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모두가 즐거운데 남편도 나도 노래를 제대로 끝까지 아는 것이 없고 부끄러움이 많아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언제나 고역이다. 그래서 우리는 출퇴근길에 차안에서 노래연습을 하기로 했다.
외근중인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거래처 사람과 술을 한잔 마셨는데 가까운 곳에 있으니 곧 들어온다고 퇴근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퇴근길 운전은 내가해야 할 것 같아서 사무실에서 그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 차례 전화를 했는데도 근처라고만 하면서 빨리 들어오지를 않았다. 오늘 일이 성사가 잘 안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남편의 수고가 안쓰럽기도 하여 깊은 밤까지 저녁도 안 먹고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크게 노래를 부르며 사무실 앞길을 지나가고 있다. 귀에 익은 목소리다. '아니, 저이가….'하면서 문을 열어보았더니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어느 여자와 둘이서 어느새 저만큼 멀리 가로등 뿌연 불빛아래를 지나 왼편 골목길로 사라졌다. 꼭 남편 같기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데 얼마 후 남편이 들어왔다. 술을 잘 못마시는 사람이라 얼굴이 완전히 석류 알맹이 같다.
“그런데 여보, 조금 전에 누가 당신 요즘 연습하는 노래 '어머나'를 부르며 이 앞을 지나갔거든? 목소리도 뒷모습도 당신하고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당신인줄 알고 한참 쳐다봤다니까요? 하긴 집에서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당신이 길거리에서 그 음치 노래를 부를 일은 없지만…. 너무 똑같아서 도깨비에게 홀렸는지 알았다니까요?"
“아, 조금 전에 노래 부른 사람? 나였지. 도깨비한테 홀린 거 아니다. 내다.”
“그래요? 아니, 그게 당신이었단 말이에요? 그럼, 그 앞에 가던 여자는?”
“아~! 오늘 일이 잘 마무리 되서 기분이 좋았거덩? 그래서 노래를 불렀지. 처음에 그 여자가 내뒤에 오는지도 나는 몰랐어. 그런데 나를 쳐다보며 웃더니 내 앞으로 걸어가면서 노래를 즐거운 마음으로 듣는 것 같더라고, 내 느낌에…. 오늘따라 노랫말이 너무나 안 막히고 자꾸만 잘 생각났거덩... 진짜다. 그래서 저 아래 파출소 골목까지 가서 노래 끝내고 왔다.”
"그 여자는?"
"파출소에 볼일이 있는지 뛰어 들어 가더라."
"그래요? 노래는 아무나하나? 그 여자 당신 노래 듣기 싫어서 음치 잡아가라고 신고하러 들어간거 아닐까?"
"뭣이라? 음치?"
"그 여자는?"
"파출소에 볼일이 있는지 뛰어 들어 가더라."
"그래요? 노래는 아무나하나? 그 여자 당신 노래 듣기 싫어서 음치 잡아가라고 신고하러 들어간거 아닐까?"
"뭣이라? 음치?"
내 말에 서운했는지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각오라도 한 것처럼 그이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왠지 쓸쓸해 보였다. 나의 실수다. 어떻게든 그이의 서운한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다.
"여보! 지난번 모임 때 당신이 나 안고 노래할 때 감동했어요, 너무 행복했어…, 정말이야! 다음 모임 때는 둘이 함께 부르자고요."
그날에 듣던 노래도 음정 박자는 엉망이었지만 남편을 위로하기 위한 말이 아니고 진심이었다. 그이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흐흐 그렇게 하지 뭐! 우리가 같이 부르면 모두들 뒤로 나가 자빠질 끼다."
잘 불러서 자빠진다는 것인지 우리 음치화음에 놀라서 자빠진다는 것인지 남편의 말뜻은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마음풀고 웃고 지나갔으니 항상 웃음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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