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19일 화요일

15-사랑받는 기분

15-사랑받는 기분

어찌된 영문인지 며칠째 무슨 박스를 들고 열심히 우리가게를 지나쳐 왔다 갔다 한다방앗간 참새가 왜 안 들어올까궁금했지만 문을 열고 나가서 물어보기도 그렇고 모른척하며 며칠이 지나갔다.

아이구~~ 누나팔 짜가 나이스네 그려노인네가 무슨 공부를 하는 거여 뭐여밖에 비 내리는 줄도 모르고 책만 붙들고 있으니...쯧쯧!”

재수의 목소리다밖에 내놓은 미끼상품 행거를 번쩍 들고 문을 밀고 들어온다반가운 마음에 배시시 웃으며 쳐다보았더니 윙크를 한다며칠 만에 들어온 재수를 보니 왠지 마음이 훈훈해졌다뭐라 표현하기 힘들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기분이랄까뭐 그런 잔잔한 기분 좋은 감정이 내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나 환상은 여기까지...

누나공부 하는 척 책 세워놓고 침 흘리면서 졸았지?”

흐흐흐맞아요살짝 졸았어요그런데 아제 왜 요즘 안 들리고 그렇게 바쁘게 다녔어요?”

~~~ 그럴 일이 좀 있지안 가르쳐 줘야지... 오늘 안에 맞추면 업어줄게이거 먹으면서 생각하고 있어 누나~~ 깨물어 먹으면 생각 안 나니까 천천히 녹여서 빨아먹고 있어빠이~~”

싱거운 농담을 건네고 손을 흔들며 휑하니 바쁜 걸음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행거에 걸려있는 재킷 안에서 재수의 휴대폰이 울린다행거를 들고 들어오면서 걸려있던 재킷 주머니에 넣었던가보다.
내 전화로 확인을 하고 10여분 지나서 박스를 들고 돌아왔다.

누나휴대폰이 울리면 받아야지 귀 안 들리슈좀 받아주지새로 구입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잃어버렸는지 알고 찾아다녔잖아...”

아니 난데없는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려고 찾다보니 끊어졌어요.”

그럼 얼릉 나한테 전화 여기 있다고 전화를 때려 줘야지 귀만 안 들리는지 알았더니 손가락도 고장 났구먼?”

뭥미?“

뭥미고 영미고 누나 미워!”

참 나 원!
어디 허공에다 전화를 하란 말이야?
으이구저 화상 도대체 뭐야?
시비야?
투정이야?
어리광이야? 
오늘 잠시 괜찮게 보였다가 다시 재수로 보인다.
사탕을 우드득 우드득 씹어 삼켰다.


14-강남신사

14-강남신사

점포 3층 관리사무실에 관리하는 아제와 재수는 학교선후배라고 했다관리과장은 매달 관리비를 청구하러 올 때마다 늘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다.

아제 몸소 왕림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전화로 알려주시면 온라인 할게요다음 달부터는 전화로 통보해주세요.”

나 다른 뜻이 있어서 온 거 아니야요형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들러 본건데 섭섭하네요누구는 매일와도 되고 나는 오지마라 이거네?”

재수가 매일 들락거리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웃어넘겼다나이를 먹었거나 덜 먹었거나 술기운에 지절대는 것은 무시 할 수밖에 없다.
명절 밑이라 혹시 하는 기대에 가을 의류를 구비하고 마네킹 옷도 갈아입히고 유리를 신문지로 열심히 광을 내고 있는데 손가락으로 콕콕 사람을 치며 말한다.

아제 부탁할게요손으로 치지 말고 말해요.”

무슨 말이오?”

아제는 무슨 말을 할 때 상대를 손으로 치면서 말을 해요여자들은 그런 텃 치 싫어하는 것도 모르나 봐요.”

여자들이 싫어해요~형도 여자다 이거지형은 그냥 형이지...으우으 여자 대접을 받고 싶으시다 이거네?”

미간을 찌푸리고 싫은 내색을 하면서 말을 하니 술기운에 기분이 안 좋았는지 이말 저말 목소리 높여 떠들고 있는데 재수가 들어온다.

형님 여기 왜 오셨우옷 사러오셨우?”

