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9일 화요일

16-궁금하면 10원

16-궁금하면 10원

"아제 그 박스 뭐예요며칠 동안 계속 들고 다니던데...“

이거궁금해누나도 궁금한 것이 있다 이거네그렇다면 10원입니다.”

궁금증을 풀어 준다며 손바닥을 벌리고 10원을 얹으란다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모습이 그림책에 나오는 도인 같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났지만 점점 농담이 늘어가는 것 같아 참았다.

누나 그럼 외상으로 알려줄까아니면 나도 누나한테 궁금한 거 물어볼까가브시키 하자고...”

그래요.”

내가 궁금한 건데 저번 날 3층 형이 누나한테 치근대던데 왜 그런 거?

아 그날 그거그 양반이 늘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와서 말할 때마다 콕콕 치는 것이 불쾌하다고 했더니...“

~그게 다야말이 다른 걸나 한 테는 누나가 옆구리 콕콕 찔렀다고 나한테 그러던데?”

뭐라고요?”

누나그 형이 올라가면서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난 그래서 누나가 고상한척 하더니 응큼한 할마시구나 생각 했는걸말이야 바른말이지 그 형 멋 있잖어그래서 누나가 먼저 옆구리 찌른 것 아니야?”

이런 저런 말 같지 않은 말을 계속 뱉어내고 있다아니그 짧은 시간에 도대체 이 녀석들이 무슨 개 같은 소리를 왈왈 짖어댔단 말인가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내 인내심이 결국은 폭발했다.

별 미친놈들 다 보겠군재수 없게 굴지 말고 너도 꺼져!”

우이 c발 그 형이 그랬다니까 왜 나한테 화를 내요 누나~~ 삼자대면 할까?”

아무리 술먹은 개라지만 농담으로라도 할 말이 따로 있지 그런 잡소리들을...”

~~ 누나 한 성질 하네알았어 사실이 아니라면 내가 못 참지내 귀로 분명히 들은 말인데 나만 누나한테 욕 듣고 이게 뭐야내가 확인해줄게.”

얼굴이 빨개진 재수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다툼의 원인은 하찮은 것에서 시작 되는 것을 알기에 간판을 끄고 셔터를 내리고 대낮에 퇴근을 했다.
집에 돌아와 생각을 한다.
지금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궁금하다.
손바닥을 벌리고 농담처럼 장난치던 재수의 말이 생각났다.

궁금하면 10

흐~미!
나도 모르게 화장대에 굴러다니던 10원짜리 동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출처: https://zooinkr.tistory.com/956?category=715000 [주인의 방주]

15-사랑받는 기분

15-사랑받는 기분

어찌된 영문인지 며칠째 무슨 박스를 들고 열심히 우리가게를 지나쳐 왔다 갔다 한다방앗간 참새가 왜 안 들어올까궁금했지만 문을 열고 나가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모른척하며 며칠이 지나갔다.

아이구~~ 누나팔 짜가 나이스네 그려노인네가 무슨 공부를 하는 거여 뭐여밖에 비 내리는 줄도 모르고 책만 붙들고 있으니...쯧쯧!”

재수의 목소리다밖에 내놓은 미끼상품 행거를 번쩍 들고 문을 밀고 들어온다반가운 마음에 배시시 웃으며 쳐다보았더니 윙크를 한다며칠 만에 들어온 재수를 보니 왠지 마음이 훈훈해졌다뭐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기분이랄까뭐 그런 잔잔한 기분 좋은 감정이 내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환상은 여기까지...

누나공부 하는 척 책 세워놓고 침 흘리면서 졸았지?”

