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반려오리

우리 남자는 이사 익스프레스를 20여년 경영하다보니 남자들이 항상 모이는 곳이지요. 직원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힘들고 고된 노동을 한 뒤라서 식사 때가되면 식당으로 가거나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하는 날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가끔 사무실에서 회식 비슷하게 재료를 준비하여 먹거리를 준비하는 날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사무실에 방문 하시는 분은 흡족하게 맛을 즐기고 가시는 경험을 하시게 되지요. 계절에 따라 소머리 국밥, 석화구이 회와 매운탕 염소탕 오리백숙 토종닭볶음 돼지 숫불구이 장어구이 등 식당 수준으로 준비를 하게 되지요.
사람들은 음식을 함께 나누면 금방 친해지잖아요. 그렇게 음식을 나누면서 친해지고 그 인연은 오래도록 지속되다보니 자연히 지인 분들은 무엇인가 있으면 사무실로 들고 오십니다.
 
2014년 지인께서 오리 닭 농장을 하시는데 다 같이 먹자며 오리 2마리를 차에 싣고 오셨습니다. 더운 여름날이라 오는 도중에 한 마리가 죽은 거예요.
모여 있던 남자들은 싱겁게 한마디씩 하면서 웃고 있었습니다. 오리 입장에서 주인 배신에 스트레스 받아서 오는 도중에 자살을 했다느니 이 더운 날에 비닐자루 안에서 일사병으로 죽었다느니 모두 한마디씩 합니다.
그 중에 한분이 살아있는 오리에게 안 해도 될 것 같은 말을 하십니다.
 
야 너도 조금 있으면 뱃속으로 들어갈 놈이 꿱꿱 거리기는... 먼 길 오느라 고생했으니 물이나 먹어라!”“
 
오리가 말을 알아듣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물을 먹더군요.
나도 고기를 좋아하고 먹는 것 좋아하지만 산짐승을 가지고와서 잡아먹자고 모여 있는 사람들이 농담으로 하는 말이 그날은 정말 싫었습니다.
내 표정을 본 우리 집 남자가 한마디 합니다.
 
하하~ 이 녀석 말귀를 알아듣나보네? 고개 갸우뚱 하는데..? 봤어? 봤어?“
 
사람들이 다 같이 웃고 있는데 오리 발목을 끈으로 묶어 큰 개집에 넣어주었습니다.
 
아직 어리니까 몇 달 키워서 잡아먹자고...“
 
그렇게 그날 오리는 살 수 있었습니다.
당장에 줄 먹이를 생각하다가 큰 그릇에 물과 개 사료를 밥그릇에 주니 잘 먹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을 했더니 오리는 개집 안에 조그마한 알 1개를 낳았더라고요.
그 신기함과 기쁨은 우리 식구들을 웃게 했습니다. 복더위와 아주추운 겨울에는 알을 낳지 않는다는데 살려준 인사일까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딸아이가 오리에게 과리 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과과과과 한다고 과리라고 지었답니다.
딸들은 밤이면 사무실 오리집에 가서 물 갈아주고 바닥 청소해주고 산책도 시켜줍니다.
그렇게 작은 공간에서 살기를 만 6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보아온 지인들은 말합니다.
이 녀석 명도 길다.’ 며 집 근교에 있는 넓은 공원 호수에 풀어주라는 분도 있고 적응을 못 할 거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어제는 마당에서 산책을 즐기는 오리에게 지인께서 하시는 말씀이.
 
애는 늙어서 잡아먹지도 못해요. 고기가 질겨서 못 먹어.”
 
우리 과리가 처음 왔을 때 야 너도 조금 있으면 뱃속으로 들어갈 놈이 꿱꿱 거리기는... 먼 길 오느라 고생했으니 물이나 먹어라!” 그 말을 했던 그분이 말을 하시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듣다가 꿱꿱하며 두 날개를 크게 펴고 날아서 그분에게 달려드는 거예요. 태권도 선수들의 2단 옆차기로 돌려서 멋진 묘기를 보는듯했습니다. 딸과 저는 통쾌하게 웃는데 그분은 당황하셨어요.
급히 하시는 말씀이...
 
