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9일 화요일

20-꿈꾸던 신혼


20-꿈꾸던 신혼

재수 어머니께서 그녀를 만나고 온 후 지인들에게 자랑삼아 늘 말씀하셨다고 한다.
 
‘우리 아들 새 장가 간다고.
우리 며늘애가 아주 싹싹하고 예쁘다고.
붙임성이 좋아서 어머니라고 부르며 옷도 선물했다고.
어머니 건강 하시라고 식품도 보내 왔다고.
그 비싼 홍삼도 엄청 많이 보내 주었다고.
좀 일찍 만났으면 아들도 낳아 대를 이어드리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몸이 건강해야 새 각시가 권태증 내지 않는다며 아들을 위하여 더운 여름날 사골을 삶고 있다고.
결혼식만 간단히 치루고 곧바로 합쳐서 살 거라고.
살림살이 혼수 필요 없고 몸만 들어오면 된다고...‘
 
어머니 보시기에 그녀를 향한 아들의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기에...
어르신이 얼마나 바라던 며느리 상이었기에...
 
나는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녀는 아닌 것 같은데 여자팔자 뒤움벅 팔자라고 재수 정도의 순정파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면 행복하게 살수도 있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세상의 반은 여자이고 반은 남자라고 그녀를 포기하라고 몇 차례 충고를 하긴 했지만 내 피붙이가 아니었기에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못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볼 때 처녀 총각들도 마음보다는 육체가 먼저 너무도 쉽게 서로를 탐닉하는 세상에 저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구시대의 순정파 남자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계절이 바뀌고 그녀의 취향과 그녀의 요구대로 겉모습부터 성품까지도 바뀌어가던 재수와의 마지막 대화는 이랬었다.
 
“누나! 나 오늘 그 애하고 신혼 밤을 보낼 거야. 지가 먼저 꼬리치는 날도 있었지만 사랑하니까 내가 지켜주고 싶어서 오래 참았지...”
 
“그럼 아직 바라만 보는 사이예요?”
 
“누나는 참! 바라보긴 누가 바라봐 지켜주고 있었다니깐?”
 
“히히히~~ 여태껏 창문에서 세레나데 부르는 로미오와 줄리엣이었구나?”
 
“사실은 내 옆에 맴도는 년들 다 정리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를 바치겠다 이거였지. 그 애도 말은 안했지만 많이 기다렸을 거야. 선물도 준비했고 내일로 택일을 받았지. 사랑이 무엇인지 확실히 도장박아 줄 거야.”
 
“내일? 오늘이라며...”
“그러니까 저녁 먹고 와인도 한잔하고 12시 넘어서... 으~흐흐 불타는 신혼의 밤이 될 거야!”
 
그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재수자신의 주변을 정리하였으니 그녀도 자신의 주변을 정리 했겠지 하는 마음으로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누나 축하해줄 거지?”
 
빙그레 웃어주기는 했지만 뭔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는듯하여 이른 축하의 말은 해주지 않았다.
그저 마음으로만.
바람기 끝.
외로움 끝.
이렇게 한 커플이 탄생하는구나 생각했다.
재수는 그렇게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다음날 들려온 소식은 경찰서라고 했다. 

19-사랑보다 질긴 정

19-사랑보다 질긴 정

지난주는 온전히 될 대로 대라 식으로 가을 휴가를 보냈다.
월요일 일찍 매장 문을 열고 화초에 물을 주고 있는데 재수의 선배이자 나의 갑장이 들어온다.
 
당신보디가드 외상 다 받았어?”
 
아니 좀 있어요.”
 
많이 남았어? 이젠 못 받지 뭐!”
 
~~? 다음 달 급여 나오면 주겠지...”
 
급여? 그 녀석 달렸어!”
 
달려? 으이구! 직장 잘렸대요? 그리고 달리러 갔어요?”
 
그런 셈이지...”
 
출근도 안하고 달리기 대회에 나갔대요? 하긴 나도 신청하려고 했는데 마감이 되어서 못 갔는데 부지런도 하지 언제 신청 했대? 낚시 안 갔으면 구경이라도 나갔을 텐데...”
 
무슨 소리 하는 거여?”
 
“2018 서울 달리기대회 나갔다는 거 아니예요? ~? 아닌데 일요일인데 왜 잘려?
 
잘린 것이 아니고 달렸다니까 말을 못 알아 차라냐?”
 
? 달려가 뭐야?”
 
경찰서에 달려 갔다니까...”
 
경찰서? 잡혀갔어요? ? 또 여자들이 싸웠대요?”
 
돈은 다 받았다 당신... 장사도 안 되는데 타격이 크겠구먼...”
 
