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6일 수요일

웃으면 안되는데

추석에 힘들게 고생하시는 형님에게 어디선가 전화가 왔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말한다.

"아무때나 시간 날 때 오라고? 그래도 되는겨? 그럼 오늘은 못가고 내일이나 모래 갈께."

바쁘게 음식을 만드시며 혼잣말을 하신다.

"어제 돌아가셨다면서 그러면 내일이 발인인데 아무때나 오라고?  뻥일거야 분명히..."

우리 가족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무슨 전화냐며 초상이 났느냐고 물어보았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남동생 장모님, 그러니까 형님 올케의 친정 어머니, 우리 형님에게는 사장 어른이 돌아가셨다고 친정 올케의 전화를 받았다는것이다. 그런데  문자로라도 부고를 보내지 친정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는데 불쑥 시누이에게 전화를 하여 아무때나 오라고 명절 지나고 와도 된다고 말 했다는 것이다. 평소에 믿음이 안가는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시누이 올케 사이가 안좋았는지 우리 형님은 올케의 말을 못믿어 했다.

"아직 안 돌아가시고 돌아가실려고 하니까 전화 했을거야. 그러니까 명절지나고 아무때나 오라고 하지. 저녁에 전화로 확인해보고 가든지 말든지..."

모두들 그럴수도 있겠다고 한마디씩 했다.
조카님이 한마디 웃음을 준다.

"엄마! 사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데 무슨 확인 전화를해요. 세상에 어떤 딸이 안돌아가신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말에 웃으면 안되는데 모두가 웃고 말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최소한의 신의는 품고 살아가야 하겠다는 무언의 교훈이다.

명절 전날 돌아가셔서 즐거워야 할 명절 모두들 망칠까봐 부고도 미루고 5일장을 선택하여 27일 발인 이라는 후문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8년 9월 24일 월요일

꽈리




조심조심 꽈리 속을 비워
그 속에 바람을 불어 혀끝에 얹어놓고
앞니 안쪽으로 꾸~욱 눌러 소리를 내어본다.
꽈 리릭~~
꽈 리릭~~
새색시 방귀 소리가 저렇게 예쁠까?
꽈리 속을 파내주시던 옛사랑 할머니 생각이 간절한 비 내리는 아침이다.

산딸나무



산 딸 나무 열매는 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고 소화제 역할도 한다고 했다.
봄부터 흰 꽃이 피는데 나무위에 나비가 앉은 듯한 자태가 너무 예쁘다. 집 옆 노인정에 아직도 몇송이 꽃이 피어있다. 열매줄기가 체리처럼 길고 열매는 오돌 톨 하다. 이런 무늬가 있는 가죽 가방을 본 듯한데...
열매를 먹어보니 살짝 단맛이 바나나정도? 내 입맛을 기준하면 맛은 별로다. 주황색 속은 씨가 많은데 그 느낌이 홍시를 먹을 때 씨를 덮고 있는 얇은 막? 같은 것이 있다.
꽃도 열매도 예쁘다. 씨를 화분에 심어보려고 한다.
산 딸 나무 키우기에 성공하면 그때 큰 소리로 인사해 주련다.
산 딸~~

"좋은 아침!"



2018년 9월 23일 일요일

줄난



비 내리는 아침 마당 화분들이 목을 축인다.
그뿐만이 아니고 목욕하는 날이기도 하다.
수도 계량기 옆에 놓아둔 줄 난 화분에 꽃이피고 줄줄이 새끼를 치면서 덩치 큰 장독만하다.
벽 틈사이로 실지렁이처럼 자란 나팔덩굴이 비오는 와중에 줄 난을 타고 올라와 한 송이 꽃을 피웠다.
줄 난에게는 불청객이지만 꽃이 예쁘다.
작은 빗방울에도 찢어질 것 같은 여린 나팔꽃이지만 잘 견디고 피어있다.
나팔아~~
너 때문에 기분 좋은 아침이다.


뺀질이 이름표

친정엄마 나 키우실 때 늘 하시던 말씀 공부 열심히 해서 선생님 되거라.
음식 잘하면 어른 되어 여기저기 불려 다닌단다. 공부나 열심히 해라.
일 잘하면 수족이 고생한다, 하라는 공부나 해라.
바느질 잘하면 바느질 해먹고 살래? 그 시간에 공부나 하거라.

청개구리는 하지 말라는 것만 하고 싶어 인형 옷 만들기를 즐기더니
결국에는 어른이 되어 옷만 만지작거리고 있구나
.
엄마 말씀 잘 듣고 음식은 커녕 신부 수업도 없이 시집오더니
대통령상보다 더욱 값진  시댁에서 받은 뺀질이 이름표

그렇지만 뺀질이도 잘 하는 것 있지.
시댁에서 인정하는 노동의 여신 설거지 담당.
명절 기름때를 책임질 추석의 전사는 핸드크림 가방에 챙겨 넣고 웃으며 떠나련다.
우리 모두 즐거운 명절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하 하 핫!!