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사랑보다 질긴 정
지난주는 온전히 될 대로 대라 식으로 가을 휴가를 보냈다.
월요일 일찍 매장 문을 열고 화초에 물을 주고 있는데 재수의 선배이자 나의 갑장이 들어온다.
“당신보디가드 외상 다 받았어?”
“아니 좀 있어요.”
“많이 남았어? 이젠 못 받지 뭐!”
“왜~~? 다음 달 급여 나오면 주겠지...”
“급여? 그 녀석 달렸어!”
“달려? 으이구! 직장 잘렸대요? 그리고 달리러 갔어요?”
“그런 셈이지...”
“출근도 안하고 달리기 대회에 나갔대요? 하긴 나도 신청하려고 했는데 마감이 되어서 못 갔는데 부지런도 하지 언제 신청 했대? 낚시 안 갔으면 구경이라도 나갔을 텐데...”
“ 무슨 소리 하는 거여?”
“2018 서울 달리기대회 나갔다는 거 아니예요? 으~응? 아닌데 일요일인데 왜 잘려?
“잘린 것이 아니고 달렸다니까 말을 못 알아 차라냐?”
“응? 달려가 뭐야?”
“경찰서에 달려 갔다니까...”
“경찰서? 잡혀갔어요? 왜? 또 여자들이 싸웠대요?”
“돈은 다 받았다 당신... 장사도 안 되는데 타격이 크겠구먼...”
“나오면 주겠지...”
“내일 나온대? 모레 나와서 준대?”
"지난번에 여자들끼리 싸웠을때 바로 왔던데요?"
"그게 아니라니까."
불과 5분정도? 대화는 이어졌고 그 제서야 알게 된 놀라운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화장품 세트를 곱게 포장하여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그동안 재수에게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 놈의 정이 무엇이기에...
사랑보다 질긴 것이 정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아프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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