나오면 주겠지...”
 
내일 나온대? 모레 나와서 준대?”
 
"지난번에 여자들끼리 싸웠을때 바로 왔던데요?"
 
"그게 아니라니까."
 
불과 5분정도? 대화는 이어졌고 그 제서야 알게 된 놀라운 사실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화장품 세트를 곱게 포장하여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하루 종일 왔다 갔다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그동안 재수에게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 놈의 정이 무엇이기에...
사랑보다 질긴 것이 정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아프다.
아프다.

18ㅡ사람향기ㅡ언약식

18ㅡ사람향기ㅡ언약식
10월의 비 내리는 날 낯부터 저녁까지 속된말로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쇼핑백을 들고 가게 앞을 수없이 지나다닌다.
저녁이 되니  바람도 불고 쌀쌀한데 하얀 누비점퍼에 검정바지, 흰 운동화 차림이다.

“아제 쇼핑백을 들고 하루 종일 어디를 그렇게 왔다갖다 하시는지요.”

“으~응 누나가 궁금해서 몸살 날거라고 생각했지. 진즉에 물어봤으면 안 궁금했을 텐데 왜 이제야 물어보는 거요?”

“흐~ 그 정도로 궁금한 것은 아니고... 그 쇼핑백은 뭐예요? 지난번 들고 다니던 박스는 이제 끝났어요?”

그녀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생각 만해도 가슴이 아려온다며 그녀를 위해 도움을 자처하고 그녀가 판매하는 건강 보조식품을 지인들에게 떠맡기던 재수를 생각하면서 또 무엇을 팔려고 종일 서성거리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애인 참 생활력이 대단해 누나. 옷가게를 하면서 건강식품도 팔고 화장품도 팔고 한 두가지가 아니라니까? 어제는 홍삼을 팔아달라는데 그 비싼것을 내가 어디 갔다 팔수가 있어? 2병 들어있는 홍삼 액기스 한 상자 엄마 갖다 드렸더니 아주 좋아 하시더라고.”

“아제 돈 아껴 써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으면 부도나요.”

“벌써 부도직전이야. 어제 홍삼도 외상으로 가져왔지. 오늘 퇴근하면 주려고 퇴근시간 기다리는데 시간 정말안가네.”

“급여 들어왔어요? 그럼 나도 좀 주세요.”

“알았어 누나는 조금만 받어.”

그녀에게 선물하려고 화장품 셑트를 사들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에 흰 점퍼에 흰 운동화를 신고 길거리를 배회했던 것이었다.

“사춘기 소년도 아니고...”

“누나! 누나는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목석같은 여자야. 웃기만 잘하면 여자야? 그 애처럼 사람 녹이는 애교가 누나에게는 없다는 것이 단점 이 랑 께 요? 솔직한 내 고견을 쬐꼼 말씀 드리자면 누나는 백치미 빼면 점수를 줄래 줄 데가 없어. 매형이 누나 뭘 보고 여왕으로 모신답니까? 아이러니 그 자체라니깐?”

싱 겁을 한참 떨더니 받지 않는 전화를 계속 시도한다. 지갑을 열어 나에게는 카드 결재를 하고 그녀는 현금으로 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일어선다.


“누나! 오늘 신방 차릴 수 있게 파이팅 해줘. 오늘 화장품 선물하고 반지 끼워 주려고. 어제 커플반지 맞추자고 했는데 맞는 것이 있어서 찜했다가 오늘 찾아왔거든. 오늘 그 고대하던 우리 언약의 날이지.”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참 여러 가지한다. 나이가 몇인데 저렇게 가슴 설레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여자가 한두 명 이었냐고...

“아제 신중하게 생각해요. 남편도 아들도 있다며 너무 빠지는 거 아니 예요? 세상의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라니까? 위험한 행동 나는 반대일세...”

내 말은 귓전으로 듣는 둥 마는 둥 손을 들어 국가대표 수영선수 흉내를 내면서 파이팅을 두 번 외치고 그렇게 갔다.
오늘의 언약식을 고대하라는 말을 남기고.



17-남자의호기

17-남자의호기

재수는 오랫만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말쑥한 차람으로 나타났다. 한손에는 선물 상자가 들려있다.
누나 명절 잘 지냈지?” 

아제도 잘 지냈지요?”
  
아니 잘 못 지냈지 나는...”
  
왜냐고 묻기도 전에 상자를 놓고 나가버린다. 한참 후에 돌아온 재수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세 여인과의 헤어짐, 딸과의 가슴 저미는 부정, 헤어진 전처와의 갈등 등 오랜 시간 또 나는 상담 아닌 상담역할을 해야만 했다.
  