흐흐흐맞아요살짝 졸았어요그런데 아제 왜 요즘 안 들리고 그렇게 바쁘게 다녔어요?”

~~~ 그럴 일이 좀 있지안 가르쳐 줘야지... 오늘 안에 맞추면 업어줄게이거 먹으면서 생각하고 있어 누나~~ 깨물어 먹으면 생각 안 나니까 천천히 녹여서 빨아먹고 있어빠이~~”

싱거운 농담을 건네고 손을 흔들며 휑하니 바쁜 걸음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행거에 걸려있는 재킷 안에서 재수의 휴대폰이 울린다행거를 들고 들어오면서 걸려있던 재킷 주머니에 넣었던가보다.
내 전화로 확인을 하고 10여분 지나서 박스를 들고 돌아왔다.

누나휴대폰이 울리면 받아야지 귀 안 들리슈좀 받아주지새로 구입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잃어버렸는지 알고 찾아다녔잖아...”

아니 난데없는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려고 찾다보니 끊어졌어요.”

그럼 얼릉 나한테 전화 여기 있다고 전화를 때려 줘야지 귀만 안 들리는지 알았더니 손가락도 고장 났구먼?”

뭥미?“

뭥미고 영미고 누나 미워!”

참 나 원!
어디 허공에다 전화를 하란 말이야?
으이구저 화상 도대체 뭐야?
시비야?
투정이야?
어리광이야? 
오늘 잠시 괜찮게 보였다가 다시 재수로 보인다.
사탕을 우드득 우드득 씹어 삼켰다.


14-강남신사

14-강남신사

점포 3층 관리사무실에 관리하는 아제와 재수는 학교선후배라고 했다관리과장은 매달 관리비를 청구하러 올 때마다 늘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다.

아제 몸소 왕림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전화로 알려주시면 온라인 할게요다음 달부터는 전화로 통보해주세요.”

나 다른 뜻이 있어서 온 거 아니야요형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들러 본건데 섭섭하네요누구는 매일와도 되고 나는 오지마라 이거네?”

재수가 매일 들락거리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웃어넘겼다나이를 먹었거나 덜 먹었거나 술기운에 지절대는 것은 무시 할 수밖에 없다.
명절 밑이라 혹시 하는 기대에 가을 의류를 구비하고 마네킹 옷도 갈아입히고 유리를 신문지로 열심히 광을 내고 있는데 손가락으로 콕콕 사람을 치며 말한다.

아제 부탁할게요손으로 치지 말고 말해요.”

무슨 말이오?”

아제는 무슨 말을 할 때 상대를 손으로 치면서 말을 해요여자들은 그런 텃 치 싫어하는 것도 모르나 봐요.”

여자들이 싫어해요~형도 여자다 이거지형은 그냥 형이지...으우으 여자 대접을 받고 싶으시다 이거네?”

미간을 찌푸리고 싫은 내색을 하면서 말을 하니 술기운에 기분이 안 좋았는지 이말 저말 목소리 높여 떠들고 있는데 재수가 들어온다.

형님 여기 왜 오셨우옷 사러오셨우?”

아니 형한테 볼일이 있어서 왔지그런데 너는 보아하니 여기가 방앗간이더라둘이 사귀냐?”

형이 누구야누나가 형이야하하하~~ 형 술 많이 했나본데 올라 가슈~~”

재수가 관리아제를 달래듯 데리고 올라갔다.
강남제비 오늘은 강남 신사로 보인다.

13ㅡ강남제비

13ㅡ강남제비

재수는 깁스를 풀고 멋을 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반질거리는 외모인데 옷 차람에 신경을 쓰니 속된말로 제비새끼다.
 
아제! 너무 강남 제비인걸요? 예뻐요.”
 
예뻐? 기왕이면 멋있다고 해주지 예뻐가 뭐야 누나~~”
 
~ 여자 손님들에게 하던 말버릇이 있어서 그랬어요. 멋져요 아제.”
 
사실은 그 여우가 자기 스타일에 맞추어달라잖아. 그래서 깁스도 미리 끌렀지.”
 
깁스를 미리 풀었으면 뼈는 제대로 붙은 거예요?”
 
붙긴 했는데 조심하라네. 젠장!“
 
사랑에 빠지면 다른 사람의 말은 귀에 들리지 않는다지만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녀의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급한 발주 전화를 받고서야 그녀의 자랑을 멈추었고 돌아가면서까지 허둥대는 멘트를 날린다.
 
누나! 며칠 있다가 여우 보여줄게. 누나도 보면 반할걸? 우리 엄마가 뿅 갔다니까...“
 
참 나 원!


내가 여우를 보고 반할 일이 뭐있다는 말인가.


2020년 5월 1일 금요일

12ㅡ사람향기ㅡ에라 모르겠다

12. 에라 모르겠다

목발을 짚은 재수의 모습은 늘 명랑했고 하루하루가 행복해 보였다.
 
누나! 누나 낭군님 혹시 중국집 하는 거 아니야?”
 
“? 무슨 중국집?”
 
누나 집 대문 앞에는 아마도 일주일에 5일은 중국집에서 제일 큰 쟁반 아니 접시하고 그릇 몇 개씩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지.”
 
아니 우리 집 음식 주문해 먹는 것까지... 아제는 내 뒷조사도 해요?”
 
그게 아니고 누나 집 뒤쪽으로 맨 윗집이 우리 엄마집이라서 밥 먹고 자전거타고 올 때면 내 눈에 보이니까 한 말인데 뒷조사라니 무시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그래요? 엄마집이 그쪽 이예요? 미안해요. 우리 집 양반이 자장면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날은 쟁반 자장을 자주 시켜먹긴 해요.”
 
그러니까 말인데 사업하시는 분이 왜 점심을 집에서,...”
 
사무실에서 차타고 10분 내외 거리라 아이들과...“
 
어느 사이에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이웃사촌이 되어있었다.
한 동네에 살다보니 서로의 형편을 거의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생활방식을 종합해 보니 아무리 내게 큰 손님이라 해도 되도록 그의 낭비벽을 고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때마침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고 가슴 후벼 파는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고 했고 그녀가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한다고 했으니 옷 구입은 그녀에게 하라고 권유 했다.
그렇지만 나도 속물근성이 있었나보다.
장사꾼, 장사치라는 속된 말을 스스로에게 해가면서도 그에게 계속 많은 옷을 팔고 있었다.
외상 옷값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싫은 내색도 할 수 없는 시점까지 와있다. 그는 날이 서늘해지면서 또다시 여인들에게 선물할 옷을 구입하려고 안간 힘을 썼다.
 
누나! 우리엄마한테 그 여우 보여줬더니 우리엄마가 맘에 쏙 든다고 하던데?”
 
아니! 그녀에게 가족이 있다면서 벌써 진도가 그렇게 멀리 나간 거예요?”
 
그럼, 우리엄마가 그 여우를 처음보고 홀딱 반했나봐, 누나도 한번 볼텨?”
 
사랑에 눈멀고 귀 닫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나이가 몇인데 신중하지 못하고 급하게 서두르다니 염려가 된다.
재수 사랑 놀이에 왜 매마음이 심각해지는지...

애라 나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