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7일 토요일

쑥갓 꽃


하지가 지나서일까 6월의 날씨가 무덥다. 저녁 반찬거리로 두부 한 모 사들고 야채 코너를 지나치는데 쑥갓이 눈에 들어온다. 친정아버지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인지 쑥갓을 보니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 없이 쑥갓도 한 단 샀다.
나 어릴 적에 우리 집 넓은 텃밭 가득 노랑 쑥갓 꽃이 피어있었다. 유난히 벌과 나비가 많이 날아다니던 쑥갓 밭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노랑꽃이 너무 예뻐서 한 송이 꺾어 귀 윗머리에 꼽고 있으면 그 향이 너무 진해서 싫었던 기억...
여름이면 신 김치만큼이나 매일처럼 등장하던 반찬으로 상추와 쑥갓 풋고추 그것도 싫었던 기억...
그랬었는데 지금 그 싫었던 추억이 목이 메이게 그리운 것은 무슨 까닭일까...

가늘고 연한 쑥갓이지만 유년을 추억 할 만한 향이 풍긴다. 눈을 살짝 감아보니 내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노랑 쑥갓 꽃 위로 벌들의 윙윙거림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 흰나비 노랑나비 호랑나비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날아 들 것 같은 착각 속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  

2009년 6월 8일 월요일

더덕 버티칼

3월 말일 아이스박스에 흙을 담아 베란다에 더덕 5개를 심었다.
보름정도 지나면서 이렇게 줄기가 나오고 잎이 나고...
 
3개월 만에 천장에 닿았다.
사진으로 전체를 담을 수 는 없지만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아 창문을 열면 더덕 버티컬이 녹색 산소 공급을 제대로 해 주는 것 같다. 너무 근사해서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요즘은 베란다 나가는 일이 나의 일상 중에 가장 행복한 날들이 되었다. 일주일 전에 10뿌리 또 심었는데 언제쯤 싹이 나오려는지 기다림~~~


2009년 5월 17일 일요일

사피니아( Surfinia )


마음이 울적하여 화원에 들렀더니 새로들여온 꽃이라며 며칠간 이 꽃바라보고 기분전환 하라며 선물로 준단다. 꽃이 시들고 잎사귀만 남으면 가져 라고한다.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노래를 부르며 탁자위에 올려놓았더니 분홍의 꽃과 초록 잎의 싱그러움이 참 좋다.
집안 분위기가 달라져 보인다.


사피니아( Surfinia )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남미가 원산지라고 하며 페튜니아비올라케아 의 개발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모양과 종류가 다양한 품종이다.  
6~10월 꽃을 피우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꽃을 피우며 분지력이 강한식물로 더위에 강하고 내병성 내우성이 있어 원예식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유기질비료(부엽토)를 좋아한다.

2009년 4월 9일 목요일

오줌먹는 사람들



새벽시간 남편과 함께 지역방송을 시청하는데 “아침 오줌 한잔은 생명수”라며 요로법 쓰는 웰빙족이 급증하고 있다고 오줌 먹는 사람들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아침 거르지 않고 마시는 ‘오줌 한사발이 산삼보다 낫다는 것이다.
아침에 생과일 쥬스나 홍삼 쥬스보다 자신의 오줌을 마시는것이 훠~얼씬 좋다는...
요료를 시작한지 넉달 만에 10년간 시달리던 만성위장병이 놀랄 만큼 호전됐다고...
웰빙족 사이에서 자신의 오줌으로 병을 고치는 ‘요료법이 유행하고 동호회까지 등장해서 ‘오줌 마시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휴일 아침 방송이다.
요료의 관한 설명이 계속 되는 동안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남편은 너무 진지하게 시청하고 있다.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마시는‘오줌 한 사발이 산삼보다 낫다는 것이다.
휴일 아침 방송을 시청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계속 관심을 보인다.

"그렇다는 군...
오~우~
좋다는 군..."

아침 식사 중에도 머리속에는 요료 방송 생각이 가득한 표정이다.
"당신 마셔볼래?"

"그럼 당신도 약이 된다는데 마실 수 있어요?"

"아니~ 난 됐어. 저녁에 이야기하자고..."

몸에, 건강에 좋다고하는, 나로서는 이해 안되는, 먹거리들도 많고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다고 먹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으견도 있던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것인지.