누나! 나는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누나가 내 엄마였으면 좋겠어. 왜냐고 물어봐 누나!”
  
죽어서 다시 태어난 사람 있대요?”
  
우이씨~~ 그냥 물어봐!”
하하하~~그럼 그냥 말해요.”
그때 심각하게 3층 관리가 험상궂은 얼굴로 들어온다. 서로 인사도 없이 데면데면하다. 지난번 삼자대면 하겠다며 올라간 후로 그리된 것 같았다. 관리비 청구서를 내밀고 급히 나가는 관리를 불러 세운다.
형 나한테 할 말이 남아있을 텐데?”
  
얏 마! 그만 하자.”
진저리를 치면서 후다닥 올라가는 관리 뒤퉁수를 향해 중얼대듯 떠든다.
  
너 같은 놈은 형도 아니고 선배도 아니야 개보다도 못한 놈... 앞으로 누나한테 뻘 짓하면 내가 가만 안 둬. 그리고 누나! 앞으로 그런 말 하면 분명한 성추행이니까 112에 신고해버려. 알았지?”
관리가 무슨 말을 했기에...“
  
언젠가는 누나를 자빠뜨리고 말거라고 참견 말라고 하잖어? 그래서 그날 3층에서 내가 굴려버린 거라니깐? 내가 누나 지켜 줄 보호자라고 말했지.“
굴려? 그날 싸웠어요?“
  
누나 몰랐어? 폴리스에 우리 둘 다 달려갔는데 몰랐단 말이지? 개새끼가 먼저 나를 날리더라고. 그래서 굴렸지.“
뭐라고요? 그래서 다치지는 않았어요?“
  
참 나 원! 누나가 겁먹고 가게 문 안 여는 줄 알았는데 누나 몰랐단 말? 그럼 왜 가게문을 안열었어?“
"눈 레이저 수술하느라고...."
 
세상은 사람이 제일 무서운 법이라고 하시던 친정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항상 술취해있는 그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각자의 생각은 자유니까 타인이 통제할 수 없는 일지지만 가만히 있는 유부녀를 향해 엉뚱 깡뚱한 생각을 하다니...
 


오늘은 재수의 기사도 정신을 높이 평가하게 된 날이다.

16-궁금하면 10원

16-궁금하면 10원

"아제 그 박스 뭐예요며칠 동안 계속 들고 다니던데...“

이거궁금해누나도 궁금한 것이 있다 이거네그렇다면 10원입니다.”

궁금증을 풀어 준다며 손바닥을 벌리고 10원을 얹으란다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모습이 그림책에 나오는 도인 같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지만 점점 농담이 늘어가는 것 같아 참았다.

누나 그럼 외상으로 알려줄까아니면 나도 누나한테 궁금한 거 물어볼까가브시키 하자고...”

그래요.”

내가 궁금한 건데 저번 날 3층 형이 누나한테 치근대던데 왜 그런 거?

아 그날 그거그 양반이 늘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서 말할 때마다 콕콕 치는 것이 불쾌하다고 했더니...“

~그게 다야말이 다른 걸나 한 테는 누나가 옆구리 콕콕 찔렀다고 나한테 그러던데?”

뭐라고요?”

누나그 형이 올라가면서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난 그래서 누나가 고상한척 하더니 응큼한 할마시구나 생각 했는걸말이야 바른말이지 그 형 멋 있잖어그래서 누나가 먼저 옆구리 찌른 것 아니야?”

이런 저런 말 같지 않은 말을 계속 뱉어내고 있다아니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이 녀석들이 무슨 개 같은 소리를 왈왈 짖어댔단 말인가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내 인내심이 결국은 폭발했다.

별 미친놈들 다 보겠군재수 없게 굴지 말고 너도 꺼져!”

우이 c발 그 형이 그랬다니까 왜 나한테 화를 내요 누나~~ 삼자대면 할까?”

아무리 술먹은 개라지만 농담으로라도 할 말이 따로 있지 그런 잡소리들을...”

~~ 누나 한 성질 하네알았어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못 참지내 귀로 분명히 들은 말인데 나만 누나한테 욕 듣고 이게 뭐야내가 확인해줄게.”

얼굴이 빨개진 재수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다툼의 원인은 하찮은 것에서 시작 되는 것을 알기에 간판을 끄고 셔터를 내리고 대낮에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와 생각을 한다.
지금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하다.
손바닥을 벌리고 농담처럼 장난치던 재수의 말이 생각났다.

궁금하면 10

흐~미!
나도 모르게 화장대에 굴러다니던 10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출처: https://zooinkr.tistory.com/956?category=715000 [주인의 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