아니 형한테 볼일이 있어서 왔지그런데 너는 보아하니 여기가 방앗간이더라둘이 사귀냐?”

형이 누구야누나가 형이야하하하~~ 형 술 많이 했나본데 올라 가슈~~”

재수가 관리아제를 달래듯 데리고 올라갔다.
강남제비 오늘은 강남 신사로 보인다.

13ㅡ강남제비

13ㅡ강남제비

재수는 깁스를 풀고 멋을 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반질거리는 외모인데 옷 차람에 신경을 쓰니 속된말로 제비새끼다.
 
아제! 너무 강남 제비인걸요? 예뻐요.”
 
예뻐? 기왕이면 멋있다고 해주지 예뻐가 뭐야 누나~~”
 
~ 여자 손님들에게 하던 말버릇이 있어서 그랬어요. 멋져요 아제.”
 
사실은 그 여우가 자기 스타일에 맞추어달라잖아. 그래서 깁스도 미리 끌렀지.”
 
깁스를 미리 풀었으면 뼈는 제대로 붙은 거예요?”
 
붙긴 했는데 조심하라네. 젠장!“
 
사랑에 빠지면 다른 사람의 말은 귀에 들리지 않는다지만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그녀의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급한 발주 전화를 받고서야 그녀의 자랑을 멈추었고 돌아가면서까지 허둥대는 멘트를 날린다.
 
누나! 며칠 있다가 여우 보여줄게. 누나도 보면 반할걸? 우리 엄마가 뿅 갔다니까...“
 
참 나 원!


내가 여우를 보고 반할 일이 뭐있다는 말인가.


2020년 5월 1일 금요일

12ㅡ사람향기ㅡ에라 모르겠다

12. 에라 모르겠다

목발을 짚은 재수의 모습은 늘 명랑했고 하루하루가 행복해 보였다.
 
누나! 누나 낭군님 혹시 중국집 하는 거 아니야?”
 
“? 무슨 중국집?”
 
누나 집 대문 앞에는 아마도 일주일에 5일은 중국집에서 제일 큰 쟁반 아니 접시하고 그릇 몇 개씩 있어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지.”
 
아니 우리 집 음식 주문해 먹는 것까지... 아제는 내 뒷조사도 해요?”
 
그게 아니고 누나 집 뒤쪽으로 맨 윗집이 우리 엄마집이라서 밥 먹고 자전거타고 올 때면 내 눈에 보이니까 한 말인데 뒷조사라니 무시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그래요? 엄마집이 그쪽 이예요? 미안해요. 우리 집 양반이 자장면을 좋아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날은 쟁반 자장을 자주 시켜먹긴 해요.”
 
그러니까 말인데 사업하시는 분이 왜 점심을 집에서,...”
 
사무실에서 차타고 10분 내외 거리라 아이들과...“
 
어느 사이에 이렇게 사소한 이야기까지 나누는 이웃사촌이 되어있었다.
한 동네에 살다보니 서로의 형편을 거의 알게 되고 그 사람의 생활방식을 종합해 보니 아무리 내게 큰 손님이라 해도 되도록 그의 낭비벽을 고쳐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때마침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고 가슴 후벼 파는 아픈 사랑을 하고 있다고 했고 그녀가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한다고 했으니 옷 구입은 그녀에게 하라고 권유 했다.
그렇지만 나도 속물근성이 있었나보다.
장사꾼, 장사치라는 속된 말을 스스로에게 해가면서도 그에게 계속 많은 옷을 팔고 있었다.
외상 옷값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모질게 싫은 내색도 할 수 없는 시점까지 와있다. 그는 날이 서늘해지면서 또다시 여인들에게 선물할 옷을 구입하려고 안간 힘을 썼다.
 
누나! 우리엄마한테 그 여우 보여줬더니 우리엄마가 맘에 쏙 든다고 하던데?”
 
아니! 그녀에게 가족이 있다면서 벌써 진도가 그렇게 멀리 나간 거예요?”
 
그럼, 우리엄마가 그 여우를 처음보고 홀딱 반했나봐, 누나도 한번 볼텨?”
 
사랑에 눈멀고 귀 닫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나이가 몇인데 신중하지 못하고 급하게 서두르다니 염려가 된다.