"오줌이 그렇다는 군...
어이구! 정말 마시네...오~우~
약이 된다네?"

요료의 관한 설명이 계속 되는 동안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까지 넣어가면서 남편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게 다시 묻는다.

"약이 된다는데 당신 마셔볼래?"

"그럼 당신도 마실 수 있어요?"

"아니, 난 됐어.
"(웃음)



2009년 3월 9일 월요일

내 가슴에 묻었어



친정 오라버니는 명퇴 후 이력서를 써서 들고 다니기를 셀 수도 없이 되풀이했다. 간간이 돈벌이가 된다면 가리지 않고 하지만 사기를 한번 당한 후로는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돈에 대한 배신과 직장 조직 속에서 외톨이가 된 외로움과의 싸움을 곁에서 보고 있자니 눈물겹다. 어느덧 나이는 정년을 바라보는데 면접을 본다며 정장을 말끔하게 입고 넥타이를 동여매고 집을 나서면 그날은 으레히 동생인 나에게로 들렸다 간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 내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이번에는 또 얼마만큼 풀이 죽어서 오려는지. 그러면 나는 또 어떤 말로라도 위로를 해야하겠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 위험물 취급 책임자 자리에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필기시험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았다고 주말을 흥분된 상태로 보냈지만 나는 오늘도 그러려니 하고 지켜 볼 뿐이다. 그렇게 좋아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하면서 못 마시던 술을 마시게되더니 언제부터인가 누구인가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이젠 나도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 되고 보니 대답은 건성으로 하게되고 올케언니나 자식들도 말수가 적어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나마 그 중에 가장 마음을 잘 알아서 끝까지 답해주는 상대는 구십이 가까우신 어머니와 막내 동생인 나뿐이다.

 이른 저녁 술은 마셨으나 이미지 흐트러짐 없이 보는 사람이 목이 아플 정도로 넥타이를 조여 매고서 어느 날처럼 그렇게 기분 좋게 귀가하여 김치를 버무리는 내 옆으로 의자를 끌어다 바짝 가까이 앉아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오늘 면접 보는데서 내 자격증을 보고 모두들 놀라더라고요. 모두 나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 보드라고요! 면허증을 봉투에 집어넣었는데 다시 보여 달라면서 자세히 관심 있게 들여다보더라 구요. 주인이 지금 김치 버무리는데 바꿔줄게요."

"아니 왜 바꿔. 고춧가루 묻은 손으로 어쩌라고." 전화기를 간신히 귀에 대니 어머니의 차분한 음성이 들린다.

"다행이다. 모두들 좋게 봐줬다니."

그 사람들이 실업자 면접하면서 부러울 게 그렇게도 없을까? 어머니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들이 실수 안하고 돌아온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시는 마음일 것이다.

"오빠, 언니는 그렇게 좋아하고 사랑해서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수십 년을 살을 섞고 살았어도 오빠 말에는 마이동풍인데 엄마는 오빠의 이야기를 한번도 나쁘게 말씀하지 않는 것을보면 참 대단하시지. 매번 지치지 않고 일과를 보고하는 오빠도 참 대단하고 모자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는 나도 참 대단해. 이런 것을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거야."
오빠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계속 말한다.

"난 내가 그런 대접을 받을 줄 몰랐거든?  너도 내가 대단하게 보여?"

"그럼, 그 많은 면허증, 자격증 들고 나갈 때 난 진작에 그런 대접받을 줄 알았어. 오빠 옛날의 그 실력 언젠가는 또 빛 날 날이 꼭 올 거야. "

"너도 그렇게 생각해? 고맙다, 말이라도... 난 혹시 하고 들고 간 것인데 젊은애들 틈에서 욘사마 된 기분이더라고! 내가 인기 있는 대접을 받을 거라는 걸 넌 미리 알았다니! 으~음! 우리 식구가 그럴 때 보면 참 눈치가 짱 이야."

"이젠 오빠 말투까지 젊어지네?"

