는 고통 중에 금식인데 몸에 좋다는 등 푸른 생선을 나만 먹으면 미안하다는 뜻이렷다?' 미련 두지 않고 버렸다.
밤이 깊었는데 어쩌라고 자꾸 생선구이에 하얀 밥이 생각난다.

"친구야, 힘내라. 퇴원하면 함께 먹자."

(월간 작은숲 12월호 )





2007년 8월 3일 금요일

주말과부


늦은 밤 남편과 함께 뉴스를 보는데 처음 보는 리포터가 나왔다.

"자기야! 못 보던 여자네? 그런데 저 리포터 얼굴이 너무 길어. 왠지 어딘가 2%부족해 보이는 것 같다. 그치?"

"내 보기엔 괜찮은데 뭣이, 예쁘구만..."

"머리는 단정치 못하게 너무 길어...그 치?"

"머리 예쁜데 뭣이..."

"당신취향 참 독특하네, 예쁘긴 뭐가 예뻐, 광대뼈도 나오고 어딘지 모르게 얼굴이 뽀족해 보이잖아! 저 여자 턱 깎은 거 아닐까?"

"그럼, 늬도 턱 깎았드나? 똑 같이 생겼구먼 당신하고..."

"얼라? 어디가 똑 같은데?"

"탁 한눈에 봐도 당신 얼굴과 닮았잖아. 아래만 다르지."

" 아래? 아래 어디 가 다른데요? 턱 말이야?"

"얼굴 말고 몸매 말이다. 저 여자는 s라인이고 당신은 i라인이다 그런 말이다."

"그래요. 나 i라인 통나무 예요!"

"i라인이고 통나무고 당신은 어째서 꽃들만 보면 뽄때없는 샘을 부리노? 아직 나팔꽃 필시간 멀었다. 나팔 그만 불고 퍼뜩 자라!"

잠시 삐쳐있는 사이에 새벽같이 혼자 낚시 떠나버렸으니 나만 또 심심하게 생겼다.
혼자 이뿐 척하다가 본전도 못 찾고 또 주말과부 신세가 되었다.
입 다물고 있었으면 따라갈 수 있었는데...
아니다, 낚시터 땡볕에 앉아 있으려면 고생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하고 대청소나 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