이 녀석 말귀를 알아듣나? 알았어. 맛은 없어도 죽으면 그때 먹지 뭐!”
 
오리 수명이 20-30년 이래요.”
 
그렇게 오래 살면 가죽만 남아서 먹을 것도 없겠군. 아니지... 내가 먼저 갈수도 있겠군.”
 
농담처럼 진담처럼 하시는 말씀에 웃었습니다.
 
품에 안아 줄 수는 없어도 주인의 자동차 들어가고 나가는 소리까지 알아듣고 꿱꿱 의사표시를 하는 영리함, 가족을 알아보고 직원들도 모두 알아보는 오리랍니다.
사람들이 들어올 때나 빈손으로 나가면 조용한데 돌아갈 때 무엇인가 물건을 들고나가면 과과과과 심하게 소리칩니다.
나름 도둑을 지킨다는 사명감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 과리가 가장 좋아하는 분은 택배 아저씨와 대형마트 식품부 아저씨랍니다.
무언가 잔뜩 들고 오시고 빈손으로 가시면서 항상 이름을 불러주고 손 흔들어주시거든요.
택배 기사님은 바쁘신 데도 우리 5년 지기지? 과리야~” 하시며 오늘도 잠시 놀아주고 가셨답니다.
우리 집 반려 오리 과리와 오래도록 기쁨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 요즈음 코로나19 때문에 택배 기사님과 마트 기사님 너무 수고가 많으신데 건강 유의하시고 파이팅입니다.

2020년 10월 10일 토요일

파뿌리

파뿌리 (Green root)
 
                                       방주인

화분에 담겨 겨울을 견딘 파를 다듬는다.
산신령 수염 허연 파뿌리
버리기 아까워 한쪽에 제쳐놓고
싱싱한 줄기만 썰고 있다.

눈물이 난다.
맵다.

칼바람 폭염 견디며 살아온 세월
검은머리 희끗희끗 한쪽에 자라난 파뿌리 모양새다.
마음만은 푸르고 싱싱한 줄기되어
된장찌개 양념 역할이라도 할 수있을 것 같은데

눈에 물 말라간다.
세상이 버릴지라도 나는 떠날 수 없다.
아직 할 일 남아있기에.


 Green root
 
In a pot, trim the winter-lasting green onions.
Mountain Spirit's Whiskers
It's a waste to throw it aside
Only fresh stems are being cut.
 
Tears
spicy.
 
The years I lived on cold days and hot days
It is shaped like a green root that is thrown on one side of black hair.
My heart is a green, fresh stem
I think it could be a miso soup sauce
 
Tears
 
The world is angry.



2020년 5월 24일 일요일

뿌리칠 수 없는 밤의 유혹 Night's Temptation

'

뿌리칠 수 없는 밤의 유혹

 

나도 몰래 꼴~깍 침 넘어가는 소리가 밤의 고요를 깨뜨립니다.

오늘밤도 그만 그대를 뿌리치지 못하고 나의 입을 벌려주고 말았습니다.

나의 육체 저 깊은 속까지 점령해 버린 그대의 뜨거움으로 행복합니다.

 

단 몇 분 동안에 그대와 나는 한 몸이 되었습니다.

그대에게 내 속을 점령당하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행복 합니다

이젠 눈동자도 풀리고 마는군요.

내 안에 그대를 품은 채 이제 잠들렵니다.

 

아마도 아침에 일어나면 후회하겠지요.

그대를 원망하며 나의 머리를 쥐어박을 겁니다.

뿌리칠 수 없는 밤에 유혹

 

라면이 남겨준 확실한 증거

살아, 살아 내 살들아!!

 



Night's Temptation

I sneak up on it, and the sound of falling out breaks the silence of the night. I didn't stop you tonight, but opened my mouth. I am happy to feel your hotness deep inside my body. Did i want you? Did you seduce me? In just a few minutes you and I became one. Ah ~ happy Now my eyes are relaxed. I will fall asleep with you in me. I am taken by you and there is nothing to envy the world. But, If you wake up in the morning, you will probably regret it. I will resent you and squeeze my head. Temptation at an irrevocable night night... Oh yeah... Positive evidence left by ramen Alive ~ Alive ~ My flesh ~~ !!