"배웠지, 면접 보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거기에서 내 면허증을 보여 줬더니 어떤 젊은이가 "짱" 난다 그러던 걸?. 대단하다는 뜻 일거야! 난 그때부터 자신이 있었어, 다시 보여줄까 하다가 참았지, 나 잘했지?
"응. 잘했어, 그런데 '짱 난다'는 말은 짜증 난다는 뜻 이여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동무되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누군가가 나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시무룩하던 오빠의 표정이 밝아 보여 참 좋았다. 오빠를 집에 태워다주고 잠시 들어가니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찌그린 올케언니의 미간이 동아줄처럼 굵게 파인채로 사람을 맞는다. 찬바람을 맞는 기분이다. 언니의 표정을 살피던 오빠는 미안했던지 우리 집에서 했던 말들을 재연하듯이 언니에게 말 해준다.

"짱 난다는 말은 대단하다는 뜻 일거야!"

"아이고... 그만 들어가서 자라, 고만 떠들고... 면허증, 자격증 이야기 한번만 더하면 아흔 아홉 번째다."
꿱 소리친다. 오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짜증스런 그 말속에는 여러 가지로 남편을 무시하고 있는 표현이 담겨있다. 머쓱한지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병 꺼내 따르며 내게도 권하면서 아무 일도 없는 듯 언니를 향해 다시 이야기를 한다.

"아~ 난 몇십 년 지난 면허증들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

"글쎄 난 알았다니까?"

"알았어.? 이번에 합격만 되면 당신 마음 고생 끝이야. 오늘밤에 잠 안 올 것 같아..그 놀랜 표정들을 생각하면... 하하하!!"

"아~휴, 왜 그렇게 크게 웃는 거야! 그만 마시고 얼른 자라고요!" 언니 신경질에 조용히 일어나 소파에 쓰러져 이번에는 연극배우처럼 잠꼬대를 한다.

"신사 숙녀 여러분! 내가 언제 어디서 왜 무엇 때문에 이 많은 면허증에 도전하였는지, 자격증을 왜 따 놓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설명을, 나중에 설명을..."

누구에게 설명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브리핑하던 버릇으로 손을 들어 손짓도 한다. 미간을 찌푸리고 눈 흘김을 하는 언니의 모습도 잠꼬대하는 오빠의 모습도 서로가 사랑으로 감싸고 덮어주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시점까지 도달해 있는 위기 폭발 상태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측은한 내 오라버니. 가엽은 올케언니. 기죽은 조카들. 실업, 명퇘, 동태, 의
길목에 위치한 동생 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 오늘도 활기찬 목소리로 "good morning!"을 외친다. 어머니에게도 하루의 시작을 잊지 않고 전화로 보고한다.

"엄마 오늘 합격자 발푠데 가보나마나 합격일거예요. 그 사람들이 많이 감탄했거든! 그래도 가서 확인은 하고 오려고요."

아침부터 비내리는 길을 나서서 걸어간다.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면허증, 자격증에 대한 자부심만 끌어안고 오늘도 혹시 누가 보여 달라고 할지 모르니 가지고 가야 한다며 28장 담겨져 있는 누런 봉투를 부둥켜안고 비오는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늦은 밤 오라버니는 술이 잔뜩 취해 들어왔다.

"그놈들이 나를 합격시키면 즈덜이 꿀릴 것 같으니까 날 내친 거야! 실력도 없는 녀석들이 내 면허증에 놀래서 즈덜 밥줄 뺏길까봐 날 불합격시킨 거야! 고소할 꺼야."

"뭘, 누구를 고소 할건데. 그나저나 면허증 봉투는 어디 있어요?"

"내 가슴에 묻었어! 내 가슴에... 가슴에... 가슴에!"

가슴에 묻은 것이 서류 봉투뿐이겠는가! 가장의 고개 숙인 모습은 언제나 회복되려나. 연애시절 단 하루도 안보면 못 견딜 것 같았다던 처음처럼의 애정이 하루속히 회복되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술에 취해 몸도 가누지 못하는 오빠의 저고리를 벗기고 와이셔츠 속 가슴속에 묻어놓은 구겨진 누런 봉투를 꺼내면서 가슴속에 뭉쳐있는 응어리도 함께 꺼내주고 싶은 안타까움에 뜨거운 눈물이 후두둑 떨이진다.
어느 날 직장을 잃고 할 일이 없으면 곁에서 보는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우리 오라버니와 같은 처지에 있는 분 들 건강 잃지 마시고 모두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