재수 사랑 놀이에 왜 매마음이 심각해지는지...

애라 나는 모르겠다.’


2020년 4월 30일 목요일

11ㅡ사람향기ㅡ세상의 반은 여자

11. 세상의 반은 여자

재수의 직장 oo인테리어가 가까이 있었기에 바쁠 때는 며칠씩 보이지 않는 날들도 있었지만 그는 나의 주위에서 봄여름 가을이 오도록 맴돌며 웃음을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 나 상담 좀 해도 될까?”
 
무슨 상담씩이나... 할 이야기 있으면 해 봐요.”
 
누나 나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
 
~? 네 여인들은 어쩌고 또?”
 
개네들은 나를 좋아하는 애들이고 내 스타일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말이지.”
 
재수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여인이 궁금했다.
그의 집안과 그의 환경과 현재의 모습을 통틀어 볼 때 진심으로 좋은 여자 만나서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면 좋겠다는 마음이었기에 자세히 물어보았다.
 
그녀는 재래시장 안에서 옷 가게를 한다고 했다. 나이는 1살 연상이고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했다. 둘이 걸어가면 적당히 어울리고 얼굴도 예쁘고 날씬하고 옷을 참 지적이고 단아하게 입는다고 했다. 식성도 비슷하고 중요한 것은 서로 좋아하고 있단다. 아마도 내게 옷을 팔아주고 싱겁을 떨 듯이 그 옷가게에서도 그런 식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그의 고민을 들었다.
 
그녀는 혼자 살아요?”
 
아니... 아들이 있는데 고2라던데?”
 
사별이래요? 이혼이래요?”
 
이혼 했는데 지금은 같이 살고 있다고 하던데 누나!”
 
그럼 남편도 자식도 있는 거잖아요?”
 
이혼 신고도 했는데 왔다 갔다 한다는데 그런 것은 문제될 것 없어 누나.”
 
내 생각은 달라요. 남편과 이혼 신고가 되어있어도 현재 함께 살고 있고 사춘기 아들도 있는데 불가능한 관계 아닐는지요. 나중에 상처받지 말고 잘 생각해봐요.”
 
아니야 누나! 생각할 것 없어. 뺏어오면 되지 뭐!”
 
장난감도 아니고 뺏어오긴... 그렇게 막연한 소리 하지 말고 그녀는 아제를 어떻게 생각한대요?”
 
싫어하지 않지. 매일 점심때나 저녁에 하루에 한번 씩은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지내는데 뭐!”
 
먹는 거 말고 아제를 좋아한대요?”
 
누나! 난 지금까지 기집애들 많이 사귀어봤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야.”
 
재수는 말을 돌려 자신의 감정만 말한다.
그녀의 감정 상관없이 재수는 그 여인에게 혼자서 마음을 빼앗긴 상태인 것 같았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꼭 무슨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함이 엿보였다.
 
아제 이런 말하기 미안한데 내 생각에는 아제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 같아요.”
 
누나! 나는 그 여자 생각만 하면 송곳으로 후벼 파는 것처럼 가슴이 막 아프다니까 누나! 폐병 걸린 사람도 이렇게 아프지는 않을 거야. ”
 
바람기 다분한 남자에게 진실한 사랑이 찾아온 것인가? 아니면 유혹에 휘둘리고 있는 것일까? 진지하게 풀어놓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답답하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라며 애둘러 한마디 했다.
 


세상의 반은 여자고 반은 남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