싱거운 웃음

공방 문을 열고 막 들어섰는데 젊은 애기씨와 도련님이 문을 열고 뒤따라 들어온다.

어머나! 어서 오세요. 나도 지금 막 출근했는데...”

~... 저희는 손님이 아니고 혹시 휴대폰 주우셨어요?“

“언제? 지금? 어디서? 공방 입구에서우리가게 안에서? 언제 분실했는데...?“

 어찌 생각하면 무례할만큼 다짜고짜 물어보는 그들에게서 비누 냄새가 폴폴 풍긴다. 싱그러운 젊음이 참 예쁘다. 나는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반말로 말하고 말았다.

어제 밤에 잃어버렸어요.“

밤에 잃어버렸으면 새벽에 파지 줍는 어른들이 많은 동네라서 그 양반들이 주웠을 가능성이 많겠다. 여기 우리 가게 옆에서 잃어버렸어?”

아니요. 다른 곳에서요.”

거기가 어딘데?”

저 쪽 이요.”

젊은이들이 말하는 저쪽이라는 곳은 내가출근 할 때 버스타고 지나온 길 같았다. 내가 알기로 멀지않은 곳에 농촌 진흥청이 있고 인적이 뜸한 곳이다. 4차선 도로 신작로 한쪽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높은 방음벽이 설치되어있고 그 담벼락을 타고 조경으로 키 큰 선인장과의 식물이 심어져있는데 긴 꽃대가 올라와 하얀색 꽃이 주렁주렁 열매같이 피어있는 꽃길이 있고 건너편에는 작은 공원 숲길이 있는 그곳이 분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찾으면 어떻게 해? 거기에서 둘러 봐야지...”

저희가 있던 곳에 가보았는데 없어요.”

거기 벤취에 앉아있다가 잃어버렸우?”

아니요 거기에는 벤취 없어요.”

그럼 풀숲이야?”

~~”

“‘풀숲에서 뒹굴렀구나? 뒹구르다가 놓쳤지 뭐야~~꼭 쥐고 있지... “

말씀을 참 재미있게 하세요~~”

얼굴이 볼그레해진 애기씨와는 반대로 도령은 씨~익 웃는다. 젊은이들과 어느 사이에 격 없이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애기씨, 도련님! 여기서 거기가 어딘데 여기서 찾아다니시나... ”

위치 추적에 여기가 나와요.”

그들의 말로는 그곳에서 휴대전화를 분실했는데 위치추적을 걸어놓아서 살펴 찾아와보니 이곳이라고 했다. 비밀번호도 안 걸어 놓았고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고 했다.
커피를 한잔씩 마시게 하면서 몇 가지 지혜를 보탰다.
(전화만 하지 말고 꼭 사례를 하겠노라고 문자를 보낼 것.
혹시 노인 양반들이 새벽에 주웠을지 모르니 고물상에도 사례 하겠다고 하고 부탁해 놓을 것.
경찰서나 파출소에 분실신고 할 것.)

그렇게 하겠다고 상냥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는 젊은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젊음...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아름답고 싱그럽고 풋풋함이 참 예쁘다.
훗날 저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 휴대폰 분실한 오늘을 기억하고 웃을 수도 있겠지.
  
낯에 옆 상가 젊은이가 꾸뻑 인사를 하며 휴지 좀 달라고 한다.

화장실 가려는데 물티슈밖에 없어서요.‘

어찌나 급하게 쩔쩔매는지 티슈를 슉슉 뽑으면서 나도 모르게 저급하게 말했다.

똥 매려요? 하하하하~~

별로 웃을 일없는 요즘에 아침에도 낮에도 젊은이들이 나를 웃긴다.
그래 이렇게 싱거운 웃음이라도 웃자.
거울 속에 비친 까칠해진 내 얼굴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씁쓸하게 입맛을 '~' 하고 다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