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일 금요일

12ㅡ사람향기ㅡ에라 모르겠다

12. 에라 모르겠다

목발을 짚은 재수의 모습은 늘 명랑했고 하루하루가 행복해 보였다.
 
누나! 누나 낭군님 혹시 중국집 하는 거 아니야?”
 
“? 무슨 중국집?”
 
누나 집 대문 앞에는 아마도 일주일에 5일은 중국집에서 제일 큰 쟁반 아니 접시하고 그릇 몇 개씩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지.”
 
아니 우리 집 음식 주문해 먹는 것까지... 아제는 내 뒷조사도 해요?”
 
그게 아니고 누나 집 뒤쪽으로 맨 윗집이 우리 엄마집이라서 밥 먹고 자전거타고 올 때면 내 눈에 보이니까 한 말인데 뒷조사라니 무시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그래요? 엄마집이 그쪽 이예요? 미안해요. 우리 집 양반이 자장면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날은 쟁반 자장을 자주 시켜먹긴 해요.”
 
그러니까 말인데 사업하시는 분이 왜 점심을 집에서,...”
 
사무실에서 차타고 10분 내외 거리라 아이들과...“
 
어느 사이에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이웃사촌이 되어있었다.
한 동네에 살다보니 서로의 형편을 거의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생활방식을 종합해 보니 아무리 내게 큰 손님이라 해도 되도록 그의 낭비벽을 고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때마침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고 가슴 후벼 파는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고 했고 그녀가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한다고 했으니 옷 구입은 그녀에게 하라고 권유 했다.
그렇지만 나도 속물근성이 있었나보다.
장사꾼, 장사치라는 속된 말을 스스로에게 해가면서도 그에게 계속 많은 옷을 팔고 있었다.
외상 옷값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싫은 내색도 할 수 없는 시점까지 와있다. 그는 날이 서늘해지면서 또다시 여인들에게 선물할 옷을 구입하려고 안간 힘을 썼다.
 
누나! 우리엄마한테 그 여우 보여줬더니 우리엄마가 맘에 쏙 든다고 하던데?”
 
아니! 그녀에게 가족이 있다면서 벌써 진도가 그렇게 멀리 나간 거예요?”
 
그럼, 우리엄마가 그 여우를 처음보고 홀딱 반했나봐, 누나도 한번 볼텨?”
 
사랑에 눈멀고 귀 닫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나이가 몇인데 신중하지 못하고 급하게 서두르다니 염려가 된다.
재수 사랑 놀이에 왜 매마음이 심각해지는지...

애라 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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